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미 Tommy (1975) * * 1/2

감독
켄 러셀 Ken Russell

주연
로저 달트리....토미 워커
Roger Daltrey....Tommy Walker
올리버 리드....프랭크 홉즈
Oliver Reed....Frank Hobbs
앤-마그렛....노라 워커 홉즈
Ann-Margret....Nora Walker Hobbs
엘튼 존....핀볼 위자드
Elton John....Pinball Wizard
에릭 클랩튼....전도사
Eric Clapton....Preacher
키스 문....어니 아저씨
Keith Moon....Uncle Ernie
폴 니콜라스....케빈
Paul Nicholas....Cousin Kevin
잭 니콜슨....전문의
Jack Nicholson....The Specialist
로버트 파웰....워커 대위
Robert Powell....Captain Walker
티나 터너....애시드 퀸
Tina Turner....Acid Queen

이번에도 제 영역과 전혀 무관한 영화입니다. 전 The Who의 오리지널 앨범에 대해서도, 영화와 오리지널의 차이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전혀 없습니다. 그러니 영화가 원작을 망친 건지 아니면 오히려 질을 높였는지 알 리가 없죠. 굴러다니는 평을 읽어보면 '망쳤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는 것 같습니다만, 러셀이라는 남자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과연 그게 정말로 망쳤다는 말인지 아니면 러셀 식의 악취미를 더했다는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내용은 대부분 아시리라 믿습니다. 아버지가 계부에게 살해당하는 걸 본 뒤로 눈멀고 귀먹고 벙어리가 된 주인공 토미는 핀볼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여 챔피언의 자리에 오릅니다. 나중에 시력과 청력을 되찾은 토미는 사이비 종교의 교주 수준에 오르지만 토미의 '종교'는 점점 상업화에 물듭니다.

사실 전 이 내용에서 아무 것도 그럴싸한 걸 찾지 못하겠습니다. 그렇게 독창적이지도 않고요. 70년대엔 이런 사이비 메시아 이야기가 참 많이 나왔지요. [토미]도 그런 여러 예들 중 하나일 뿐입니다. 토미가 개안에 이르는 핀볼이라는 도구는 조금 색다릅니다만 그렇다고 핀볼이 정말 어떤 의미있는 도구 노릇을 하는 건 아니에요.

그렇다면 내용 따위는 딱 무시하고 켄 러셀 특유의 악취미를 즐겨봐? 근데 이 영화에선 그의 악취미도 그렇게 잘 살아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의 작곡가 전기 영화가 [토미]보다 튀죠. 러셀의 전기 영화는 19세기라는 예스러운 시대와 러셀의 20세기식 스타일이 그럴싸하게 충돌하기라도 하니까요. 그러나 The Who의 지극히 20세기식 음악 속에서 러셀의 스타일은 그냥 녹아버립니다. 여전히 요란스럽고 야하지만 별다른 충격은 없어요. 그냥 자연스럽습니다.

러셀이 이 소재를 얼마나 진지하게 다루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눈에 확 뜨이는 건 없네요. 하지만 비디오 CD의 칙칙한 화질로만 봤던 영화를 텔레비전으로 다시 보니 화면이 더 삐까뻔쩍해 보이긴 해요.

록 오페라라고 하는 장르를 영화에 결합시키는 작업에도 그렇게 성공한 것 같지도 않습니다. 하긴 이 장르를 영화 속에 쑤셔넣는 것이 상당히 어렵긴 합니다. 음악이 너무 강해서 감독이 자체의 리듬과 같은 기초적인 것도 확보하기 힘드니까요. 러셀보다 훨씬 기술적으로 능란한 감독인 알란 파커가 [에비타]에서 얼마나 버버거렸는지 생각해보세요. 게다가 러셀은 결코 좋은 테크니션이 아니지 않습니까? 또 모두에게 처음이기도 했고요.

그렇다고 음악만 즐길까요? 글쎄요. The Who의 팬들은 이 영화의 사운드 트랙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오리지널이 더 나은가? 그건 모르겠군요. 하지만 저한테 그렇게 어필하는 곡은 없었어요. 음악 자체의 탓인 건지, 아니면 이 영화의 사운드 트랙에 문제가 있는 건지...

그리고 그렇게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하는 배우들, 그러니까 올리버 리드나 잭 니콜슨 같은 사람들에게 노래를 시킨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하긴 잭 니콜슨이 '뮤지컬'에서 '노래' 부르는 걸 보는 것도 상당히 희귀한 경험입니다만.)

에릭 클랩튼이나 티나 터너, 엘튼 존은 물론 올리버 리드보다 노래를 잘 부릅니다. 엘튼 존의 [핀볼 마스터]를 부르는 장면은 록 콘서트와 같은 진짜 흥분도 느껴지고요. 괜찮아요. 하지만 클랩튼의 출연 장면은 음악과 화면이 따로 놀고 티나 터너가 나오는 애시드 퀸 장면은 설명이 너무 부족해서 왜 갑자기 그 사람이 나왔는지도 모르겠더군요.

배우는? 로저 달트리는 당연히 (!) 올리버 리드보다 노래를 잘 부르고 밥 겔도프보다는 훨씬 좋은 배우입니다. 하지만 전 이 사람의 젊은 시절 모습만 보면 괜히 웃음이 나와요. 앤-마그렛도 괜찮은 배우+가수고 러셀식 오버액팅에도 어울리지만... 글쎄요, 이 캐릭터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리드는 노래는 못 부르고... 에헴, 이 배우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그만 두죠. 그렇게 좋아하는 배우는 아니니까.

[토미]는 여전히 러셀의 가장 유명한 영화로 남아있지만, 적어도 제가 보기엔 가장 잘 만든 러셀 영화도 아니고 가장 러셀 식 악취미가 넘쳐나는 작품도 아니며 가장 충격적인 작품도 아닙니다. 심지어 그 점잖다는 [말러]도 [토미]보다 백배는 더 충격적이고 러셀 식으로도 더 재미있어요. 이 영화는 러셀의 '영화'로보다는 70년대라는 괴상한 시대의 유물로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99/08/14)

DJUNA


기타등등

A&C엔 자막 편집증에 걸린 사람이 하나 있는 모양입니다. 조금이라도 화면에 자막이 없으면 서운한지, 죽어라고 [토미 : 최초의 록 오페라], [토미 :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 따위의 쓸데없으면서도 지독하게 커다란 자막들을 삽입하는데, 한마디로 미치겠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