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마이클 프레스먼 Michael Pressman

주연
피터 갤러거....데이빗 루이스
Peter Gallagher....David Lewis
미셸 파이퍼....질리안 루이스
Michelle Pfeiffer....Gillian Lewis
클레어 데인즈....레이첼 루이스
Claire Danes....Rachel Lewis
로리 포티에....신디 베일즈
Laurie Fortier....Cindy Bayles
웬디 크류슨....케빈 댄포드
Wendy Crewson....Kevin Danford
브루스 앨트먼....폴 윌러
Bruce Altman....Paul Wheeler
캐시 베이커....에스터 윌러
Kathy Baker....Esther Wheeler

1.

2년 전에 요트 사고로 아내 질리안을 잃은 데이빗은 아직까지 죽은 아내와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그러는 통에 한참 힘겨운 나이인 딸 레이첼은 점점 방치되어 가고 이를 보다 못한 질리안의 언니 에스터는 법적인 조치를 취해 부녀를 떼어놓으려 합니다. 데이빗이 딸과 헤어지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질리언의 환상에서 벗어나는 것 뿐입니다. 그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2.

[질리안의 37번째 생일에]의 감독은 마이클 프레스먼이지만 이 영화는 사실 제작자/각색자인 데이빗 E. 켈리의 영화입니다. 프레스먼은 그가 제작한 시리즈 [시카고 호프]와 [피켓 펜시즈]의 연출자이고, 에스터로 나오는 배우는 [피켓 펜시즈]의 캐시 베이커이며, 질리안 역의 미셸 파이퍼는 세상이 다 아는 것처럼 켈리의 아내죠.

저희는 모두 켈리의 작품들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좀 핀트가 빗나간 것 같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켈리가 이런 로맨틱한 이야기에 잘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는 감성보다는 머리가 더 잘 돌아가는 사람이고 사랑 고백보다는 법정 투쟁에 더 적합한 인물입니다. 좋은 작가지만 그런 소재에 정공법으로 접근해 성공할 만한 사람은 아니죠. 이 영화에서 그는 로맨틱해지느라 그의 장점인 논리와 명민함을 다 집어던져 버렸는데, 그 결과 영화는 참 심심해져 버렸습니다.

왜 그 똑똑한 남자가 이런 실수를 저질렀을까요? 아무래도 신혼 기분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하긴 미셸 파이퍼랑 결혼했는데 누군들 안 그러겠어요.

3.

2년 전에 죽은 아내와 아직까지 정신적인 교류를 나누고 있는 남편이라니, 로맨틱하지 않나요? 지나치게 감상적일지는 몰라도, 저희는 이런 소재에 꽤 끌리는 편입니다.

그러나 영화는 감상만으로는 끌어갈 수 없습니다. 아무리 연애영화라도 마찬가지예요. 감상적인 환상이 이쪽에 있다면 그 맞은 편에는 냉정한 현실이 버티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이야기에 어느 정도 뼈대가 서죠.

물론 이 영화는 그런 걸 무시할 만큼 바보가 아닙니다. 작가나 원작자나 감독이나 모두 현실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당연히 그들은 나름대로의 문제거리를 안고 사는 에스터와 폴 부부를 데이빗의 완벽한 환상 세계와 대비시키고 에스터와 폴이 소개해주려는 여성 케빈을 끼워넣습니다. 물론 후반부에는 딸을 잃으냐 마느냐라는 선택의 기로를 첨가하고요.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전혀 먹히지 않습니다. 케빈은 등장하기만 할 뿐 도대체 아무런 역할도 부여받지 못하고 딸을 잃으냐 마느냐의 위기도 후반부 10분 안에 갑자기 해결되니까요. 드라마 구성의 키는 존재하지만 그것들이 전혀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결과 남은 것은 끝도 없는 감상 뿐입니다.

4.

피터 갤러거가 나쁜 배우라는 말은 아니지만 그는 결코 좋은 첫인상을 주는 사람도 아닙니다. 미스 캐스팅이었을까요? 죽은 사람과 중얼중얼 대화를 나누는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니 너무 멀쩡하게 생기면 곤란하겠지요. 그러나 갤러거보다 조금 친근한 이미지의 배우가 관객들에게 더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군요.

가장 좋았던 배우는 클레어 데인즈입니다. 사실 미국 영화계에서 데인즈만큼 고민많은 틴에이저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배우는 없죠. 이 영화에서도 데인즈는 잘해냅니다. 하지만 각본이 따라 주지 않습니다.

캐시 베이커가 연기한 에스터는 [피켓 펜시즈]의 질이 이름만 바꾸어 튀어나온 것 같군요.:-)

미셸 파이퍼는...멋진 유령이며 적역입니다. (98/06/20)

D&P

기타등등

이 영화에서 클레어 데인즈의 상대역으로 나오는 친구는 요새 잘 나가는 프레디 프린즈 주니어입니다. 저희도 볼 때는 몰랐는데 오늘 IMDb를 뒤지다보니 이 친구의 이름이 나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