감독
소피아 코폴라 Sofia Coppola

주연
제임스 우즈....리스본 씨
James Woods....Mr. Lisbon
캐슬린 터너....리스본 부인
Kathleen Turner....Mrs. Lisbon
키어스틴 던스트....럭스 리스본
Kirsten Dunst....Lux Lisbon
조시 하트넷....트립 폰테인
Josh Hartnett....Trip Fontaine
마이클 파레....성인 트립 폰테인
Michael Paré....Adult Trip Fontaine
스코트 글렌....무디 신부
Scott Glenn....Father Moody
대니 드비토....호니커 박사
Danny DeVito....Dr. Horniker
A.J. 쿡....메리 리스본
A.J. Cook....Mary Lisbon
한나 R. 홀....세실리아 리스본
Hanna R. Hall....Cecilia Lisbon
레슬리 헤이먼....테레즈 리스본
Leslie Hayman....Therese Lisbon
첼시 스와인....보니 리스본
Chelse Swain....Bonnie Lisbon
조나단 터커....팀 와이너
Jonathan Tucker....Tim Weiner
안소니 디시몬....체이스 뷰얼
Anthony DeSimone....Chase Buell
리 케이건....데이빗 바커
Lee Kagan....David Barker
노아 셰비브....파키 덴튼
Noah Shebib....Parkie Denton
지오바니 리비시....나레이터
Giovanni Ribisi....Narrator

리스본 자매

1970년대 중반 미국의 어느 마을에 리스본이라는 수학교사가 살았습니다. 리스본네 집에는 13살에서 18살 사이의 예쁜 딸들이 다섯이나 있었지요.

당연히 근처에 사는 남자 아이들에게 이들은 선망과 집착의 대상입니다. 남자 아이들은 이들의 일기를 훔치고 망원경으로 이들을 엿보고 이들의 삶을 상상하며 밤마다 이들에 대한 꿈을 꿉니다.

리스본 가족은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온갖 다양한 일들을 겪습니다. 막내딸 세실리아의 자살 기도로 시작되는 일련의 사건들을 대충 간추려보면 지나칠 정도로 엄격하고 종교적인 어머니와, 자유와 성적 자유를 갈망하는 딸들의 고통스러운 대립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 [The Virgin Suicides]의 주인공은 리스본 가족이 아닙니다. 그들을 연기하는 배우들이 이 영화의 '스타'이고, 96분의 러닝타임 동안 우리가 보게 되는 것이 대부분 그들의 모습이어도 말이에요.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목소리만 등장하는 지오바니 리비시가 대표하는 '우리'입니다. 진짜로 중요한 것은 리스본 자매의 드라마가 아니라, 피핑탐 틴에이저들이 그 드라마를 '감상하고' 받아들이고 해석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려는 과정입니다.

결국 이 작품은 영화보다는 소설 쪽에 더 어울리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원작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다소 일반론으로 빠질 수도 있으니 양해하시길.) 소설에서 '세실리아가 첫번째였다'라는 문장이 나왔을 때,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사람은 세실리아 뿐이 아닙니다. 그 문장을 쓴 화자 역시 함께 접하게 되지요. 소설이 아무리 리스본 자매에 대해 이야기를 해도 결국 몇백 페이지의 종이를 채운 단어들의 조합들은 화자의 육체이기도 합니다. 소설 속에서 화자는 자기들을 제대로 등장시키지도 않으면서 리스본 가족보다 훨씬 더 강한 존재감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그럴 수 없죠. 영화 속에서 리스본 자매는 키어스틴 던스트나 한나 R. 홀과 같은 배우들의 몸을 빌어 눈 앞에 딱 버티고 있는 걸요. 구석에 숨어서 목소리만 가끔 들려주는 지오바니 리비시가 대결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닙니다. 결국 이야기의 주제가 흐려질 수밖에 없어요.

덕택에 이야기 구조가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쉽게 지루해질 수도 있죠. 리스본 자매들은 생생한 캐릭터를 의도한 사람들이 아니니까요. 그들은 25년의 세월 동안 서서히 흐려져 간 옛 시대의 기억이며 꿈입니다. 실제 사람이 아니죠.

영화는 어딘지 모르게 [행잉록에서의 소풍]을 닮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행잉록에서의 소풍]만큼 아름다운 미스터리를 만들어내지는 못합니다. 사실 관객들은 리스본 자매에 대해 꽤 많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마지막 결말이 미스터리어스하다기보다는 그냥 설명이 살짝 부족하다고 믿게 됩니다. 원작에서는 어땠는지 모르겠습니다. 영화 속에서는 어정쩡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꽤 강한 드라마가 틀 속에 갇혀 버린 듯한 느낌도 들어요.

그러나 소피아 코폴라는 이런 몇몇 결함에도 불구하고 꽤 그럴싸하게 영화를 성공시키고 있습니다. 두번째 보았을 때 더 괜찮은 영화로 보였던 걸 생각해보면 생각보다 좋은 영화인 모양입니다. 종종 다소 치기어려 보이기는 하지만 소피아 코폴라는 전체적으로 70년대의 회고적 정서와 나른한 분위기를 결합해서 반쯤은 몽환적이고 반쯤은 꿈꾸는 듯한 이미지를 꽤 근사하게 창출해냈습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헤매다 보면 관객들은 화자처럼 흐릿한 기억 속에서 옛 시대의 미스터리에 빠져드는 기분에 동참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그 불안한 틴에이저의 몽정과도 같은 흐릿한 느낌이야말로 이 영화의 진짜 핵심인 것입니다. (01/05/24)

DJUNA

기타등등

[처녀 자살 소동]이라는 번역 제목은 정말 싫지만 그렇다고 저에게 새 제목을 지을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