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롭 라이너 Rob Reiner

주연
롭 라이너....마티 디버기
Rob Reiner....Marty DiBergi
마이클 맥킨....데이빗 세인트 허빈즈
Michael McKean....David St. Hubbins
크리스토퍼 게스트....나이젤 터프넬
Christopher Guest....Nigel Tufnel
해리 쉬어러....데릭 스몰즈
Harry Shearer....Derek Smalls
R.J. 파넬....믹 슈림튼
R.J. Parnell....Mick Shrimpton
데이빗 카프....빅 새비지
David Kaff....Viv Savage
토니 헨드라....이언 페이스
Tony Hendra....Ian Faith
준 채드윅....지닌 패티본
June Chadwick....Jeanine Pettibone

롭 라이너의 처녀작 [이것이 스파이널 탭이다]는 다큐멘터리라는 단어를 비튼 두 개의 장르에 속해 있습니다. '로큐멘터리'와 '모큐멘터리.'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이들이 이들 장르에 '속해있다'는 말은 그렇게 맞지 않는 듯 하군요. [이것이 스파이널 탭]은 사실 다큐멘터리의 어휘를 빌려온 일반 극영화니까 어떤 종류의 '다큐멘터리'도 아닙니다. '모큐멘터리'라는 장르에 '속해있다'라는 말도 그렇게까지 어울리지는 않습니다. [이것이 스파이널 탭이다]는 이 장르를 공식적으로 출범시킨 영화니까요.

영화는 스파이널 탭이라는 영국의 헤비 메탈 밴드의 82년 미국 순회 공연을 다루고 있습니다. 60년대에 태어나 이름과 멤버, 장르를 끝도 없이 교체해가며 17장의 앨범을 찍어냈던 이 밴드는 슬슬 내리막길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텔레비전 광고 감독인 마티 디버기의 카메라 앞에서 이들은 무대로 가는 길을 잃거나, 무대 장치가 고장나거나, 밴드 멤버가 폭발하거나 하는 일 따위를 겪으면서 순회 공연을 이어갑니다.

영화는 종종 초현실적인 사건들(스파이널 탭의 드러머 두 명은 말 그대로 무대에서 폭발해 사라지고, 한 명은 자기 구토물에 질식해 죽습니다!)을 끼워넣고, 어떤 때는 전형적인 슬랩스틱 코미디(플라스틱 번데기, 스톤헨지 모형...)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풍자입니다. 사실 지나치게 정곡을 찔러서 오히려 덜 우습다고 할 수도 있죠. 가끔 음악 채널에서 하는 요새 그룹들의 인터뷰나 클립들을 보면, 그들이 특별히 스파이널 탭보다 덜 우스운 존재라고 말하지는 못하겠으니까요. [이것이 스파이널 탭이다]가 그런 인터뷰 클립들과 다른 게 있다면 이 영화가 그런 희극적인 자의식, 우스꽝스러운 작위성, 배꼽잡는 예술적 진부함을 부인하지 않고 전면으로 끄집어낸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스파니얼 탭은 재능없는 얼뜨기들의 집단입니다. 롭 라이너가 그들을 그 이상의 존재로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90분 가까운 시간 동안 영화를 보다보면, 관객들은 그런 노골적인 폭로가 오히려 이 둔한 친구들을 더 귀엽고 친근감 넘치는 존재들로 만들고 있다는 걸 알게 되지요. 예술가로서는 별볼일 없을 지 몰라도 그들은 자기 일에 꽤 진실하며 열정적입니다. 어딘지 모르게 대중 음악계의 에드 우드와 같은 친구들이에요. 물론 관객들은 그들이 벌이는 처절한 해프닝을 보며 웃지만 결국에는 그들을 진심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또 생각해보면 이런 예술 형식에서 얼뜬 허세와 순진한 자의식 같은 것들이 빠지면 또 재미가 없을 겁니다. 대중들 역시 그런 것들을 알고 즐길테고요. 정상적인 지능 지수를 가진 관중들이라면 '록의 정신'과 같은 말들이 얼마나 바람으로 가득 찬 표현인지 알겠지요.

결과적으로 생각해보면 스파이널 탭은 과장된 재능 부족과 텅빈 허세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존재하는 그네들의 동료들만큼이나 충분히 대중에게 봉사하는 사람들입니다. 가공의 그룹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그만큼이나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단순한 가짜 다큐멘터리의 장난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저로서는 이 영화나 스파이널 탭을 '컬트'의 경지로 끌어올린 열광에는 참여하지는 못합니다. 그만큼이나 저와 거리가 있는 대상에 대한 이야기니까요. 그러나 이 영화의 유쾌한 유머와 성격 묘사, 야유섞인 농담과 애정이 결합된 이중적인 코미디가 주는 즐거움은 저 같은 사람들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줍니다. (00/10/18)

DJUNA

기타등등

많은 MGM사의 DVD가 그렇듯 이 스페셜 에디션 버전도 영어 자막이 없더군요. 노래 부분에 있었다면 편했을텐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