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짐 위노스키 Jim Wynorski

주연
탈리사 소토....뱀피렐라
Talisa Soto....Vampirella
로저 달트리....블라드/제이미 블러드
Roger Daltrey....Vlad/Jamie Blood
리처드 조셉 폴....애덤 반 헬싱
Richard Joseph Paul....Adam Van Helsing
브라이언 블룸....데모스
Brian Bloom....Demos
코리나 하니....살라
Corinna Harney....Sallah
러스티 마이어즈....퀸
Rusty Meyers....Quinn
리 드 브로....월시
Lee de Broux....Walsh
톰 디터즈....트랙스
Tom Deters....Traxx

얼마 전에 로저 코먼 공장에서 나온 싸구려 영화 두 편을 보았어요. 하나는 헨리 제임스의 소설을 각색한 '귀신들린 집' 영화 [헌팅 헬하우스]였고 다른 하나가 바로 이 영화 [블러드 리벤지]였습니다.

둘 다 결코 좋은 영화는 아니었어요. 예전 코먼 영화에서 느낄 수 있었던 싸구려 매력도 없었고요. 모르죠, 2,30년이 지나면 이 작품들의 싸구려 느낌도 새로운 복고 취향이 될는지. 하지만 제 생각엔 어림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억지로 등급을 매기고 평가한다면 [블러드 리벤지] 쪽이 [헌팅 헬하우스]보다 나았습니다. [헌팅 헬하우스]가 헨리 제임스와 같은 거창한 이름을 끌어들여 온갖 똥폼을 잡는 동안 최소한의 오락성도 잡아내지 못했던 것과는 달리, [블러드 리벤지]에는 그 나름대로 싼 재미는 있었습니다. 왕년의 코먼 영화에서 느낄 수 있었던 그 개성적인 싼 맛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무런 재미가 없는 것보다는 낫죠.

내용. 드라쿨론이라는 행성에서 흡혈귀들이 오손도손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범죄자 블라드란 친구가 원로들을 살해하고 동료들과 함께 탈출하네요. 그 통에 살해당한 양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흡혈귀 엘라는 블라드를 추적합니다. 사고로 화성에 추락한 엘라는 30세기 동안 동면하고 있다가 화성 탐사선을 타고 지구로 와서 흡혈귀 사냥꾼 애덤 반 헬싱과 함께 블라드와 싸웁니다.

원작이 있습니다. 60년대에 시작된 [뱀피렐라]라는 만화 시리즈죠. 위에 언급된 줄거리 대부분과 등장인물들은 모두 만화책에서 그대로 따 온 것입니다. 본디지 비키니처럼 생긴 뱀피렐라의 야한 옷도 만화에서 온 것이고요.

원작은 심각하기 짝이 없었을지 모르지만 (사실 뱀피렐라의 야한 옷을 보면 과연 저런 비주얼의 주인공이 어떻게 심각해질 수 있는지 의심부터 갑니다) 영화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영화가 가벼운 농담조로 원작을 놀려대고 있다는 건 아니에요. 영화는 소재에 비교적 진지합니다. 하지만 워낙 만들어진 꼴이 건성이라서 관객들은 결과를 결코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가 없어요.

연기도 그저 그렇답니다. 탈리아 소토는 뱀피렐라의 야한 옷을 입을 몸매가 될는지는 모르지만 결코 좋은 배우가 아닙니다. 로저 달트리의 블라드는 너무 어처구니 없어서 괴기하기까지 하고요. 둘 다 이 영화에서 굉장한 퇴물 분위기를 풍기는데, 사실 그들은 정말 어느 정도 퇴물이기도 하죠. 왕년의 록 스타와 왕년의 수퍼 모델이니까요. 물론 이 영화에 그들보다 나은 배우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요.

특수 효과는... 얼마 없습니다. 질도 낮고요. 하지만 꽤 재미있군요. 96년에 제작된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구식 광학 효과에만 의지하고 있으니까요. 가끔 나오는 우주선 장면은 그래서 상당히 푸근한 느낌까지 들더군요. 그리고 흡혈귀들이 박쥐로 변하는 장면은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형편없어서 웃음이 나올 지경입니다.

[블러드 리벤지]는 싸구려 영화입니다. 차라리 아주 싸구려였다면 [록키 호러 픽쳐쇼]처럼 그 나름대로의 미학을 찾아냈을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이 영화는 그냥 싸구려일 뿐입니다. 다행히도 아주 재미없는 싸구려는 아니에요. 이런 종류의 싼 맛을 즐기시는 분들에게는 별 문제가 없을 듯 하군요. 적어도 그 지루했던 [헌팅 헬하우스]보다는 몇 배 나은 영화였습니다. (00/07/18)

DJUNA

기타등등

뱀피렐라가 지구에 도착한 뒤 처음으로 구해주는 SF 팬의 이름은 포리 애크먼. 바로 뱀피렐라의 탄생에도 관여했고 이 영화의 공동 제작자로도 참여했던 전설적인 SF팬이자 편집자인 포레스트 애크먼의 이름과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