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샹탈 아케르망 Chantal Akerman

주연
실비 테스튀....샤를로트
Sylvie Testud....Charlotte
오로르 클레망....카트린느
Aurore Clément....Catherine
장-피에르 마리엘....포페르닉
Jean-Pierre Marielle....Popernick
나타샤 레니에....임산부
Natacha Régnier....La femme enceinte
루카 벨보....들라크르 씨
Lucas Belvaux....M. Delacre
도미니크 레몽....들라크르 부인
Dominique Reymond....Mme Delacre
엘사 질베르스틴....미셸
Elsa Zylberstein....Michèle

카트린느와 샤를로트

[이사소동]의 주제는 버지니아 울프의 [나만의 방]과 거의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여성의 글쓰기와 그를 위한 공간요. 샹탈 아케르망이 정말 울프의 책을 다시 꺼내 읽다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그 주제를 표출하겠다고 마음먹은 건지도 모르죠.

영화는...제목 그대로 이사에 대한 것입니다. 주인공 샤를로트는 돈 때문에 포르노그래피를 쓰는 작가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모든 에로틱한 환상과 자극이 건조한 직업의 재료가 되어 버렸는데, 적성이 아닌지 일도 제대로 풀리지 않아요. 그렇지 않아도 고민투성이인 샤를로트의 삶은 아빠가 죽은 뒤 샤를로트의 아파트로 이사온 엄마 카트린느 때문에 더 엉망이 됩니다. 어떻게든 더 넓은 아파트로 이사를 가거나 직업을 위한 다른 장소를 찾아야 할 판이에요. 결국 샤를로트는 아파트를 내놓기로 작정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샤를로트의 집을 찾아옵니다. 그러는 동안 샤를로트의 포르노 소설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대화들한테서 재료를 얻어 조금씩 자라가고요.

어떻게 보면 [이사소동]은 모범적인 여성영화제용 영화입니다. 고전적인 페미니즘의 주제들이 굉장히 모범적인 방식으로 해석되고 이용되고 있지요. 영화는 여성간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여성이 예술 행위를 통해 어떻게 자신의 욕망을 표출하는가에 대해 연구해보고, 가부장적 체제에서 벗어난 여성만의 대안적 가족의 형태를 상상해보이기도 합니다. 결국 영화는 일종의 대안적 유토피아를 그리면서 끝이 나요.

[이사소동]은 목소리를 높이는 영화가 아닙니다. 오히려 정반대지요. 이 영화의 모든 이야기들은 너무나도 수월하게 흘러갑니다. 나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예의바르고 친절하고요. 그러나 교과서적인 건 마찬가지입니다. 이 영화의 갈등과 사색은 모두 처음부터 주어진 주제와 메시지에 의해 재단되고 있지요. 종종 아케르망은 코미디라는 장르를 영화의 비현실적인 수월함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어요.

뭐, 그렇게 이용될 수도 있겠죠. 문제는 이 영화가 좋은 코미디가 되기엔 모자라는 점이 많다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니 아케르망의 코미디 영화를 코미디로서 즐겁게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아케르망은 정말로 좋은 코미디 작가는 아니에요. 단지 코미디를 쓰고 싶어하는 좋은 예술가일 뿐이죠. 이 사람의 코미디 영화들은 지나치게 프랑스식으로 지적이고 의무감에 가득 차 있어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와야 할 유머가 어느 순간 굳어져버립니다. 그 때문에 많은 농담들이 대책없을 정도로 어색해요.

그래도 영화가 여전히 꽤 귀엽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군요. 특히 풍경처럼 찰랑거리는 샤를로트와 카트린느의 모녀 관계는 사랑스럽고 섬세하게 묘사되고 있어요. 실비 테스튀와 오로르 클레망은 모두 좋은 배우이고 둘이 참 잘 어울리기도 합니다. 참, 중반 이후 등장하는 나타샤 레니에와 엘사 질베르스틴을 보고 반가워하는 분들도 있겠네요. (04/04/05)

DJUNA

기타등등

포르노 작가 샤를로트의 수난기는 할 하틀리의 [아마추어]와 조금 닮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