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김희정

주연
이세영....수아
추상미....영주
김윤아....설영
정지안....은지
신민규....대현
유현지....예린
최명수....영표

수아

이세영은 결코 눈에 뜨이지 않는 평범한 동네 여자애 역으로 캐스팅할 배우가 아닙니다. 그러기엔 지나치게 예쁘죠. 아무리 왁스를 덕지덕지 발라 머리를 떡지게 만들고 몸매 안 사는 커다란 교복을 입히고 안경을 씌워도 이세영은 여전히 예쁩니다. 말이 났으니 하는 말인데, 그건 동네 밥집 아줌마인 엄마로 나오는 추상미도 마찬가지죠. 두 모녀가 미모를 내세우며 덤벼든다면 영화의 무대가 되는 전라도의 그 쬐그만 동네 하나를 말아먹는 건 너무나도 쉬운 일일 겁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세살, 수아]의 캐스팅은 설득력이 있습니다. 특히 이세영은요. 아마 우리가 미디어에 나오는 예쁜 사람들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영화를 볼 때마다 기준을 상향조정하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그걸 고려한다고 해도 이세영은 정말 수아처럼 보입니다. 기존에 이 배우를 지배했던 깔끔하고 야무지고 예쁜 느낌이 사라지고 그 빈 자리에 수줍고 서툴고 평범한 일반인의 포스가 음흉한 귀신처럼 자리잡고 있군요. 모두를 위해 좋은 일입니다.

[열세살, 수아]의 설정은 위노나 라이더 주연의 [록시 카마이클]과 거의 같습니다. 막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들어가는 수아는 2년 전 아빠를 잃었고 엄마와의 관계도 조금씩 금이 가고 있습니다. 친구 사귀기는 힘들고 학교에서는 왕따죠. 이런 수아를 지탱하는 환상이 하나 있으니, 그건 잘 나가는 가수 윤설영이 자기의 진짜 엄마라는 거죠. 수아의 침침한 일상 속에서 그 욕구불만과 환상은 조금씩 아이의 머릿속에서 끓다가 결국 폭발하고 수아는 가출합니다. 서울에서 10주년 기념 콘서트를 하는 윤설영을 만나려고요.

전 이 이야기의 설정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겠습니다. 규격화된 [파랑새] 설정이고 그 설정을 떠나 그렇게 멀리 가지도 못하니까요. 영화는 끝날 무렵 주인공의 환상에 대한 완벽한 설명을 던져주는데 저에겐 그게 더 설득력이 없어 보였습니다. 차라리 이성적인 설명을 어느 정도 포기하고 해답을 열어두는 편이 더 좋지 않았나 싶어요.

하지만 디테일은 여전히 인상적입니다. 어떻게 보면 따로 따로 떨어진 디테일이 영화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죠. 고개를 수그리고 발자국 수를 세며 걷는 수아의 버릇이나 그 자잘한 버릇들이 표출하고 있는 외로움과 상실의 경험들이 보는 사람들의 감정을 콕콕 찌르는 거죠. 영화는 그 디테일이 자기만의 힘을 가지고 독립적으로 존재할 때 더 좋아지고 설명과 교훈을 더하고 구조를 세우려 할 때마다 뻣뻣해집니다.

영화는 가끔가다 수아를 둘러싼 현실 세계에 약간의 판타지를 집어넣습니다. 구립회관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마술사나 수아의 머릿속을 돌아다니는 윤설영의 판타지와 같은 것들이죠. 윤설영 역의 김윤아는 거의 뮤지컬 스타로 영화에 참여합니다. 다행히도 영화 전체를 통해 보면 음악이 남용되는 편은 아닙니다.

전체적으로 [열세살, 수아]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영화입니다. 아주 튀는 설정은 아니고 중간중간의 매듭은 다소 허술하지만 관객들이 주인공의 감정과 경험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죠. 그리고 이세영에겐 아주 좋은 연기 견본이에요. 예쁘고 못 생기고를 떠나 이미지를 한 번 확 바꾸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예랄까요. (07/05/30)

DJUNA

기타등등

감독의 어머니와 동생이 기차 장면에 카메오 출연합니다. 어머니는 수아에게 땅콩을 권하는 아줌마이고 동생은 축구부 코치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