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샤민 사리프 Shamim Sarif

주연
리사 레이....미리암
Lisa Ray....Miriam
시탈 셰트....아미나
Sheetal Sheth....Amina
파르빈 다바스....오마르
Parvin Dabas....Omar
난다나 센....레마트
Nandana Sen....Rehmat
그레테 폭스....매들레인
Grethe Fox....Madeleine
데이빗 데니스....제이콥
David Dennis....Jacob
나탈리 베커....파라
Natalie Becker....Farah

미리암과 아미나

[보이지 않는 세상]은 1950년대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무대로 하고 있고, 당연한 일이지만 이 영화의 메인 테마는 아파르헤이트입니다. 다른 아파르헤이트 영화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 인도계라는 거죠.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인종차별적인 환경 속에서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에서 벗어난 상대적 자유를 누리고 있으며 피해자와 가해자의 중간 위치에 선 그들의 입장은 한 번 다루어볼만 합니다.

내용은 전통적인 50년대 러브 스토리입니다. 미리암은 갑갑한 결혼생활을 인내하는 가정주부입니다. 그러다 흑인 파트너와 함께 카페를 운영하는 자유분방한 아미나를 만나고 호감을 느끼게 되지요. 둘은 50년대 초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일어날 법한 여러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조금씩 가까워집니다. 하지만 서로의 품 안에 몸을 던지기엔 장벽이 너무 많죠.

[보이지 않는 세상]의 원작은 감독 샤민 사리프가 2001년에 발표한 동명의 첫 장편소설입니다. 사리프는 그 동안 소설가로 꾸준히 활동하며 경력을 쌓아오다가 서서히 영화 제작에 관심을 보여왔죠. 그러다 자기가 직접 소설을 각색해 이 영화를 만들어버리고 말았네요.

제가 여성영화제에서 본 영화가 최종버전인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일단 이 영화는 디지 베타로 상영되었죠. 그리고 [버라이어티]의 데릭 엘리가 쓴 평을 읽어보니 런던과 토론토에서는 HD로 상영되었지만 음악은 아직 미완성이었다고 합니다. 제가 들은 게 임시로 넣은 음악이었다면 그 조악함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그 모든 걸 고려한다고 해도 영화는 아마추어의 작품입니다. 간신히 매체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익힌 사람이 덜컹거리며 물건을 만들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죠. 흐름은 종종 끊기고 미묘해야 마땅한 상황은 노골적인 과장으로 이어지고 연기지도는 어색합니다. 특히 마지막은 치명적인데, 전적으로 감독의 책임입니다. 적어도 리사 레이의 경우는 훨씬 좋은 연기를 하는 걸 전에 봤으니 말이죠. 습작으로 처녀작을 낭비할 생각이 아니었다면 보다 경험이 많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편이 좋았을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꽤 재미있습니다. 특별히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멜로드라마의 통속적인 재미가 있죠. 아미나는 지나치게 잘난 척 하는 경향이 있지만, 미리암은 잘 짜여진 50년대 가정주부이며 그들 사이에 흐르는 감정은 진짜처럼 느껴집니다. 결말이 조금 타협적으로(또는 어장관리처럼) 느껴지지만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면 타당한 편이고요.

그래도 아마 소설이 더 나았겠지요. 전체적으로 이 영화는 더 나은 것이 분명한 원본의 거친 복사판처럼 보입니다. 영화의 목적이 책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었다면 적어도 저에겐 먹혔어요. (08/04/23)

DJUNA

기타등등

샤민 사리프의 두 번째 영화 [I Can't Think Straight]도 자기가 쓴 소설을 각색한 동성애 소재 영화이고 이 영화의 두 주연배우들이 그대로 나온다는군요. 근데, "리사 레이가 동성애 영화에 나온대!"라고 인도 매스컴이 떠들었던 영화는 [보이지 않는 세상]이 아니라 [I Can't Think Straight]였고 저도 그 영화가 사리프의 처녀작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두 영화의 순서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