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로드리고 가르시아 Rodrigo García

주연
글렌 클로즈....일레인 키너 박사
Glenn Close....Dr. Elaine Keener
카메론 디아즈....캐롤
Cameron Diaz....Carol
칼리스타 플록하트....크리스틴
Calista Flockhart....Christine
에이미 브레너먼....캐시
Amy Brenneman....Kathy
발레리아 골리노....릴리
Valeria Golino....Lilly
캐시 베이커....로즈
Kathy Baker....Rose
홀리 헌터....레베카
Holly Hunter....Rebecca
맷 크레이븐....월터
Matt Craven....Walter
그레고리 하인즈....로버트
Gregory Hines....Robert
미구엘 산도발....샘
Miguel Sandoval....Sam
노아 플레이스....제이
Noah Fleiss....Jay
대니 우드번....앨버트
Danny Woodburn....Albert
로마 마피아....데비
Roma Maffia....Debbie
엘피디아 카릴로....카르멘
Elpidia Carrillo....Carmen
페넬로페 앨런...낸시
Penelope Allen....Nancy

릴리와 크리스틴

[그녀를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것들]은 심지어 캐스팅이 시작되기 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작품입니다. 99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이 영화의 시나리오가 선댄스/NHK 국제 연출가상을 수상하면서부터 로드리고 가르시아가 쓴 시나리오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한 것이죠. 무명 감독의 첫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글렌 클로즈나 칼리스타 플록하트, 카메론 디아즈, 홀리 헌터와 같은 스타들이 떼거지로 달라붙은 것도 그 때문입니다.

영화는 각본을 쓴 로드리고 가르시아에 의해 곧 영화로 만들어졌고, 이 작품은 이번 선댄스에서 첫 선을 보였습니다. 지금은 칸느 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에 출품된 상태고요. 선댄스 때 평은 꽤 괜찮은 편이었는데, 칸느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영화는 다섯 개의 에피소드로 나뉘어져 있으며 모두 엘에이에 사는 독신여성들(에피소드 4에서는 이런 명칭이 먹히는 것 같진 않지만요)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유능하지만 사생활은 엉망인 산부인과 의사, 중절 수술을 받는 은행 매니저, 앞집에 이사온 난쟁이 남자한테 이상한 감정을 느끼는 동화 작가, 죽어가는 레즈비언 애인을 지켜보는 타롯 카드 점쟁이, 맹인인 동생과 함께 사는 LAPD 형사. 이들은 모두 키에슬로프스키의 영화에서 그랬던 것처럼 조금씩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도입부에서 자살한 히스페닉 여성이 마치 색깔 삼부작의 할머니처럼 이들 옆을 슬쩍슬쩍 지나가죠.

요샌 이런 옴니버스 식 이야기가 유행인 모양입니다. 타란티노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겠죠. 하지만 가르시아는 키에슬로프스키의 영향을 더 받은 것 같고 분위기와 주제는 [더 월] 식의 케이블 텔레비전 영화 유행을 더 따르는 것처럼 보입니다.

장르 클리셰로 신나게 놀아보려고 했던 타란티노와는 달리, 가르시아는 꽤 심각한 이야기를 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는 다양한 위치와 입장에 있는 일련의 여성들을 통해 현대 미국을 사는 현대 여성들의 삶을 재조명하려는 꽤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일곱 여성들은 모두 이런 목적을 위해 주의깊게 선정된 사람들이지요.

문제는 가르시아의 이런 야심이 오히려 작품에 방해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의 각본은 꽤 잘 쓰여진 편이나 진실성이 떨어집니다. 잘 캐스팅된 배우들이 모두 멋진 연기를 보여주지만, 시선은 불편할 정도로 밖에서 돌아요. 마치 임상심리학자의 보고서를 읽는 것 같다는 느낌까지 듭니다. 캐릭터 선정이 스테레오 타입과 편견에 바탕을 두고 있는 생각 역시 강하게 들고요. 특히 홀리 헌터가 주연인 두 번째 에피소드가 그렇습니다. 이게 가르시아라는 남성 작가/감독의 한계인 것인지, 아니면 가르시아라는 초보 작가/감독의 한계인 것인지는 잘 모르겠군요.

캐롤과 캐시

개인적으로는 캐시 베이커가 나오는 동화작가 세번째 에피소드가 가장 좋았습니다. 아마 가장 야심이 적고 어떤 것을 '대표'하려는 생각도 없는 작은 이야기였기 때문이겠죠. 칼리스타 플록하트와 발레리아 골리노가 나오는 네번째 에피소드도 주제에서 오는 격렬한 감정 때문에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글렌 클로즈가 나오는 첫번째 에피소드는 정갈하다기보다는 빈약했고, 홀리 헌터가 나오는 두번째 에피소드는 지나칠 정도로 스테레오 타입과 클리셰에 사로잡혀 있었으며, 에이미 브래너먼과 카메론 디아즈가 나오는 마지막 에피소드는 야심만 컸을 뿐 마무리를 제대로 지은 것 같지 않더군요. 게다가 다섯 번째 에피소드 뒤에 나오는 '후일담'은 거의 짜증이 날 정도로 이야기를 망쳐 버렸습니다.

[그녀를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것들]은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지만, 정작 그 가능성을 제대로 활용한 영화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도 늘 기회에 목말라 있는 할리우드의 여성 연기자들에게 좋은 기회를 마련해 준 영화라는 것은 부인 못하겠군요. (00/05/16)

DJUNA

기타등등

이 영화의 작가/감독인 로드리고 가르시아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아들입니다. 5번째 에피소드에 보면 디아즈의 캐릭터가 잠시 [백년 동안의 고독] 책 제목을 관용어처럼 쓰는 장면이 나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