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존 호우 John Hough

주연
메리 콜리슨....마리아 겔혼
Mary Collinson....Maria Gellhorn
마들레인 콜리슨....프리다 겔혼
Madeleine Collinson....Frieda Gellhorn
피터 쿠싱....구스타프 바일
Peter Cushing....Gustav Weil
데니스 프라이스....디트리히
Dennis Price....Dietrich
이자벨 블랙....잉그리드 호퍼
Isobel Black....Ingrid Hoffer
캐슬린 바이런....카티 바일
Kathleen Byron....Katy Weil
대미언 토머스....카른스타인 백작
Damien Thomas....Count Karnstein
데이빗 워벡....안톤 호퍼
David Warbeck....Anton Hoffer
하비 홀....프리츠
Harvey Hall....Franz
카티아 와이스....미르칼라 백작부인
Katya Wyeth....Countess Mircalla
알렉스 스코트....헤르만
Alex Scott....Hermann

겔혼 쌍둥이

[뱀파이어 연인들]이 짭짤한 성공을 거두자 해머 영화사는 유익한 교훈을 하나 얻었습니다. 모델 출신 여자 배우들에게 야한 옷을 입히고 흡혈귀 송곳니를 달아주면 크리스토퍼 리와 같은 스타 없이도 상업성 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죠. 결과는 [뱀파이어 연인들]을 1편으로 한 [카른스타인 삼부작]의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버진 뱀파이어]는 [Lust for a Vampire]의 뒤를 이은 [카른스타인 삼부작]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물론 말이 삼부작이지, 뒤에 나온 두 편은 르 파누의 소설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습니다. 세 영화 모두 카밀라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배우들이 모두 다르고 동일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버진 뱀파이어]에서 카밀라의 비중은 카메오 수준에 불과해요.

영화의 시대 배경은 18세기, 무대는 스티리아에 있는 카른스타인 영지입니다. 아직 카른스타인 집안이 몰락하지 않았던 때지요. 하여간 동네는 괜찮은 외모의 젊은 처자가 살만한 곳이 절대로 아닙니다. 약간만 헤프게 보여도 뻣뻣하기 그지 없는 근본주의자 성직자들이 마녀로 몰아세워 화형에 처하고, 그들의 마수에서 벗어날 듯 하면 악마 추종자인 카른스타인 백작이 성으로 잡아와 가지고 놀다가 악마에게 제물로 바치거든요.

영화가 시작되면 부모를 잃은 마리아와 프리다 겔혼 자매가 성직자들의 리더이자 이들의 삼촌인 구스타프 바일의 집에 살기 위해 도착합니다. 마리아와 프리다는 쌍둥이지만 성격은 극을 달립니다. 마리아는 단순소박하고 선량하지만, 프리다는 늘 흥분되는 삶을 갈망하지요. 삼촌네 집의 엄격한 규율에 진력이 난 프리다는 카른스타인 백작의 유혹에 말려들어 흡혈귀가 됩니다.

[버진 뱀파이어]의 기획은 뻔뻔스러울 정도로 노골적입니다. 이런 종류의 섹스플로이테이션 영화에서 뭘 기대하냐고 묻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런 걸 고려해도 마찬가지예요. 이 영화가 쌍둥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진짜 이유는 플레이보이 모델 출신의 메리와 마들레인 콜리슨 자매를 주연으로 내세워 본전치기 장사를 하려는 것이었으니까요.

프리다의 첫번째 희생자

하지만 그런 의도에도 불구하고 [버진 뱀파이어]는 꽤 쓸만합니다. 우선 콜리슨 자매가 같은 화면에서 정반대의 캐릭터들을 연기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둘은 정말로 닮았기 때문에 그들이 등장하는 화면은 거의 초현실적이기까지 해요. 경험없는 풋내기들 치고는 연기도 자연스럽고요.

근본주의자 기독교도들과 악마 숭배자의 대립 사이에서 줄거리를 찾는 아이디어도 괜찮습니다. 이런 대립은 흡혈귀 사냥이라는 이야기에 그럴싸한 배경을 부여하기도 하지만 선악 구별을 흐리게 만들어 이야기에 새로운 차원을 부여하기도 합니다. 막판에 정신차린 성직자들이 흡혈귀를 때려잡기 위해 나서도 관객들은 그들을 쉽게 받아들여주지 않을테니까요. 그 인간들이 영화 앞부분에서 한 짓이 너무 끔찍하고 흡혈귀 잡으려고 나서는 그 사람들의 행동이 앞에서 마녀 잡으러 나설 때와 별 다를 게 없어 보이기 때문이지요. 아마 관객들은 프리다의 캐릭터에 훨씬 공감할 겁니다. 아무리 악역이라지만 이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반항적인 틴에이저일 뿐이니까요. 악당이라기보다는 상황의 희생자지요.

해머 팬들 중에는 [뱀파이어 연인들]보다 [버진 뱀파이어]를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입니다. 이해가 되기는 해요. 원작을 충실하게 옮기기만 한 전작보다 더 창의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도 있겠고요. 하지만 전 여전히 [뱀파이어 연인들] 쪽이 더 좋습니다. 이유야 많겠죠. 더 친숙한 영화여서일 수도 있겠고, 카밀라라는 캐릭터가 더 맘에 들어서일 수도 있겠으며, [버진 뱀파이어]에 나오는 짜증나는 성직자들 때문에 판단이 흐려져서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뱀파이어 연인들]이 원작 소설 [카밀라]한테서 물려받은 오리지널의 힘 때문일 겁니다. (01/09/11)

DJUNA

기타등등

피터 쿠싱은 이 영화를 찍는 도중 홀아비가 되었답니다. 그 사람이 유난히 지치고 슬퍼보이는 이유를 그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