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로렌 히멜 Lauren Himmel

주연
앤지 레드먼....케이시 올슨
Angie Redman....Casey Olsen
니나 랜디....알렉스 바렛-로젠버그
Nina Landey....Alex Barrett-Rosenberg
리사 아포슬....카르멘 밀러
Lysa Apostle....Carmen Miller
로버트 하트....숀 올슨
Robert Harte....Shawn Olsen
숀 니....앤드루 올슨
Shawn Nee....Andrew Olsen
아넷 밀러....올슨 부인
Annette Miller....Mrs. Olsen
리처드 스니....올슨 씨
Richard Snee....Mr. Olsen
린다 로빈슨....캐시 터커
Linda Robinson....Cathy Tucker
모건 네빈스....한나 터커
Morgan Nevins....Hannah Tucker
로버트 펨버튼....제레미 터커
Robert Pemberton....Jeremy Tucker
기디언 배너....데릭 랜든
Gideon Banner....Derek Landen
리처드 프레이저....지미 랜든
Richard Frazier....Jimmy Landen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알렉스와 케이시

케이시 올슨은 그럭저럭 괜찮은 삶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집 대신 쓰고 있는 요트도 있고 직업으로 택한 뱃일도 맘에 들고 여자 친구 알렉스와의 관계도 좋고요.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은 가족과 연관 없이 따로 살 때나 해당되는 말입니다. 뉴 잉글랜드의 상류 사회에 속해있는 올슨 가족의 눈으로 보면 케이시는 어디서 튀어 나왔는지 알 수 없는 괴물입니다. 특히 케이시의 엄마는 곱게 키운 딸이 왜 배나 만지면서 여자랑 살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죠.

여기서 이런 영화들의 전형적인 갈등이 발생합니다. 케이시는 여자 친구를 가족들에게 소개시키고 싶지만 엄마를 설득시킬 수가 없습니다.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는 명절은 명절 특유의 갈등 덕택에 오히려 험악하기 짝이 없고요. 이야기가 본격적인 궤도로 접어든 크리스마스 시즌도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비교적 고정된 설정이지만, [트레딩 워터]의 감독 로렌 히멜은 올슨 가족의 갈등을 사실적이고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겠지만, 이 영화엔 명확한 결말이 없습니다. 케이시와 가족의 갈등은 영화 속에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긴 하지만 해결되지도 않고 심각한 파국으로 빠지지도 않죠. 그들은 영화가 끝날 무렵에도 여전히 서로에게서 멀찌감치 떨어져 서서 불편하고 겉도는 관계를 유지합니다.

히멜은 이런 영화들이 쉽게 빠질 수 있는 이분법도 예절바르게 피해가고 있습니다. 올슨 부인 같은 캐릭터는 속좁은 악당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히멜은 이 캐릭터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이해의 문을 열어줍니다. 가족의 다른 멤버들이 보여주는 반응도 믿을만 하고요.

하지만 히멜이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삽입한 몇몇 설정들은 기대했던 것만큼의 기능을 못합니다. 스토리의 기본 약속인 "알렉스가 크리스마스 만찬에 초대될 것인가?"는 특별한 클라이맥스도 만들어내지 못한 채 비교적 싱겁게 결말 지어집니다. 알렉스가 케이시의 애인이고 동시에 케이시의 동생 앤드루의 카운셀러라는 우연의 일치는 설득력이 부족하고 이런 식의 담담한 이야기와도 잘 어울리지 않습니다. 다른 가족 멤버들의 갈등들도 조금씩 겉도는 것 같고요.

전체적으로 히멜이 너무 조심스러워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영화의 가족 묘사는 정확하고 기본 갈등엔 진실성이 느껴지지만, 그런 조심성 때문에 드라마가 충분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거죠. 스토리를 고려해보면 조금 더 통속적이 되어도 될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듭니다. 적어도 진솔한 드라마와 기계적인 멜로드라마의 경계선에 어정쩡하게 걸터앉아 있다는 느낌은 덜했겠지요. (03/03/04)

DJUNA

기타등등

이 영화에서 커밍아웃한 게이 배우는 케이시 역의 앤지 레드먼이 아니라 알렉스 역의 니나 랜디랍니다. DVD 오디오 코멘터리에서 "I'm butch on the inside"라고 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