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김지운 Kim Ji Woon
논지 니미부트르 Nonzee Nimibutr
진가신 Peter Chan

주연
김혜수....아내
Kim Hye-soo....Wife
정보석....남편
Jeong Bo-seok....Husband
수미니트 판자마와트....간
Suwinit Panjamawat....Gaan
여명....위 페이
Leon Lai....Yu Fai
증지위....천 웨이
Eric Tsang....Chan Wai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쓰리]는 한국, 태국, 홍콩의 세 영화사가 합작해서 만든 호러 옴니버스 영화입니다. 이 장르에서는 무척 흔한 형식이지요. 하지만 아시아의 세 나라에서 합작한 프로젝트라는 점은 아직 새롭고, 고유의 언어를 가진 세 나라 영화의 개성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꽤 흥미로운 영화입니다. 적어도 기획은요.

Memories

첫번째 에피소드인 김지운 감독의 [Memories]는 아내가 실종된 뒤 이상한 환각으로 고통받는 남편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남편의 이야기는 알 수 없는 곳에서 기억상실증에 걸린 채 깨어난 아내의 이야기와 번갈아가며 진행되지요.

[Memories]는 세 에피소드들 중 가장 날씬하고 교활하게 짜여진 작품입니다. 새로울 건 없어요. 이 이야기는 고전적인 귀신 이야기니까요. 기억상실증에 걸린 아내의 이야기도 [식스 센스]에서 대표적인 예를 찾을 수 있는 흔한 트릭입니다. 단지 이 에피소드는 이 단순한 이야기를 그 이상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습니다. 주제의 깊이보다는 포장의 방법과 더 깊이 관련된 듯 해요. 영화를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기억'에 대한 집착도 관객들의 주의를 돌리고 익숙한 이야기에 새로운 관점을 부여하는 역할이 더 강한 듯 하니까요. 뭐, 나쁜 일은 아니죠.

흥미로운 시각적 이미지도 많습니다. 몇 프레임씩 까먹으며 껌뻑껌뻑 안으로 들어오는 유령의 이미지와 같은 것들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반쯤 완성된 신도시의 사막과도 같은 황량한 무개성 역시 전체적인 분위기에 맞게 효과적으로 사용되었고요. 가끔 불필요한 '충격' 요법들이 눈에 들어오고, 몇몇 장면들은 없는 편이 나았겠지만 전체적으로 큰 결함은 없습니다. 아내 역을 연기한 김혜수의 모습을 제가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건, 배우 탓이라기보다는 그 배우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제 탓이겠지요.

Wheel

[Memories]가 현대 공포 영화의 세련됨을 과시하는 작품이라면, 논지 니미부트르의 [Wheel]은 아시아 공포 영화의 원류에서 시작합니다. 한마디로 이 에피소드는 태국 버전 [전설의 고향]입니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아마도 현대인 듯 하지만, 그건 이 고풍스러운 이야기의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이야기는 태국 전통 인형극의 인형에 관련된 저주 이야기입니다. 저주붙은 인형을 훔쳐온 무용극 단원이 한 명씩 인형의 저주에 들려 죽어간다는 내용이죠.

단순한 이야기지만 따라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각본 문제가 아닌가 싶어요. 이 에피소드는 그렇게까지 이야기를 잘 통제하는 편이 아닙니다. 한마디로 산만해요. 에피소드의 길이도 어정쩡한 편이고요. 아마 더 짧았거나, 더 길었다면 이야기가 제대로 된 모습을 찾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도 [전설의 고향] 분위기는 친근하고 서서히 익숙해지는 태국 영화 고유의 어둡고 축축한 느낌도 상당히 강한 매력을 풍기는 편입니다. 문제는 치밀하지 못한 각본과 소재에 대한 다소 직설적인 접근법 때문에 에피소드가 충분한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죠. 조금만 더 야심을 품었다면 좋았을 걸 그랬습니다.

Going Home

마지막 에피소드인 진가신의 [Going Home]은 에드가 앨런 포우의 영향을 받은 19세기 프랑스 작가가 썼을 법한 고딕 로맨스입니다. 한마디로 네크로필리아와 절대 사랑의 결합이죠. 새로 이사 온 아파트에서 아들이 실종되자, 아버지인 형사는 의심스러운 한의사네 집으로 몰래 들어가는데, 알고 봤더니 한의사는 죽은 아내의 시체를 3년 동안이나 보관해놓고 아내가 부활할 날을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Going Home]은 공포물이라기보다는 다소 괴팍한 소재를 다룬 로맨스 영화입니다. 영화도 공포를 자극하는 대신 절박한 두 남녀의 죽음을 초월한 사랑에 더 신경을 쓰고 있고요. 영화는 무섭다기보다는 서글픕니다. 덕택에 세 편의 영화들 중 가장 정서적인 힘이 강한 편이기도 해요. [Memories]처럼 플롯 게임에 상당한 부분을 할애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의 느낌이 줄어드는 건 아닙니다. 크리스토퍼 도일이 잡아낸 푸른 빛의 서글픈 화면 역시 그런 감정을 증폭시키고요.

그러나 각본은 여전히 느슨하게 느껴집니다. 몇 가지 시도는 설계도에 있을 때 생각했던 것만큼 잘 먹히지 않고요. 예를 들어 아이의 실종이 죽은 아내 시체 이야기로 연결되는 아이디어는 그렇게까지 좋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둘은 영화 후반에 자연스럽게 결합되기는 하지만 중간 부분에서는 상당히 큰 장애가 돼요. 대부분의 관객들은 아이의 안전에 신경을 쓰느라 핵심이 되는 로맨스에 집중할 수 없었을테니 말입니다.

세 작품을 전체적으로 놓고 보았을 때 [쓰리]는 분위기 위주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죽음이라는 소재를 공유하고 있지만, 관객들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은 각 에피소드의 무드 변화입니다. [Memories]가 그린 신도시의 차가운 황량함, [Wheel]이 그린 아열대 기후의 축축한 어두움, [Going Home]이 그리고 있는 부패되어 가는 대도시의 퇴락한 느낌과 같은 것들은 이 세 에피소드가 하나로 결합되었을 때 더 강한 힘을 발휘합니다. 전체적으로 적절하게 잘 짜여진 레파토리의 콘서트를 보고 온 느낌이었어요. (02/08/27)

DJUNA

기타등등

제가 봤을 때는 [Wheel]이 먼저 상영되고 그 다음에 [Memories]와 [Going Home]이 이어지더군요. 다른 데서는 어땠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