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존 밀러-몬존 John Miller-Monzon

주연
이브 아넨버그....클레멘타인
Eve Annenberg....Clementine
디비아나 잉그라발로....이폴리타
Diviana Ingravallo....Ippolita
에일리 페어....조
Aileen Pare....Jo
존 벤티밀리아....알폰소
John Ventimiglia....Alfonso

'Things We Said Today'

올해 무지개 2003의 영화제에서는 90년대초에 [Dyke Drama]라는 제목으로 묶여 비디오로 출시되었던 네 편의 흑백 레즈비언 영화들을 상영했습니다. 왜 10여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들을 지금 골라 틀었는지 묻지 마시길. 저도 모르니까요.

하여간 [우리가 오늘 한 말]은 그 중 세번째 단편입니다. 아마 [Dyke Drama]라는 제목에 가장 그럴싸하게 맞는 작품이 아닌가 싶어요. 다시 말해 가장 대책없는 내용이란 말이죠.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의 주인공 클레멘타인은 롤리타 안경을 쓰고 뉴욕 거리를 돌아다니는 20대의 레즈비언입니다. 화가인 여자 친구 이폴리타와 함께 살고 있고 뉴욕에 온 후로 직업을 40번 넘게 바꾸었지요. 이폴리타는 슬슬 여자 친구의 무책임함에 진력이 나려고 하는 중이고 그러는 동안 클레멘타인은 조라는 여자를 만나 데이트를 시작합니다. 한 편 조에겐 간호를 해주어야 하는 중병이 든 삼촌이 있고...

[우리가 오늘 한 말]은 섹슈얼리티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때늦은 성장담입니다. 클레멘타인은 나이만 먹었지, 아직 어린아이나 다름없는 사람입니다. 책임감도 없고 미래에 대한 계획이나 비전도 없으며 자신의 무책임함이 다른 사람들에게 끼치는 부작용에 대한 인식도 없습니다. 클레멘타인의 대책없는 삶은 결국 임계점을 넘어 폭발하기 시작하는데, 영화는 그 부분을 보여주고 있는 거죠.

이 영화의 드라마는 모양 잡힌 내용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전쟁터에서 상처받고 문제들은 방치되며 클레멘타인 역시 엄청나게 성장한 것 같지는 않아요. 하지만 원래 그런 게 하려는 이야기였을테니 분명한 단점은 아니죠.

이 영화를 편히 즐길 수 없는 이유는 다른 데 있습니다. 한마디로 클레멘타인이 맘놓고 몰입해 따라가기엔 정말 짜증이 나는 캐릭터라는 것이죠. 물론 이 역시 영화가 하려고 하던 이야기였지만 그래도 전 주인공이 감정 이입이 될 정도의 기반은 갖추고 있길 바란답니다.

이 영화의 감독/각본가는 존 밀러-몬존. 이름만 보면 남자인 것 같고 뉴욕에서 활동하는 영화감독 같은데, 그 이상의 정보는 없습니다. 다행히도 [우리가 오늘 한 말]엔 남성 감독들의 레즈비언 영화들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노골적인 관음주의적 성향은 별로 없습니다. 도입부에 나오는 베개 싸움은 빼고요. 갑자기 여자들이 늘 베개 싸움만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혼비백산한 챈들러가 떠오르더군요. 이것도 일종의 남성 판타지일까요? :-) (03/07/01)

DJUNA

기타등등

'다이크 드라마'라는 것이 무엇인지 간단히 설명하기로 하겠습니다. 심지어 영화들을 소개한 담당자분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았으니 말이에요. 레즈비언 커뮤니티는 비교적 작고 폐쇄되어 있습니다. 커뮤니티에 소속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잠재적인 데이트 상대이고 모두가 서로를 알고 있다보니 작은 시골 동네를 무대로 한 소프 오페라처럼 복잡하고 숨막히는 멜로드라마와 가십들이 넘쳐나게 되지요. '다이크 드라마'라는 표현은 꽤 넓은 의미를 지니지만 대부분 이 멜로드라마다운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됩니다. 좁은 의미로는 이런 멜로드라마 속에서 레즈비언 커플들이 깨지는 동안 발생하는 끔찍한 난장판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물론 이 단편모음집의 제목은 말장난이지만요. 도움이 되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