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제이미 블랭스 Jamie Blanks

주연
알리시아 위트....나탈리 사이먼
Alicia Witt....Natalie Simon
레베카 게이하트....브렌다
Rebecca Gayheart....Brenda
재러드 레토....폴
Jared Leto....Paul
마이클 로젠바움....파커
Michael Rosenbaum....Parker
로레타 디바인....리즈 윌슨
Loretta Devine....Reese Wilson
조슈아 잭슨....데이먼 브룩스
Joshua Jackson....Damon Brooks
타라 리드....사샤
Tara Reid....Sasha
존 네빌....애덤즈 학장
John Neville....Dean Adams
줄리안 리칭즈....청소부
Julian Richings....Janitor
로버트 잉글런드....윌리엄 웩슬러
Robert Englund....William Wexler
다니엘 해리스....토시
Danielle Harris....Tosh
나타샤 와그너....미셸 맨시니
Natasha Wagner....Michelle Mancini

1.

어디에나 도시 전설은 있습니다. 영어권 사람들이 'Urban Legend'라는 이름을 붙여 본격적으로 장르화시켰기 때문에 마치 그네들의 독점물인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이런 예는 많아요. 유명한 앵벌이 집단 이야기는 어때요? 홍콩 할매 소동은?

도시 전설의 발생 과정은 옛 전설과 다르지 않습니다. 소문에 소문을 거쳐 떠돌던 이야기들이 집단 내의 공포와 같은 필터를 거쳐 알맹이만 남는 거죠. 사람 사는 동네에 이런 이야기들이 돌아다니는 건 지극히 자연스럽습니다.

그러나 '도시 전설'이라는 이름은 우리에게 아주 매력적이고 신비스럽게 다가옵니다. 도시 전설 이야기들은 콘트리트와 광섬유가 지배하는 현대 사회의 구석을 돌아다니는 고대의 괴물 같습니다. 이 좋은 소재에서 호러 영화 한둘이 안나온다면 오히려 그게 이상한 거죠.

2.

[캠퍼스 레전드]는 도시 전설의 그레이티스트 히트 앨범입니다. 영화 속의 살인마가 캠퍼스를 누비면서 도시 전설의 고전들을 하나씩 실현하거든요.

특히 영화의 도입부를 보세요. 여기선 아주 유명한 도시 전설 하나가 토씨 하나 빠지지 않은 채 충실하게 각색됩니다. 그게 뭔지는 말하지 않겠어요. :-)

이 도입부는 상당히 좋습니다. 첫째로 원래의 이야기가 아주 잘 구성된 것이어서 그 자체로 만족감을 주고, 둘째로 익숙한 이야기가 그대로 화면으로 옮겨지는 걸 보는 건 언제나 흥미롭기 때문이며, 세째로 이런 '충실한' 각색이, 영화가 앞으로 이보다 더 많은 것을 이야기 할 거라고 예고하기 때문입니다.

슬프게도 [캠퍼스 레전드]는 도시 전설이라는 그 좋은 소재를 낭비하고 있습니다. 그네들은 소재 빈곤이라는 대죄에서 벗어나기 위한 알리바이로 도시 전설을 이용할 뿐입니다. 이 영화에서 도시 전설은 머리 굴리지 않고 '사람을 어떻게 다양하게 죽이나'라는 슬래셔 무비의 목표를 따라가기 위한 도구입니다.

[캠퍼스 레전드]의 도시 전설 사용은 영화와 소재의 불공정 거래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영화는 소재로부터 분명 도움을 얻습니다. 정말로 밋밋할 수도 있었던 [캠퍼스 레전드]라는 영화에 '뭔가 다른 어떤 것'을 부여해준 것은 분명 도시 전설이라는 소재입니다. 그러나 정작 영화 자체는 소재를 깊이 있게 다룰 생각은 하지도 않습니다. 배은망덕하다고 할 수 밖에 없죠.

이미 [캔디맨]이 꽤 흥미진진한 방식으로 이 소재를 다루었지만 아직 도시 전설로 할 이야기는 많습니다. 케빈 윌리엄슨이 [스크림]에서 했던 접근법도 한가지겠지만 꼭 그 방법만 있는 것도 아니지요. [Urban Legend]이라는 제목을 단 영화가 이것도 하지 못했다니 정말 아쉽군요.

3.

추리물로 보아도 별로 나을 게 없습니다. 가장 나쁜 건 범인의 정체입니다. 이 사람들은 동기와 복선 한 두 개로 모든 게 설명된다고 생각한 모양인데 그것만으로는 한참 모자랍니다. '범인이 과연 그럴 능력이 있는가'로 가면 상당히 불안하거든요. 게다가 일관되게 밀고가기만 해도 되었을 동기를 후반부에서 흐려버리는 데엔 질려버렸어요.

4.

[스크림]의 전통을 따라, 이 영화도 젊은 TV 배우들이 부글거립니다. 우선 주인공 나탈리를 연기한 알리시아 위트는 역에 맞습니다. 밤 장면이 되면 그 사람의 어렸을 때 모습이 생각나서 잠시 섬뜩해지긴 하지만요. 제러드 레토는 [MSCL]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저흰 아직까지 이 친구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레베카 게이하트는.... 글쎄요. 이 사람이 대학생 역을 할 나이인가요? 흠...

로버트 잉글런드가 으스스한 교수로 나오지만 캐릭터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할 수 없군요. 플롯을 건드리게 되니까요. 그러나 조역 중 가장 재미있었던 배우는 팜 그리어 팬인 경비원으로 나오는 로레타 디바인이었습니다.

5.

별 두 개가 적당할 것 같습니다. 이 정도가 장르 영화팬들의 한가한 취향과 일반 관객의 취향 사이에서 대충 타협할 수 있는 점수가 아닌가 싶어요. (99/03/15)

D&P

기타등등

1. 조슈아 잭슨이 나탈리를 태우고 차의 시동을 걸 때 폴라 콜의 [I don't Want to Wait]가 카 라디오에서 잠시 나오죠. 잭슨이 [도슨즈 크릭]의 배우라는 것을 암시하는 장난이었습니다.

2. 영화 후반부에 레베카 게이하트에 대한 농담도 나옵니다. 학생 중 하나가 "그럼 브렌다는 녹시마 광고 모델이냐?"라고 이죽거리는 장면은 게이하트가 정말로 녹시마 광고 모델이었다는 걸 아는 사람들에겐 꽤 재미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