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곽지균

주연
김래원....자효
김정현....수인
진희경....정혜
배두나....남옥
윤지혜....하라
고두심....남옥 모

[청춘]은 자효라는 고등학교 3학년생이 하동의 고등학교로 전학오면서 시작합니다. 자효는 옆자리에 앉은 수인과 친구가 되는데, 둘 다 그 즉시 골치아픈 여자 관계에 말려듭니다. 자효는 같은 반 학생인 하라의 적극적인 구애를 받고, 수인은 새로 부임한 학교 선생 정혜를 짝사랑하게 되지요. 학교를 졸업하고 경주에 있는 대학에 다니기 시작한 둘은 2년이 지나도 여전히 과거에 갇혀 있습니다. 둘 다 끊임없는 성적인 집착과 망집에 사로잡혀 있고... 네, 끝도 없는 섹스들이 이어집니다.

[청춘]의 목적은 한창 밝힐 나이인 두 젊은 남자들이 성적인 경험을 통해 성숙해가는 과정을 그리려는 것이었을 겁니다. 아마 청춘, 사랑, 성이라는 보다 넓은 대상들에 대해 뭔가 심각하게 이야기하고 싶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저희는 영화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알고 싶지 않고 그걸 알려고 분석을 시도하려는 짓 따위는 더더욱 하고 싶지 않습니다. [청춘]은 정말로 매력없는 영화니까요. 18살짜리 남자 고등학생들의 성적 성장기라는 것부터가 저희한테 별로 끌리는 소재가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그걸 고려한다고 해도 따분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스토리는 느려터지고 그 느린 페이스를 참고 견뎌도 쓸만한 내용은 없으며, 결정적으로 영화가 다루고 있는 대상에 대한 최소한의 기초적인 지식이 있다고도 믿을 수 없습니다. 한마디로 진실성이 떨어져요.

자효나 수인이라는 순정만화표 이름을 가진 두 남자 주인공들도 영화만큼이나 매력없습니다. 저흰 걔들이 리버 피닉스처럼 중간중간에 기절하건, 사랑의 열병을 앓건, 콘돔 없이 섹스를 하건, 성병에 걸리건 상관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들은 얄팍하고 생각없고 어리석으며 결정적으로 지독한 나르시스트들입니다. 그들이 과거 일에 그처럼 심각하게 매달리는 것도 이상할 것 없습니다. 세상의 중심이 자기네들이니 자기 과거보다 중요한 게 있을 리가 없지요.

그들이 상대하는 여자들도 그만큼이나 재미없습니다. 정혜는 커피 광고 포스터를 오려낸 종이쪽 같고, 하라는 70년대 신문소설에서 끄집어낸 것 같은 캐리커처이며, 남옥은 이것도 저것도 아닙니다. 어떻게 곽지균이 '여성 영화 전문가'로 알려졌는지 모르겠어요.

게다가 영화는 그들에게 캐릭터 발전의 기회도 주지 않습니다. 그러기엔 섹스신이 차지하는 시간이 너무 많죠.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은 김래원과 김정현과 배두나와 윤지혜의 엉덩이를 볼 수 있으며, 그들이 적당히 파트너 체인지를 해가며 몸을 맞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비닐 하우스에서도 섹스를 하고, 자취방에서도 섹스를 하고, 애인집에서도 섹스를 하고, 혼자 누워서 자위행위를 하기도 합니다. 가끔 누워서도 하고, 앉아서도 하며, 중간에 체위를 바꾸기도 해요. 하지만 저희보고 뭘 어쩌라고요. 그건 그냥 섹스일뿐입니다. 캐릭터는 여전히 그대로 정체된 채 남아 있고 (하긴 발전한다고 해도 더 나아질 가능성은 없어보이지만) 섹스하는 동안 둘의 관계가 뭐 특별히 나아지는 것도 아닌 걸요.

결정적으로 섹스 자체도 재미없습니다. 여자들이 갈라지는 비명을 질러대지 않을뿐이지, [청춘]의 수많은 섹스신들은 뚝심과 힘으로 밀어붙이는 이대근식 섹스 신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극장 안에서 배우의 흔들리는 등을 구경하는 것보다 재미있는 구경거리는 얼마든지 있어요.

배우들도 지루하기 짝이 없습니다. 하지만 캐릭터들이 그렇게 절망적이니 꼭 배우 탓은 아니겠지요. 그들의 팬들이라면 이 영화를 통해 '얘들이 옷을 벗으면 저렇게 생겼구나' 같은 필수적 지식을 얻을 수 있겠지만, 저희처럼 이들 중 누구의 팬도 아닌 사람들은 그저 보기가 괴로울뿐입니다.

경력만 생각해보면 곽지균은 충분히 중견 자격이 있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청춘]에는 그런 사람들로부터 우리가 기대하는 연륜이나 성숙함이 보이지 않습니다.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고리타분함과 시대착오, 예술적 정체 뿐입니다. (00/10/05)

D&P

기타등등

나이트 클럽이나 운동회 음악들은 너무 크게 녹음되었더군요. 나올 때마다 귀를 막아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