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자크 리베트 Jacques Rivette

주연
마리안느 드니쿠르....루이즈
Marianne Denicourt....Louise
나탈리 리샤르....니농
Nathalie Richard....Ninon
로랑스 코트....이다
Laurence Côte....Ida
앙드레 마르콩....롤랑
André Marcon....Roland
브뤼노 토데스키니....루시앙
Bruno Todeschini....Lucien
윌프레드 베나이셰....알프레도
Wilfred Benaïche....Alfredo
엔조 엔조....샹송 가수
Enzo Enzo....La chanteuse
스테파니 슈바르츠브로드....리스
Stéphanie Schwartzbrod....Lise
크리스틴 베지네....에스텔
Christine Vézinet....Estelle
안나 카리나....사라
Anna Karina....Sarah

루이즈와 니농

[파리의 숨바꼭질]에서 자크 리베트는 세 젊은 여성들의 삶을 따라갑니다. 거리의 여자였던 니농은 지금까지의 삶을 청산하고 배달부로 새 삶을 시작합니다. 5년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가 막 깨어난 루이즈도 상속 받은 이모의 저택에서 새 삶을 시작하려 하고요. 파리에 온지 얼마되지 않는 이다는 우연히 귀에 들어온 옛 유행가의 멜로디를 단서로 자기를 낳은 친엄마를 찾으려 합니다.

이들은 모두 비슷한 구역에 살며 비슷한 사람들을 만납니다. 니농이 일하는 회사 사무실 옆에는 롤랑이라는 남자의 스튜디오가 있는데 롤랑은 루이즈의 이모를 아는 사이지요. 이다가 친엄마라고 생각하는 누군가는 루이즈가 잘 다니는 클럽에서 일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연결은 명확하지가 않아요. 영화 중반에 도달하면 루이즈와 니농은 친구가 됩니다. 하지만 이다는 끝까지 다른 두 여자들의 존재를 알지 못하죠. 그렇다면 도대체 이다의 이야기는 왜 있는 걸까요? 리베트는 설명할 생각이 없는 모양입니다. 물어봐도 성의있는 대답이 돌아올 것 같지는 않군요. 꼭 답변을 해야하는 것도 아니지만.

비교적 헐겁게 짜여진 이야기지만 그게 큰 단점은 되지 않습니다. 세 사람의 사생활이 잘 만든 시계장치처럼 정교하게 엇갈리는 스토리를 기대하고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실망하겠죠. 그러나 리베트가 따라가는 이 세 사람들의 이야기는 모두 재미있고 와닿는 구석이 있습니다. 설정은 멜로드라마틱하지만 묘사는 과장되지 않은 편이고, 리베트 영화답게 길지만 페이스는 적절하며, 예술적 야심이 지나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트 하우스 관객 팬들을 낙심시킬 정도로 통속적이지도 않아요.

한가지 정보가 더 있습니다. 그건 이 영화가 뮤지컬이라는 거죠. 아마 이 정보를 알고 영화를 본 사람들도 첫번째 노래가 나올 때는 당황할 겁니다. 거의 한 시간 동안 일반 극영화를 위장하고 있던 영화가 갑자기 장르를 바꾸어 노래와 춤을 선사하니까요. 리베트는 클래식 할리우드 시절의 B급 MGM 뮤지컬 영화들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스탠리 도넌의 53년작인 [Give a Girl a Break]의 영향을 언급하기도 했고요.

어디에서 영향을 얻었건, 리베트의 이 영화는 그 뒤 잠시 유행했던 어색한 뮤지컬 오마주들의 시작이었습니다. 리베트는 빈센트 미넬리의 영화들처럼 완벽한 스타일을 선보이지는 않아요. 노래와 안무는 평범하고, 춤추고 노래하는 배우들도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리베트는 이 모든 요소들을 일상의 배경 속에 던져다 놓고 별다른 재단없이 그냥 굴러가게 합니다. 거기서 빚어지는 어색한 조합은 거의 사랑스럽기까지 합니다. 프로페셔널들의 완벽한 느낌이 지워지자 뮤지컬에 담긴 감정과 의미가 더 진실되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파리의 숨바꼭질]은 야심없는 영화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 마음에 드는 영화입니다. 쓸데없는 야심이나 자아도취에서 벗어난 노인네의 한가한 유희 정신이 빚어낸 경쾌한 소품인 거죠. 소품이라는 표현을 쓰기엔 영화가 좀 길긴 하지만. (05/01/17)

DJUNA

기타등등

로메르나 리베트처럼 한창 때의 젊은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성실한 영화를 만드는 영감님들을 보면 기분이 묘해집니다. 대부분 좋은 영화들이고 그 진실성도 받아들일 수 있어요. 하지만 그래도 이들은 여전히 젊고 예쁜 아가씨들의 마음에 들려고 비싼 선물을 사주는 할아버지들 같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