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권형진

주연
유해진....정철민
진구....김영호
지수원....오가원
이채영....샛별
이준하....다영

영호와 철민

지금까지 트럭 운전사 철민에겐 문제거리라고는 단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1)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외동딸 다영이 심장병을 앓고 있다는 것이죠. 딸의 심장이식을 위해 도박판에 뛰어든 그는 (2) 사기도박에서 전재산뿐만 아니라 유일한 밥벌이수단인 트럭까지 날립니다. (3)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조폭두목의 살인현장을 목격한 그는 딸 수술비를 벌기 위해 (4) 그 시체들을 버리는 데 협조하게 되지요. 그러다 길 중간에 경찰제복을 입은 남자를 한 명 태우는데, (5) 그 사람이 하필이면 도주 중인 연쇄살인마 영호였던 겁니다. 산 넘어 산!

트럭으로 야채 운반해 먹고 살던 평범한 남자에겐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벌써 다섯입니다. 영호와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몇 개 더 생기고요. 당사자에겐 끔찍한 일이지만 스릴러 영화를 만들려는 영화쟁이들에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습니다. 이런 영화에서 주인공은 고생을 해야 맛이죠.

그러나 스릴러 영화는 고생의 조건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완성되지 못합니다. 그걸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야죠. 딱하게도 [트럭]은 문제를 만들어내기만 했지, 해결방도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전혀 없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검문장면을 보죠. 주인공은 시체들이 실린 트럭에 연쇄살인마와 함께 타 있습니다. 이미 다른 차가 뒤에 있기 때문에 퇴로도 없습니다. 경찰이 다가옵니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지도 잘 모릅니다... 피가 말리죠? 하지만 정작 영화가 이 서스펜스를 해결하는 과정은 안이하기 짝이 없습니다. (때마침 비슷한 트럭이 갑자기 나타나 검문소를 뚫고 달아난답니다! 알고 봤더니 음주운전 차량이라나!) 새로운 아이디어는 단 하나도 없고 기껏 생각해낸 해결책이라는 건 거의 반칙수준이지요. 문제는 허탈하기 짝이 없는 이런 식의 해결책이 영화 내내 지속된다는 것입니다. 그 중 가장 흉악스러운 것은 영화 말미에 국면 전환용이라고 만들어낸 반전인데, 이건 정말 주인공들뿐만 아니라 관객들의 지성까지 모욕하고 있습니다.

다시 보니, 영화의 문제점은 해결책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문제 자체도 그렇게 좋지 못해요. 홍보사에서 비교용으로 내세우고 싶어하는 [추격자]와는 달리, 영화는 현실적인 상황을 만들어내는 데 단 한 번도 성공한 적 없습니다. 위에서 언급된 (4)번을 한 번 보죠. 딸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뭐든지 할 트럭 운전사가 있다고 칩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전문 범죄자라면 자기 목숨이 날아갈지도 모르는 시체 운반일에 그 남자를 고용하겠습니까? 아니면 이미 상황 훈련이 된 부하들을 시키겠습니까?

연기는 그냥 그렇습니다. 특히 진구의 연쇄살인범은 많이 지겹습니다. 눈에 힘주고 옆으로 째려보는 연기는 왜 이렇게 많이 나오는지. 하지만 꼭 배우 탓이라고 말을 할 수 없는 것이, 관점을 엄청 신선하게 잡지 않는 한 연쇄살인범 캐릭터는 처음부터 단순하고 지루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한니발 렉터를 보고 속지 말라고요. 연쇄살인마라라고 해서 모두 르네상스 예술에 조예가 깊은 천재 심리학자인 건 아닙니다.

[트럭]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러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재료를 과대평가하고 주어진 문제에 무성의하게 대처하다 보니 이것도 저것도 아닌 맥빠지는 영화가 나오고 말았죠. 스릴러 영화를 만들면서 머리를 쓸 생각이 전혀 없었다면 문제가 심각한 거예요. (08/09/09)

DJUNA

기타등등

[우린 액션배우다]를 보신 분들은 영화 중반의 추격전 장면을 보세요. 익숙한 얼굴들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