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전설 Vij (1967) * * 1/2

감독
콘스탄친 예로쇼프 Konstantin Yershov
게오르기 크로파초프 Georgi Kropachyov
알렉산드르 프투쉬코 Aleksandr Ptushko

주연
레오니드 쿠라블료프
Leonid Kuravlyov
나탈리야 바를례이
Natalya Varley
알렉세이 글라지린
Aleksei Glazyrin
바딤 자하르첸코
Vadim Zakharchenko
니콜라이 쿠투조프
Nikolai Kutuzov

마지막 밤
제가 [마녀 전설]이라는 영화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셋 있습니다. 첫째, 이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정식 통로로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러시아 호러 영화라는 것, 둘째, 이 영화의 원작이 제가 아주 좋아하는 니콜라이 고골리의 단편 [비이]라는 것, 셋째, 역시 제가 꽤 좋아하는 감독인 마리오 바바가 같은 단편을 원작으로 [사탄의 가면 (블랙 선데이)]를 만들었으니 좋은 비교 대상이 된다는 것.

멋대로 개작에 개작을 거듭한 결과 원래 형태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사탄의 가면]에 비교하면, [마녀 전설]은 아주 충실한 각색물입니다. 등장인물들, 스토리, 심지어 사건이 일어나는 순서와 대사까지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어요. 한마디로 [러시아 TV 문학관]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런데 이 단편의 내용을 아시나요? 꽤 유명한 작품이라 대부분의 고골리 단편집에 수록되어 있지만 그래도 혹시 안 읽으셨을 분들을 위해 간단히 요약해드리겠습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코마라는 신학생입니다. 어느 날 친구들과 길을 잃은 코마는 어느 노파가 사는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는데, 글쎄 그 노파가 마녀였답니다. 마녀의 주술에 걸려 하늘을 날아다니던 코마는 마녀를 두들겨 패는데, 글쎄 다시 보니 자기가 패고 있던 여자가 미모의 젊은 여자였답니다. 코마는 허겁지겁 달아나지만 신학교에서는 죽어가는 영주의 딸에게 임종기도를 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그를 영주네 집으로 파견합니다. 물론 영주의 딸은 바로 그 마녀였고, 코마는 텅 빈 교회 안에서 복수하려는 마녀의 시체와 함께 사흘을 보내게 됩니다.

[비이]는 정말 영화쟁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만한 작품입니다. 고골리 특유의 정신 나간 비주얼로 범벅이 되어 있지요. 신학도를 말처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마녀나 세번째 밤에 떼거리로 몰려나오는 다양한 괴물들 같은 것 말입니다. 이 영화의 공동감독인 알렉산드르 프투슈코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도 그런 비주얼이었을 겁니다. 프투슈코는 [신드바드의 모험]이니, [루슬람과 루드밀라]니 하는 작품들로 러시아 특수 효과 영화들의 명맥을 이어가던 사람이었으니까요.

결과는 좋은가? 일단 이게 67년 영화라는 걸 잊어서는 안되겠지요. 코마를 타고 날아가는 마녀의 모습과 같은 것은 어쩔 수 없이 평범합니다. 하지만 관을 타고 날아다니는 마녀가 코마를 찾아 헤매는 장면처럼 특수 효과가 잘 쓰인 장면도 있어요. 후반부의 괴물 특수 분장은... 글쎄요. 괜찮은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습니다. 위에 스틸을 올린 눈 많은 괴물 같은 건 괜찮습니다. 하지만 정작 주인공이어야 할 비이는 약하더군요.

종종 분위기가 '전설의 고향'식으로 싸지는 것도 단점입니다. 특히 마녀는 정말 우리식 처녀귀신의 러시아 버전이나 다름 없지요. 원작에 너무 충실하다보니 정작 감독이 자신만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것도 문제고요. 이러다 보니 바바의 훨씬 창의적이고 뛰어난 영화인 [사탄의 가면]과 상대 비교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기도 해요.

그러나 [마녀 전설]은 여전히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처녀 귀신이니 뭐니 하며 놀려댔지만 처녀 귀신이라고 우리가 비웃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특수 효과에 반쯤 불만을 표시하기는 했지만 67년 영화라는 걸 생각해보면 양호한 편이고, 또 그 거친 효과가 요새 관객들에게는 오히려 캠피한 매력으로 작용할 수 있죠. 결정적으로, 아무리 이들이 영화를 투박하게 만들었다고 해도 니콜라이 고골리가 쓴 원작의 매력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답니다. (01/05/02)

DJUNA


기타등등

십년 전인가 정우에서 러시아 문학 영화를 떼거리로 수입했을 때 이 영화도 출시되었습니다. 대부분 상당히 좋은 작품들이었어요. 그냥 잊혀지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