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플갱어 2 Trance (1998) * * 1/2

감독
마이클 앨머레이다 Michael Almereyda

주연
앨리슨 엘리엇....노라/니암
Alison Elliott....Nora/Niamh
재러드 해리스....짐
Jared Harris....Jim
레이첼 오룩....앨리스
Rachel O'Rourke....Alice
로이스 스미스....페리터 부인
Lois Smith....Mrs. Ferriter
크리스토퍼 워큰.....빌 페리터 삼촌
Christopher Walken....Uncle Bill Ferriter
제프리 골드슈레이프....짐 주니어
Jeffrey Goldschrafe....Jim, Jr.
시니드 돌란....노라의 어머니
Sinead Dolan....Nora's Mother
레이나 페이그....어린 노라
Raina Feig....Young Nora
폴 페리터....조/니암의 철기시대 연인
Paul Ferriter....Joe/Niamh's Iron Age Lover
니암 돌란....철기 시대 니암
Niamh Dolan....Iron Age Niamh

감각적인 흡혈귀 영화 [나쟈]를 끝낸 마이클 앨머레이다는 곧 두 번째 호러 영화에 착수했습니다. 그 호러 영화 제목은 [미이라]가 될 예정이었어요. 하지만 같은 제목의 브랜든 프레이저 주연의 영화가 여름 시즌 개봉으로 제작되고 있었지요.

결국 앨머레이다의 영화는 할리우드 버전 [미이라]에 밀려 쫓겨나고 말았습니다. [트랜스] 또는 [이터널 The Eternal]로 제목이 바뀌어서 비디오 시장으로 직행한 것이지요. 운이 참 없었던 영화예요.

그렇다면 이 영화는 부당하게 무시당한 작품일까요?

에헴... 뭐라고 말해야 하나... 대부분의 호러 팬들은 이 영화를 안봐도 특별히 놓치는 게 없을 겁니다. [나쟈]를 보고 마음에 안든 사람이라면 이 영화도 싫을 거예요. 그러나 [나쟈]가 마음에 든 사람이라면 이 영화도 꽤 즐겁게 볼 수 있죠.

다시 말해 [트랜스 ([도플갱어 2]라는 출시제는 사용하지 않겠습니다)]는 [나쟈]의 감독이 만들 것 같은 바로 그런 호러 영화입니다. 옛 호러 영화의 스토리를 별 생각 없이 끌어다 쓰고 있고, 사방에서 싱거운 유머가 남발하며, 결정적으로 아무도 이 설정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죠. 각본은 심각한 척 '사랑의 완성' 어쩌구에 대해 떠들고 있지만 정작 그런 데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스크림]처럼 의식적으로 호러 클리셰를 분석하거나 놀려대는 것도 아니고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노라와 짐은 알콜 중독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커플입니다. 그들은 아들 짐을 데리고 노라의 친정이 있는 아일랜드로 가죠. 그런데 친정에 사는 삼촌인 페리터 교수는 늪지에서 퍼낸 드루이드 마녀의 미이라를 지하실에 보관하고 있네요. 마녀의 미이라는 노라의 모습으로 살아나고 노라는 마녀와 영혼이 뒤섞이기 시작합니다.

전작 [나쟈]에서 썼던 소재들이 [트랜스]에도 사용됩니다. 사실 스토리도 특별히 다를 게 없죠. 흡혈귀를 드루이드 마녀로 바꾸고 레즈비어니즘을 지운다면 [트랜스] 비슷한 게 나옵니다. 단지 이번엔 앨머레이다도 줄거리에 더 신경을 쓴 것 같더군요. "이게 줄거리에 신경 쓴 거야?"라고 비명지르시는 분들도 계실텐데, 거의 몽유병적이었던 [나쟈]와 비교하면 [트랜스]는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 같습니다.

스타일에 목숨 걸었던 [나쟈]만큼은 아니지만 [트랜스]도 앨머레이다 특유의 몽환적인 스타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그의 픽셀비전에 대한 집착은 이 영화엔 나오지 않습니다. 회상신에 사용되는 16밀리 블로우업 화면이나 슬로우모션은 남아 있지만요.

[트랜스]에서 쓸만한 것은 대부분 앨머레이다 특유의 나른한 호러 조각들입니다. 특히 제가 좋아하는 것은 레이첼 오룩이 연기한 어린 소녀 앨리스입니다. 네, 전 괴기스러운 꼬마에 정신을 쉽게 빼앗기는 경향이 있죠. 하지만 앨리스의 로맨틱한 분위기는 정말 괜찮답니다. 앨리스의 우울한 나레이션과 고딕풍의 제스쳐는 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나쟈]에도 있었던 싱거운 유머들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마녀가 노라의 옛 남자 친구 조를 공격하려고 하자 갑자기 지금까지 언급도 없었던 정원사가 마녀를 총으로 쏘죠. 도대체 어디서 왔냐고 짐이 묻자, 이 남자 가라사대: "정원이 없다고 정원사가 없으라는 법 있소?" 네, 영화 전체가 그런 식이에요. 이 영화에서 호러 장르 공식은 시간 되면 그냥 따라해야 할 그저 그런 규칙에 불과합니다. 도플갱어 소재 역시 쌍둥이 코미디처럼 사용되고요. 마녀 술취하게 하기 같은 건 진지한 척 하는 코미디고, 할머니가 노라에게 진상을 털어놓는 장면에도 별다른 진지함이 없습니다.

"그럼 이게 도대체 뭐야?"라고 물으시는 분들이 계시겠지요. 글쎄요. 정말 뭘까요? 아마 이렇게 대답할 수 있겠지요. 저처럼 이 싱거운 느낌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고요. :-) (00/07/13)

DJUNA


기타등등

어디서 극장 개봉되었냐고 묻지 마시길. 전 그냥 비디오 커버를 믿었을 뿐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