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리스 (2009) * * *

감독
류승완

주연
정두홍....두홍
케인 코스기....케인
Kane Kosugi....Kane
이경미....프로듀서
황병국....감독
홍혜련....통역
제임스 홍....매니저





케인과 두홍
모토롤라 홍보를 위해 만든 류승완의 22분짜리 단편영화 [타임리스]는, 이재용의 [여배우들]이 그랬던 것처럼, 실제 인물들이 자기 자신을 연기하는 허구의 세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 허구의 세계에서 액션감독 정두홍은 자신의 신작에 캐스팅된 배우 케인 코스기가 플로리다 스턴트 스쿨 시절 제자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의 관계는 그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껄끄럽기 그지 없고, 케인은 그를 기억조차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들의 갈등은 보기보다 복잡한 편입니다. 사실 22분짜리 단편에 넣기엔 지나치게 복잡해서 중간에 프로듀서가 관객들을 위해 정리를 해주어야 하죠. 스포일러지만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정두홍은 플로리다 시절 거의 군대식으로 제자들을 다루었고 케인은 그의 그런 폭압적인 스타일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이런 관계가 대부분 그렇듯, 정두홍은 좋은 기억만을, 케인은 나쁜 기억만을 갖고 헤어졌죠. 그 뒤 케인은 액션 스타가 되었고 정두홍 앞에서 그 성공을 과시하려 합니다. 하지만 그런 액션 스타로서의 지위 때문에 그는 점점 스턴트 더블(정두홍은 액션배우라고 부르고 싶겠지요)의 위치에서 멀어져 갑니다. 모르고 보면 더 재미있을 정보지만 알고 봐도 큰 무리는 없는 정보입니다. 어차피 두 사람은 단순하기 짝이 없는 이들이라 남자들이 회포를 풀 때 동원하는 짧은 의식을 통해 관계를 회복하거든요.

[타임리스]가 그리고자 하는 것은 두 남자의 미묘한 심리가 아닙니다. 원래 그런 게 어울리는 사람들도 아니고요. 영화가 하려는 것은 두 전문가들이 가진 기술과 전문가 정신의 예찬입니다. 아무리 CG나 그밖의 특수효과가 발달한다고 해도 진짜 사람이 자신의 몸으로 보여주는 것이야 말로 변하지 않는 진짜이고 관객들이 인정하는 것도 바로 그런 진정성이라는 것이죠. 여기에는 할리우드의 것과 대비되는 날것의 액션을 선보이는 정두홍 자신의 자신감도 섞여 있습니다.

이런 주제는 대부분 프로듀서와 정두홍의 입을 통해 직접 전달됩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그 전문가 정신이 진짜로 드러나는 부분은 다큐멘터리를 흉내낸 인터뷰 부분이 아니라 후반부의 액션 장면입니다. 정두홍, 케인 코스기 그리고 영화 내내 카메라 뒤에 자신을 숨기고 있는 류승완이 만들어내는 액션은, 평범한 재료로 만들었지만, 한 마디로 끝내줍니다. 진짜 전문가들이란 자신의 실력을 말이 아닌 실력을 통해 보여주는 사람들이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지요. (09/12/01)

DJUNA


기타등등

[나의 결혼원정기]의 황병국 감독이 영화감독으로, [미쓰 홍당무]의 이경미 감독이 프로듀서로 나옵니다. 이경미의 경우는 정말 아마추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응큼하게 연기를 잘해요. 그냥 이 방면으로 나가도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