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임대웅

주연
오미희....박여옥
서영희....미자
여현수....세호
이지현....순희
유설아....은영
박효준....달봉
이동규....명호
장성원....정원

미자와 여옥

지금은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는 전직 초등학교 교사인 여옥의 외딴 집에 옛 제자들이 방문합니다. 이들은 옛 스승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였지만 사실 속내는 좀 다르죠. 다들 여옥의 반에 있으면서 입은 정신적 상처로 평생을 앓아온 사람들이거든요. 게다가 집 근처에서는 여옥의 기형아 아들이거나 그 아이의 유일한 친구인 듯한 토끼 가면을 쓴 살인마가 사람들을 학살하고 다닙니다. 전화선은 끊겼고 휴대전화도 걸리지 않아요.

네, 모범적인 슬래셔 영화의 설정이지요. 아마 여러분은, 이 장르의 평작들이 대부분 그렇듯, 이 영화의 이야기가 작위적이고 어색하다고 생각하시겠죠. 하필이면 희생자들만 모인 생일 파티도 그렇고, 이야기와 주제를 산만하게 흐트러뜨리는 토끼 살인자도 그렇고요. 근데 사실 그렇지는 않습니다. 영화 후반에 하나의 반전이 제시되고 그를 통해 보다 이치에 맞는 진상이 드러나거든요. [스승의 은혜]는 매스컴을 통해 발표된 설정집보다는 이치에 맞고 설득력도 있으며 스펙트럼도 넓은 영화입니다.

게다가 [스승의 은혜]는 꽤 감이 살아 있습니다. 영화는 단순히 칼질만 하지는 않아요. 영화는 신체 손상과 고문에 대한 꽤 많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고 그걸 성실하게 영화에 투영하고 있습니다. 다소 산만하게 흩어지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가학적인 그랑 기뇰의 분위기도 잘 먹혀요. 캐릭터들은 평면적이지만 오미희나 서영희 같은 배우들이 빈 부분을 적절하게 채워주는 편이고요. 특히 오미희의 선생 역은 설득력 있어요. 시스템 내에서 적당히 남들 하는 대로 하면서 살다가 무신경하게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고 그걸 끝까지 눈치채지 못하는 사람이지요. 분위기가 대충 짐작 가죠?

[스승의 은혜]는 긴 머리 여자 귀신이 등장하지 않는 한국 호러영화입니다. 희귀종이죠. 그렇다고 이 영화가 엄청난 장르 도전을 하고 있느냐. 그건 아닙니다. 이 영화의 종착지는 8,90년대에 유행이던 할리우드식 슬래셔 물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스크림] 아류작들이 날뛰던 2000년이었다면 진부하고 따분한 영화 취급을 받았을 거예요. 하지만 긴 머리 여자 귀신들에게 몇 년 동안 시달리다 보니 같은 내용이라도 꽤 신선해 보입니다.

그러나 한계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우선 형식만 따진다면 여전히 진부한 영화예요. 단지 학교와 교사의 폭력이라는 주제를 직접적으로 다루었다는 것 때문에 조금 튀어 보이는 것뿐이죠. 그리고 그 주제를 끝까지 몰아붙인 것도 아니에요. 마지막 진상은 이치에 맞지만 그만큼 약하기도 하죠. 요란하게 고함을 지르며 항의를 하다가 갑자기 체면을 차리며 뒤로 빠지는 거죠. 마지막 대결은 지나치게 신파적인 설교 분위기에 빠져 있고요. 후반의 국면 전환이 비교적 타당한 설명을 제시해주어도 본편의 이야기가 산만하고 정신없는 건 바뀌지 않습니다. 결정적으로 반전을 끌어가는 트릭이 유명한 모 할리우드 영화랑 지나치게 닮았어요. 닮아도 너무 닮아서 차용을 넘어 노골적인 패러디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그 때문에 후반부에선 전혀 집중이 되지 않더군요. (06/07/26)

DJUNA

기타등등

이 영화의 공식 영어 제목은 [To Sir With Love]. [스승의 은혜]와 대응되는 영어 노래를 찾으려 했다는 건 알겠는데, 여자 선생에 대한 영화에서 이 제목은 좀 안 맞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