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필립 카우프먼 Philip Kaufman

주연
애슐리 저드....제시카 셰퍼드
Ashley Judd....Jessica Shepard
사뮤엘 L. 잭슨....존 밀즈
Samuel L. Jackson....John Mills
앤디 가르시아....마이크 델마코
Andy Garcia....Mike Delmarco
데이빗 스트레새인....멜빈 프랭크
David Strathairn....Dr. Melvin Frank
러셀 웡....통 반장
Russell Wong....Lieutenant Tong
캄린 맨하임....리사
Camryn Manheim....Lisa
카르 펠레그리노....지미 슈미츠
Mark Pellegrino....Jimmy Schmidt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제시카 셰퍼드

주말에 필립 카우프먼이 감독한 [블랙아웃]이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요새 제 홈시어터를 체크하기 위해 구닥다리 할리우드 영화 DVD를 몇 개 빌려다 봤는데, 그것들 중 하나였죠. 동네 비디오 가게의 DVD 라이브러리가 빈곤하다보니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더군요. 그렇게 좋은 영화가 아니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래도 보고 나니 황당했습니다. 필립 카우프먼 정도의 감독/작가라면 그가 맡은 각본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척 봐도 알았을 텐데 말이죠. 애슐리 저드, 사뮤엘 L. 잭슨, 앤디 가르시아는 도대체 무얼 보고 이 영화에 출연했던 거죠?

영화는 전형적인 '침대의 시체' 이야기입니다. 애슐리 저드가 연기하는 주인공 제시카 셰퍼드는 막 강력계 형사가 되었는데, 하필 처음 맡은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자기랑 원나잇 스탠드를 했던 남자입니다. 이 사건은 곧 연쇄살인으로 발전하는데, 희생자들이 모두 셰퍼드 형사와 잤던 남자들이죠. 나중엔 제시카가 자고 있는 침대에서 시체가 발견되기도 합니다.

딱하게도 셰퍼드는 자신의 알리바이를 증명할 수가 없습니다. 자기가 밤에 무엇을 했는지 도저히 기억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최근 들어 이 사람은 밤에 혼자 와인을 마시다가 갑자기 필름이 끊기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정상적으로 판단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술을 끊겠죠? 하지만 셰퍼드는 여전히 밤마다 와인을 마시면서 내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고민합니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답니까?

셰퍼드 형사는 암만 생각해도 참 형편없는 캐릭터입니다. 얼핏보면 이 캐릭터는 터프하면서도 섹시함을 잃지 않는 자유분방하고 용감한 페미니스트 액션 주인공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살인사건을 풀어가면서 그 모든 가능성을 부수어버립니다. 셰퍼드는 영화 내내 자신감이 없고 징징거리며 무책임합니다. 또 징그러울 정도로 남자들에게 의존적이에요. 양아버지나 다름없는 존 밀즈 형사나 새 파트너인 마이크 델마코 앞에서는 강아지 같지요. 심지어 영화가 거의 끝날 때까지 자기 힘으로 하는 게 거의 없어요. [See Jane Run]이라는 클리아 듀발 주연 영화를 만든 사라 소프가 이 영화의 각본을 썼는데, 자기 자신도 좀 민망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사건은 어떻게 된 거냐고요? 제가 이 영화를 본 것도 그 진상이 궁금해서였죠. 제가 알려드릴게요. 사실은 셰퍼드 형사의 포도주에 소위 데이트 강간 약물로 알려진 로힙놀이 들어 있었답니다. 이걸 밤마다 마시니 정신을 잃고 기억을 잃었던 거죠. 그러게 제가 술을 끊으라 하지 않았습니까! 원래 남자들을 자주 바꾸는 타입인 것 같던데 그 동안 밤마다 무슨 일들이 일어났는지 생각하기도 싫군요. 기왕이면 범인도 알려드릴까요? 존 밀즈였답니다. 변태 영감탱이 같으니. 물론 델마코는 안 되지요. 나중에 로맨틱한 남자친구 행세를 해야하기 때문에. 도대체 애슐리 저드는 왜 이 따위 영화들에 출연하는 걸까요? 각본 보는 눈이 그렇게 없나? (09/06/08)

DJUNA

기타등등

필립 카우프먼은 작품이 참 없군요. 만든다던 니콜라스 레이 전기 영화는 진전이 좀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