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조지 큐커 George Cukor

주연
노마 셔러....메리 헤인즈
Norma Shearer....Mary Haines
조운 크로포드....크리스탈 앨런
Joan Crawford....Crystal Allen
로잘린드 러셀....실비아 파울러
Rosalind Russell....Sylvia Fowler
메리 볼랜드....들라브 백작부인
Mary Boland....The Countess DeLave
폴렛 고다드....미리엄 애런스
Paulette Goddard....Miriam Aarons
필리스 포바....이디스 포터
Phyllis Povah....Edith Potter
조운 폰테인....페기 데이
Joan Fontaine....Peggy Day
버지니아 웨이들러....어린 메리
Virginia Weidler....Little Mary
루실 왓슨.....무어헤드 부인
Lucile Watson....Mrs. Moorehead
마조리 메인....루시
Marjorie Main....Lucy

Catfight!

조지 큐커의 [여인들]은 클레어 부스의 히트 브로드웨이 연극을 각색한 MGM 영화로,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의 최고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1939년에 나온 수많은 걸작들 중 하나로 지금도 기억되고 있습니다. 물론 영화가 만들어지고 개봉되었던 당시엔 더 요란한 영화였고요. 부스의 연극이 원래부터 대히트작이기도 했지만, 당시 이 영화에서 주연을 따내고 더 좋은 자리에 이름을 박기 위해 배우들이 벌였던 그 무시무시한 전쟁과 그 이후에 이어진 신경전은 무대 뒤에서 펼쳐지는 또다른 흥미진진한 드라마였으니까요.

[여인들]의 가장 흥미진진한 점은 이 영화에 남자들이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영화에 나오는 135명의 배우들은 모두 여자입니다. 나오는 말이랑 개들도 암컷들 뿐이죠. 심지어 벽에 그려진 그림이나 조각, 장식물에서도 남자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남자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아니, 이 영화에서 남자는 가장 중요한 소재입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여자들은 모두 남자들과의 관계에 의해 정의되고 그들의 갈등 역시 남자들 때문에 발생합니다.

영화의 기둥 줄거리는 뉴욕 상류 사회의 얌전한 가정주부인 메리 헤인즈가, 남편이 크리스탈 앨런이라는 백화점 향수 가게 점원과 불륜 관계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시작됩니다. 여기에 메리의 수많은 친구들이 가세해 자기들의 고민거리를 풀어대면서 이야기는 호사스러운 앙상블 코미디의 형태를 갖추게 되지요. 별별 일들이 다 일어납니다. 몇몇은 이혼하고, 몇몇은 이혼한 뒤 다시 재혼하고, 몇몇은 임신하고, 몇몇은 남편 여자 친구와 코피터지는 몸싸움을 벌이고, 몇몇은...

[여인들]은 할리우드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 영화'지만 그렇다고 그게 '페미니스트 영화'라는 말은 결코 아니지요. 당시엔 둘이 동의어가 아니었으니까요. 이 영화에 나오는 여자들은 결코 그럴싸한 롤모델이 아니고, 그들의 행동과 인간 관계는 종종 한심하기까지 합니다. 뭐, 영화와 연극이 나올 당시에도 그런 비판이 있었어요. 그 때문에 원작자인 부스는 그게 전체 여성의 이야기가 아니라 상류 사회 유한 부인들의 이야기라고 변명을 늘어놓아야 했지만 말이에요.

그러나 이걸 그렇게까지 물고 늘어질 필요는 없습니다. 첫째, 모든 예술 작품들이 그렇게 소재에 긍정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고, 둘째,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존재하는 건 분명하고, 세째, 그런 덜컹거리고 한심한 이야기 속에서도 이들의 관계는 흥미로우며, 마지막으로 이 한심한 여자들이 펼치는 이야기들이 상당히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네, 그렇게 고상한 재미는 아닙니다. [여인들]은 야하고 뻔뻔스러운 통속극입니다. 과장의 극을 달리는 30년대식 연기, 세드릭 기븐즈의 번들거리는 세트와 에이드리언이 디자인한 호사스러운 의상들로 가득한 MGM식 비주얼, 독화살처럼 콕콕 찔리는 30년대 스크루볼 코미디의 매운 대사들과 손톱을 갈아세운 여자들의 몸싸움이 빽빽하게 들어찬 종합 세트지요. 이 작품이 전설적인 캠프 클래식으로 남은 것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배우들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지요. 전 노마 셔러의 대단한 팬이 아니기 때문에 (전 이 사람이 그냥 따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람의 메리 캐릭터나 연기에 큰 인상을 받지 못했지만, 그래도 셔러가 최선을 다한 연기를 보여준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진짜로 빛을 발하는 사람은 메리의 표독한 친구 실비아로 나오는 로잘린드 러셀과 악녀 크리스탈로 나오는 조운 크로포드입니다. 특히 러셀의 과장된 코믹 연기는 일품입니다. 이 때가 러셀이 막 코미디 연기를 시작했을 때라니 믿겨지지가 않아요. (02/10/17)

DJUNA

기타등등

1. 가십 칼럼니스트 돌리를 연기한 사람은 전설적인 할리우드 가십 칼럼니스트 헤다 하퍼입니다.

2. DVD 출시작이지만 필름스에 자료가 없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