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M. 나이트 샤말란 M. Night Shyamalan

주연
브루스 윌리스....데이빗 던
Bruce Willis....David Dunn
새무얼 L. 잭슨....일라이저 프라이스
Samuel L. Jackson....Elijah Price
로빈 라이트....오드리 던
Robin Wright....Audrey Dunn
스펜서 트리트 클락....조셉 던
Spencer Treat Clark....Joseph Dunn
샬레인 우다드....일라이저의 어머니
Charlayne Woodard....Elijah's Mother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필라델피아에 사는 미식 축구장 경비원인 데이빗 던은 기차로 뉴욕에서 돌아오던 중 끔찍한 기차 사고를 당합니다. 사고로 다른 사람들은 모두 죽었지만, 데이빗은 살아남았지요. 그것도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만화 갤러리의 주인인 일라이저 프라이스는 그 해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데이빗이 만화책에 나오는 것과 같은 수퍼 영웅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만화는 과장된 경향이 있으니 실제 수퍼맨과 같은 인물을 기대할 수는 없죠. 하지만 데이빗은 수퍼 영웅과 유사한 점도 많습니다. 평생 한번도 다치거나 아픈 적이 없고, 초능력에 가까운 통찰력이 있으며, 육체적 힘은 끝없이 확장 가능하고요. 일라이저는 어처구니 없는 자기 주장을 데이빗에게 쏟아붓고, 데이빗 역시 서서히 그 이야기에 말려듭니다...

[언브레이커블]의 어조는 괴상하게 이중적입니다. 이 영화는 샤말란의 전작 [식스 센스]가 그랬던 것처럼 아주 진지한 영화입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데이빗이 겪는 신비한 사건들을 별다른 유머 삽입 없이 심각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다룹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습니다. 이 영화의 설정 자체가 농담이니까요. 데이빗의 이야기는 만화책 수퍼 영웅 이야기를 그대로 재현한 것입니다. 스토리가 진지하면 진지할수록 영화는 더 우스워집니다. 이런 이야기는 진지해서는 안되거든요.

그래서 [언브레이커블]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웃기는 영화가 됩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심각한 분위기 때문에 자제하고 있었지만 극장 밖에서는 사정이 다르거든요. 물론 이 농담의 절정은 자신이 수퍼 영웅임을 인정한 데이빗이 수퍼맨 망토 대신 비옷을 걸쳐입고 악당과 싸우는 장면이겠지만요.

그렇다면 [언브레이커블]은 시치미 뚝 뗀 코미디일까요? 하지만 이 영화는 그냥 농담만으로 여기기엔 너무 진지합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네 주인공의 고통은 모두 진실입니다. 일라이저의 분노와 고독은 진실입니다. 데이빗의 죄의식과 공포 역시 진실입니다. 마찬가지로 데이빗의 아내 오드리와 아들 조셉의 이야기도 진지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이들이 엮어내는 드라마도 충실하고요.

아마 이런 이중성은 필수적이었을 겁니다. 만화 수퍼 영웅의 진부한 이야기를 일상적인 사실주의를 통해 재현해낸다는 샤말란의 목표를 실현시키는 방법은 이것 하나밖에 없거든요.

그렇다면 [언브레이커블]은 성공한 영화일까요? 흠... 이 작품은 [식스 센스]만큼 재미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스토리는 늘어지는 편이고 [식스 센스]의 콜만큼 강렬한 캐릭터도 없고요. 하지만 드라마의 질은 훌륭한 편이고 배우들의 심각한 연기도 효과적입니다. 사실적인 배경 속에 섞여 있는 만화의 진부한 클리셰들을 발견하는 재미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그 대부분은 만화광인 일라이저의 언동 속에 숨어 있지만요(하긴 일라이저 Elijah라는 이름부터가 그런 농담이겠군요.)

그리고 결말이 있습니다... 대부분 평론가들은 이 결말에 부정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전 이 결말에 만족하는 몇 안되는 소수에 끼게 될 듯 합니다. 네, 이 영화의 결말은 [식스 센스]만큼 재미있지도, 충격적이지도 않습니다. 결말 때문에 영화를 다시 보는 사람도 없을 거고요.

하지만 반전이 꼭 사람들을 놀래켜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관객들이 놀라지 않는 반전 역시 자기 일을 별 무리없이 수행해내는 경우가 많죠. 이 영화의 반전은 전체 극의 진지함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도 적당한 국면 전환을 가져다준다는 점에서 잘 된 편입니다. 게다가 이 반전은 [식스 센스]보다 훨씬 밀접하게 전체 내용과 연결되어 있지요. 결말을 사전에 알고 갔다고 해서 드라마의 질이 떨어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오히려 그런 관객들은 영화의 구조를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겠죠. 그런 이해가 조금 먼저 왔다고 해서 영화 보는 재미가 특별히 줄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제가 [언브레이커블]을 [식스 센스]만큼 좋아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식스 센스]처럼 보면 볼수록 잔재미가 쏟아지는 영화도 아니고요.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언브레이커블]은 여전히 괜찮은 영화입니다. 그냥 실패작으로 몰아붙이기엔 장점이 많은 영화입니다. (00/12/14)

DJUNA

기타등등

[언브레이커블]과 [식스 센스]는 결국 같은 줄거리더군요. [식스 센스]도 어떻게 보면 영웅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니까요. 두 영화의 캐릭터들과 설정도 겹치는 부분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