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이시명

주연
김수로....나도열
조여정....연희
천호진....강 형사
손병호....탁문수
오광록....비오 신부

나도열

[흡혈형사 나도열]은 두 가지 장르를 동시 진행시키고 있습니다. 하나는 '꼴리면' 뱀파이어가 되는 남자를 다룬 섹스 코미디이고, 다른 하나는 우연한 기회에 초능력을 얻게 된 남자가 가면 쓴 정의의 사도로 변신한다는 미국식 수퍼 히어로 물이죠.

벌써 줄거리를 다 설명했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 나도열은 평범한 비리경찰이지만, 어느 날 루마니아 드라큘라의 피를 빤 모기에게 물려 뱀파이어가 되고 맙니다. 온전한 뱀파이어가 아니라서 여자를 보고 성적으로 흥분해야 초능력이 나오죠.

이 역시 안정된 장르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세상엔 코믹한 수퍼 히어로들도 넘쳐 나니까요. 짐 캐리 주연의 [마스크]가 대표적인 예죠. 유일한 예는 당연히 아니고.

안정된 장르를 다루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성실함입니다. 이건 일종의 학교 시험과 같아요. 공부를 열심히 한 학생이 더 점수를 받습니다. 물론 대단한 천재라면 장르 공식 따위는 깨버린 진짜로 신선한 영화를 만들 수도 있겠지만 거기까지 기대할 필요는 없겠죠.

[흡혈형사 나도열]의 가장 큰 문제는 공부를 안 했다는 것입니다. 시험 범위를 정한 뒤 한 번 책을 훑어보긴 했어요. 하지만 예상문제도 풀지 않았고 복습도 안 했고 커닝 페이퍼도 안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나온 건 무척 평범한 영화입니다. 이야기가 진행되긴 하는데, 너무나 뻔해서 상상력이나 신선함이 들어갈 여지가 없는 거죠. 영화는 할 것만 그냥 합니다.

자체적인 문제점도 많은데, 이 역시 톤의 문제입니다. 두 가지 이야기 사이에 끼여 어떤 톤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는 거죠. 그 결과 수퍼 히어로 장르 부분은 충분한 에너지와 상상력을 얻지 못하고, 섹스 코미디 부분에선 유머가 떨어집니다.

그나마 이 영화가 그럭저럭 관객들에게 재미를 선사할 수 있는 건 순전히 배우들 덕택입니다. 그 때문에 이 영화는 은근히 주말 텔레비전 오락 프로그램 같아 보이기도 해요. 끼가 넘치는 배우들의 개인기 자랑이랄까. (06/02/06)

DJUNA

기타등등

삼부작으로 계획되었다더군요. 실현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만들어진다면 지금처럼 게으르지는 말았으면 좋겠어요. 이런 장르에서 성실한 영화를 만드는 건 대단한 재능없이도 가능한 일입니다. 그냥 열심히 연구만 해도 어느 정도 성과는 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