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미셸 공드리 Michel Gondry
레오 카락스 Leos Carax
봉준호 Joon-ho Bong

주연
후지타니 아야코....히로코
Ayako Fujitani....Hiroko
카세 료....아키라
Ryo Kase....Akira
드니 라방....메르드
Denis Lavant....Merde
장 프랑스와 발메....볼랑드 변호사
Jean-François Balmer....Maître Voland
아오이 유우....피자배달부
Yû Aoi....The pizza girl
카가와 테루유키....히키코모리
Teruyuki Kagawa....The hikikomori



[도쿄!]는 미셸 공드리, 레오 카락스, 봉준호가 도쿄를 무대로 만든 옴니버스 영화입니다. 이런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 이들 작품 사이엔 의도적인 연관성은 없습니다. 제목 옆에 붙은 별점들도 큰 의미가 없고요.

'아키라와 히로코'

미셸 공드리의 [아키라와 히로코]의 주인공은 무명 영화감독인 남자친구를 따라 도쿄로 올라온 히로코라는 여자입니다. 동창생의 좁아터진 아파트에 남자친구와 함께 머물고 뒷바라지를 하던 히로코는 점점 자신의 존재 의미가 하찮고 의미없다고 느끼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히로코는 갑작스러운 신체변화를 체험하게 되는데...

가브리엘 벨의 단편소설을 각색한 이 영화는 공드리의 전작들이 그런 것처럼 발랄하고 괴상합니다. 아무런 설명없이 찾아온 히로코의 운명은 어처구니없지만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스토리 안에 녹아있지요. 그 의미 자체는 가볍지만, 영화는 관객들이 히로코의 감정에 몰입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짜놓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변신 과정은 소박한 특수효과에도 불구하고 무척 매력적이더군요.

원작은 원래 뉴욕을 무대로 하고 있다지만, [아키라와 히로코]는 이 영화에 수록된 단편들 중 도쿄라는 공간을 가장 정밀하게 탐구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하긴 기반이 되는 설정 자체는 뉴욕이나 도쿄나 비슷하겠죠. 여기에 구체적인 비주얼을 입혀 구체화시키는 것이 감독의 몫인데, 공드리는 이를 성공적으로 해내고 있습니다.

'메르드'

레오 카락스가 감독한 [메르드]의 타이틀롤은 도쿄 하수도에서 살면서 가끔 지상으로 튀어나와 시민들을 공포로 몰아넣는 괴인입니다. 일종의 미니 고질라죠. 어느 날 그는 하수도에 숨겨져 있던 폭탄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체포됩니다. 그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유일한 변호사가 프랑스에서 도착하고 드디어 세기의 재판이 시작됩니다.

[메르드]는 [도쿄!]에서 가장 센 작품입니다. 야만적이고 난폭하고 무례하고 폭력적이죠. 외국감독이 일본으로 초청받아 만든 영화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노골적이고 흉악한 욕설들이 일본과 일본인들에게 날아듭니다. 이 욕설 자체는 순전히 사람들을 자극하기 위해 디자인된 것이지만, 그 밑에는 화려한 현대 도시 밑에서 시체처럼 썩어가는 일본 군국주의의 과거에 대한 비판이 숨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형식적으로 영화는 20세기 초반에 만들어진 부조리 연극과 같습니다. 논리는 파괴되고 비명과 괴성이 요란합니다. 드니 라방과 장 프랑스와 발메가 엉터리 언어로 대화를 주고받는 걸 보면 그냥 기가 막힐 지경이지요. 하지만 그 말도 안 되는 장면이 노련한 베테랑에 의해 연기되다보니 거의 감동적으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흔들리는 도쿄'

봉준호의 [흔들리는 도쿄]는 세 편 중 가장 정상적이고 얌전합니다. 조금만 무리해서 넣으면 로맨틱 코미디의 장르 안에 넣을 수 있을 정도죠. 이 영화의 주인공은 10년 째 아파트에 박혀 사는 중년의 히키코모리인데, 어느 날 가터 벨트를 찬 예쁜 피자 배달부 아가씨에게 반해 바깥 세상으로 나오게 됩니다.

영화는 한국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뻔한 일본 이미지 세 개를 엮었습니다. 히키코모리와 지진 그리고 아오이 유우. 결코 도전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요.

하지만 이 영화는 다른 두 영화에는 없는 조용한 매력이 있습니다. 주인공은 익숙한 길을 가지만 그 길은 봉준호 특유의 섬세한 디테일로 치장되어 있습니다. 결말을 맺는 작품치곤 좀 가볍긴 하지만 그래도 영화의 종말론적 분위기를 고려해보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 같아요. (08/10/15)

DJUNA

기타등등

영화의 한국 예고편은 많이 안 좋습니다. 적어도 [흔들리는 도쿄]의 경우에는요. 예고편을 보고 영화를 보면 김빠지는 구석이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