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마리오 바바 Mario Bava

주연
클로딘느 오제....레나타
Claudine Auger....Renata
루이지 피스틸리....알버트
Luigi Pistilli....Albert
클라우디오 카마소....시몬
Claudio Camaso....Simon
안나 마리아 로사티....라우라
Anna Maria Rosati....Laura
크리스테아 아브람....프랭크 벤투라
Cristea Avram....Frank Ventura
레오폴도 트리에스테....파올로 포사티
Leopoldo Trieste....Paolo Fosatti
라우라 베티....안나 포사티
Laura Betti....Anna Fosatti
브리지트 스카이....브룬힐다
Brigitte Skay....Brunhilda
이사 미란다....페데리카 도나티 백작부인
Isa Miranda....Countess Federica Donati
파올라 루벤스....드니스
Paola Rubens....Denise
기도 보카치니....듀크
Guido Boccaccini....Duke
로베르토 보나니....로버트
Roberto Bonanni....Robert
조바니 누볼레티....필리포 도나티 백작
Giovanni Nuvoletti....Count Filippo Donati

4번째 살인

계통학적으로 따진다면, 마리오 바바의 [죽은 신경의 경련]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숀 S. 커닝엄의 [13일의 금요일]의 사이에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설명만 듣고 이 영화를 '과도기적'인 작품으로 착각해서는 곤란하겠지요. [죽은 신경의 경련]은 두 장르를 이어주는 다리가 아니라 장르의 시작입니다. [13일의 금요일]로 시작된 80년대 슬래셔 무비의 전통은 모두 바바의 이 경쾌한 블랙 코미디에서 시작되었지요.

영화는 반신불수인 페데리카 도나티 백작부인이 남편에게 살해당하면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남편 역시 아내를 살해한지 몇 분 되지 않아 정체불명의 인물에 의해 살해되고 말지요. 남편의 시체는 사라지고 곧 백작부인이 소유한 만에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들이 한 명씩 영화에 등장합니다. 만의 환경을 보존하려는 곤충학자, 부모의 유산을 노리고 온 백작의 딸, 만을 개발하려는 부동산업자... 그리고 이들과 괜히 빈 집을 방문한 몇몇 젊은이들은 한 명씩 다양한 방법으로 살해당합니다. 머리에 식칼이 박히고, 섹스하다 작살에 찔리고, 교살당하고, 머리가 잘리고...

영화는 그렇게까지 '공포'를 과시하는 작품은 아닙니다.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 중 관객들이 호감을 가질만한 사람들은 거의 없다시피하거든요. 도대체 감정 이입이 되지 않으니 이들에게 닥칠 위험이 관객들에게 직접적으로 와닿을 리가 없지요. 오히려 관객들은 킥킥거리며 다음 살인을 기다리게 됩니다. 이번엔 또 어떻게 죽일까 궁금해하면서요.

감정이입이 어려운 건 바바의 계산착오가 아닙니다. 이들의 불쾌함은 이 영화의 원래 의도이기도 해요. [13일의 금요일]과는 달리 이 영화는 한 미치광이의 광기어린 복수극이 아닙니다. 탐욕으로 얼룩진 더러운 사람들의 이전투구지요. 영화가 빙글빙글 웃으면서 이들의 얽히고 얽힌 음모를 폭로하는 걸 구경하다보면 쌤통이라는 생각만 듭니다. 무척 즐거워요. 괜히 상관도 없는 일에 말려들었다가 죽은 젊은애들은 조금 안되...긴 뭐가 안돼요. 호러 영화 단역이면서 남의 집에 들어가 그렇게 놀았다면 죽는 게 당연하지. 이 영화의 분위기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나 [13일의 금요일]보다 [친절한 마음과 화관]에 더 가깝습니다.

[친절한 마음과 화관]과는 달리, 이 영화의 각본은 그렇게까지 좋은 편이 아닙니다. 특히 두번째 살인이 일어난 뒤부터 세번째 살인까지는 정리되지 않고 장황하기만 하다는 느낌만 주지요. 원래부터 난잡한 음모가 섞여있다는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조금 더 정리했으면 더 좋았을 걸 그랬고요.

그러나 바바의 장려한 스타일은 이 영화에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특히 백작부인과 백작의 살인 장면을 대사 한 마디 없이 묘사한 거창한 도입부는 기가 막혀요. 뒤에 이어지는 살인들은 경박하지만 그 다양함과 장난스러운 이죽거림 때문에 즐겁고요. 아마 당시엔 상당히 쇼킹하기도 했겠지요. 폭력의 강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니까요.

[죽은 신경의 경련]의 가장 중요한 면은 역시 영화사적 위치입니다. 저야 슬래셔 장르의 팬이 아니니, 바바가 이런 식의 난도질 영화를 발명했다는 게 그렇게까지 고맙지는 않아요. 여전히 그의 고딕 호러들이 더 맘에 들고요.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바바의 말기 경력을 장식하는 이 경박한 영화를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지 말라는 법도 없겠지요. (04/03/29)

DJUNA

기타등등

이미지사에서 나온 DVD의 음질은 정말 끔찍하게 나빠요. 제가 이 DVD를 늦게 구입한 것도 그 소문 때문이었고요. 자막이나 이탈리아어 트랙이라도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투덜투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