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브라이언 싱어 Bryan Singer

주연
톰 크루즈....클라우스 폰 슈타우펜베르크 대령
Tom Cruise....Colonel Claus von Stauffenberg
케네스 브래나...헤닝 폰 트레스코프 소장
Kenneth Branagh....Major-General Henning von Tresckow
빌 나이히....프리드리히 올브리히 장군
Bill Nighy....General Friedrich Olbricht
톰 윌킨슨....프리드리히 프롬 장군
Tom Wilkinson....General Friedrich Fromm
카리스 판 하우텐....니나 폰 스타우펜베르크
Carice van Houten....Nina von Stauffenberg
토마스 크레츠만....오토 에른스트 레머 소령
Thomas Kretschmann....Major Otto Ernst Remer
테렌스 스탬프....루드비히 벡
Terence Stamp....Ludwig Beck

슈타우펜베르크

제2차 세계대전과 나찌에 대한 브라이언 싱어의 관심은 비밀이 아니죠. 이미 나찌 잔당에 대한 영화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에서 이 소재를 정공법으로 다룬 적 있고 별 상관없는 [엑스 맨] 영화에서도 나찌 강제 수용소 장면으로 문을 열었으니까요. 그는 유태인이면서 동성애자이니, 이런 관심은 당연하다고 봐야겠습니다.

하지만 [작전명 발키리]를 보면서, 전 이 사람이 나찌 페티시가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철저하게 반동성애 노선을 고집해왔지만 히틀러와 나찌 패거리들은 은근슬쩍 동성애자들을 자극하는 뭔가가 있죠. 그 때문에 골치를 썩이는 사람들을 꽤 많이 봤습니다. 사실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에서도 그런 페티시가 드러나는 장면들이 조금 있죠.

[작전명 발키리]는 이런 페티시를 가장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소위 착한 나찌 영화죠. 잘 생긴 남자 주인공들이 독재자에 맞서 뭔가 멋진 일을 하는데, 그 사람들이 몽땅 휴고 보스가 디자인한 근사한 제복을 입고 있는 겁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클라우스 폰 슈타우펜베르크 대령입니다. 히틀러를 암살하려고 했던 남자죠. 이전에도 수많은 암살 계획이 있었지만 그가 유명한 이유는 그가 거의 히틀러를 암살할 뻔했기 때문이죠. 그는 히틀러의 코앞에서 폭탄을 터뜨렸습니다. 그 때문에 측근 네 명이 죽었지만 히틀러는 운 좋게 경상만 입고 살아남았습니다. 사전 계획이 꽤 좋았기 때문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생각하죠. 만약 슈타우펜베르크가 정말 암살에 성공했다면 제2차 세계대전과 독일의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상상은 자유. 하지만 그런다고 역사는 바뀌지 않습니다. 슈타우펜베르크는 암살에 실패했고 잠시나마 가능했던 것 같았던 국가 전복의 희망은 일장춘몽으로 끝났죠. 독일의 양심이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긴 했을지 몰라도 후폭풍이 심했습니다. 그 때문에 얼마나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는지 아세요?

[작전명 발키리]는 슈타우펜베르크의 암살 작전 이야기를 스릴러 형식으로 풀어갑니다. 아프리카에서 부상을 입은 슈타우펜베르크는 히틀러를 몰아내려는 독일 레지스탕스에 가담하고 히틀러 암살 작전을 진두지휘하게 되지요. 이야기는 역사에 나와 있는 것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꼭 스릴러로 풀어야 할까요? 이 장르엔 심각한 핸디캡이 있습니다. 소재가 그렇게까지 스릴러에 적절하지 않아요. 이미 관객들은 슈타우펜베르크의 장대한 계획이 실패로 끝났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 결과가 좋지 못하다는 것도요. 영화에서 스릴이란 관객들이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하지 못한다는 것에서 나옵니다. 결말을 안다고 해도 그 중간 과정의 불확실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없어요. 결정적으로 스릴러의 치밀함이 들어가기엔 슈타우펜베르크의 계획이 좀 밍밍합니다. 그의 잘못은 아니죠. 그는 정부를 전복하고 세계대전을 끝내기 위해 계획을 짠 것이지 톰 크루즈 주연의 스릴러 각본 재료로 삼기 위해 계획을 짠 것은 아니니까요.

슈타우펜베르크의 캐릭터에도 조금은 문제가 있습니다. 톰 크루즈는 이 사람을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화의 영웅처럼 그리고 있어요. 네, 그는 나름 영웅이라고 할 수 있겠죠. 고결한 목표를 위해 엄청난 행동을 한 인물이니까. 그러나 이 영화는 실패의 기록입니다. 의도만으로 한 사람을 판단할 수는 없지요. 그가 기본적으로 실패자라면 실패의 이유가 무엇이고 그 여파가 어떻게 되는지도 솔직하게 그려야합니다. 그런데 영화는 크루즈의 스타 파워를 살리기 위해 그 부분을 은근슬쩍 넘겨 버려요.

지금으로도 괜찮습니다. 그럭저럭 잘 빠진 할리우드 스릴러지요. 하지만 슈타우펜베르크와 히틀러 암살이라는 소재를 다루기엔 그렇게 좋은 그릇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슈타우펜베르크에 집중하는 대신 조금 더 캔버스를 크게 잡아 전체 사건을 조망했다면 이야기가 더 정직해 보이지 않았을까요. (09/01/07)

DJUNA

기타등등

제가 이 사람의 이름을 처음으로 접한 건 엉뚱하게도 한국소설에서였죠. 정을병의 단편 [본회퍼의 죽음]요. 디트리히 본 회퍼도 이 암살사건 여파의 희생자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