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케이노 Volcano (1997) * * 1/2

감독
믹 잭슨 Mick Jackson

주연
토미 리 존스....마이크 록
Tommy Lee Jones....Mike Roark
앤 헤이시....에이미 반즈 박사
Anne Heche....Dr. Amy Barnes
가비 호프만.....켈리 록
Gaby Hoffmann....Kelly Roark
돈 치들....에밋 리스
Don Cheadle....Emmit Reese
재키 킴....제이 칼더 박사
Jacqui Kim....Dr. Jaye Calder
키스 데이비드....에드 폭스 반장
Keith David....Lt. Ed Fox
존 코벳....노먼 칼더
John Corbett....Norman Calder
마이클 리스폴리....게이터 해리스
Michael Rispoli....Gator Harris
존 캐롤 린치....스탠 올버
John Carroll Lynch....Stan Olber
마르첼로 세드포드....케빈
Marcello Thedford....Kevin
로리 래덤....레이첼
Laurie Lathem....Rachel

파프리카 일단 이런 해결책이 가능한지부터 알아보죠, 영화에서는 맨 처음엔 물로 용암을 막았고 그 다음엔 건물을 무너뜨려 용암의 진로를 돌...

듀나 두 경우 모두 선례가 있습니다.

파프리카 그래요?

듀나 유감스럽게도 구체적인 지명같은 건 생각나지 않네요. 하지만 첫번째 경우는 아마도 핀란드에서 일어난 거 같아요. 화산에서 도시로 쏟아져 내려가는 용암을 바닷물을 잔뜩 부어서 막았대요. 용암의 진로를 돌리는 경우도 있었어요. 물론 그 경우도 대도시는 아니었대요. 운하를 파서 진로를 바다로 돌렸다던가 그랬다고 하더군요.

물론 아주 같지는 않아요. 여러 세부사항들이 미심쩍스럽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비판은 힘들군요. 일단 윌셔 가 주변의 지리를 자세히 모르니까 용암이 정말로 다른 곳으로 빠져 나가지 않을 수 있는지 확신할 수 없어요. 어느 정도의 물을 부어야 용암을 막을 수 있는지도 모르겠고, 과연 그 상황에서 급수가 그렇게 잘 이루어질 수도 있는지도 모르겠군요.

두번째 경우는 하수도의 안정성과 용암의 점성이 과연 그런 상황을 계속 유지시킬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겠지요. 하지만 기본 아이디어만 따진다면 둘 다 그 상황에서 당연히 선택할 수 밖에 없는 방법들일 거예요.

파프리카 그럼 그 정도에서 만족해도 좋다고 생각되는군요. 어차피 영화란 게 꼭 절대적인 당위성만 따질 필요는 없는 거니까요. 물론 당위성이 있으면 좋지만요.

듀나 시각적인 면을 고려해보면 많은 사람들이 [단테즈 피크]가 낫다고 하지만 전 별 차이를 느낄 수 없습니다. 단지 볼거리 측면에서 본다면 [볼케이노]는 무언가 새로운 걸 보여주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생각해보면 [단테즈 피크]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지만요. 왜들 그렇게 돈을 들였는지 모르겠어요.

파프리카 믹 잭슨은 이전에 스티브 마틴이 주연한 [LA 스토리]를 감독한 사람입니다. 꽤 섬뜩한 내용의 속편을 만든 셈이네요. ^^;

듀나 자연의 힘에 쫓겨만 다니는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였던 [단테스 피크]와는 달리 [볼케이노]에서는 재앙의 극복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재앙이나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스릴을 느끼는 재앙 영화광들은 조금 실망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이 영화의 '용암'은 그렇게까지 두렵게 그려지지는 않습니다.

파프리카 믹 잭슨은 재앙의 극복이란 과정을 통해 표출되는 휴머니즘을 보여주려고 한 모양입니다. 하지만 각본에 억지가 너무 많아서 많은 장면들 이 오히려 폭소를 자아내게 합니다. 예를 들어 수갑차고 있던 흑인을 풀어주니까 남아서 분리대를 옮기는 걸 도와주는 장면이라거나, 마지막에 꼬마가 화산재를 뒤집어 쓴 사람들을 보고 '모두 똑같이 생겼어' 라고 말하는 장면 따위를 보세요.

듀나 그럼 사람들은 과연 그런 일을 하지 않을까요?

파프리카 네?

듀나 그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냐는 말입니다. 대신 대답하죠. 그런 상황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그렇게 행동한답니다! 재앙이란 것은 이상하게 사람들을 단결시키는 경향이 있지요. 물건들을 훔치고 달아나느라고 정신없는 사람들도 생기겠지만 진짜로 남아서 분리대를 치워주고 자신을 희생하면서 건물을 폭파시키는 사람들도 정말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대부분은 정말로 그런 유치한 말들을 하고 감동에 겨워 합니다! 만약 이런 사건이 정말로 일어나서 다큐멘터리로 찍었다면 그런 '감동'적인 일들이 진짜로 기록되었을 것이고 사람들은 '감동'을 받았겠지요.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사람들은 억지라고 웃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사실적으로 보이는 것이 꼭 사실은 아니며 사실이라고 해서 꼭 사실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볼케이노]에서 일어나는 많은 '영웅적인 행동'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사실적인 상'에 맞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들이 조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파프리카 개별 액션들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가 없는가는 [볼케이노]처럼 '모럴'이 있는 픽션에서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개별 액션들을 총괄한 전체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가가 중요하죠. [볼케이노]는 재난이 닥치자 일시적으로 숭고해진(?)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LA라는 도시가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심각한 문제점들이 그것으로 커버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듀나 [볼케이노]는 비현실적인 상황을 다룬 픽션이기 때문에 그런 문제점들이 더 쉽게 눈에 뜨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남몰래 그런 이야기들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이미 고전이 된 영화인 [무방비 도시]와 같은 작품들을, 대공습 때의 영국을 다룬 수많은 다큐멘터리 영화들을 보세요. 사실 그 영화들도 [볼케이노]만큼 노골적으로 재난 속의 휴머니즘을 찬양하고 있습니다. 이런 영화를 사람들이 감명깊게 보는 건 아마 인간이라는 별볼일 없는 동물들도 자극만 주면 가끔 숭고해질 수 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겠지요. 우리가 겉보기보다 고상한 동물이라고 믿는 것도 정신 건강에 나쁠 건 없을 거예요.

파프리카 [볼케이노]의 메시지가 어떻건, 과학적 당위성이 어떻건, 이 영화의 시나리오에는 문제가 많습니다. '숭고한 행동들'은 유치하게 보이더라도 일단 관대하게 봐주기로 합시다. ^^: 하지만 가비 호프먼이 연기한 마이크의 칭얼대는 딸 켈리는 정이 뚝 떨어질 뿐만 아니라 행동에도 당위성이 없습니다. 켈리를 위험으로 몰아가는 꼬마의 실종도 어색한 에피소드고요. 게다가 건물이 와르르 무너지는데도 마이크와 켈리가 멀쩡하게 살아나는 장면은 아무래도 말이 안됩니다. 해피 엔딩으로 끌고가는 것은 좋지만 좀더 믿을만한 상황으로도 해피 엔딩 정도는 충분히 만들 수 있지 않겠어요? 게다가 그렇게 무리하게 끌어간 클라이맥스도 주인공들의 긴박한 반응이 부족하고 너무 짧아서 맥이 풀립니다. 그런데 언제 다른 분출이 있을지도 모르고 지금 상황도 끝난 게 아닌데, 딸과 시간을 보내겠다고 자리를 떠나는 마이크의 행동은 도대체 뭔가요?

듀나 전 이 영화가 너무나 철저하게 '헐리웃 살생부' 리스트를 따르고 있다는 게 꽤 재미있었습니다. 애니의 동료인 레이첼은 '소극적이고 액션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죽어야 할 사람입니다. 비상 사태에 부정적이었던 지하철국 직원은 자신의 어리석음 때문에 처벌받아야 하지만 그는 '고상한 죽음'으로 자신의 죄를 씻습니다. 개들은 물론 살아야 하고요. 의무감으로 가득찬 제이 칼더 박사의 이기적인 남편 노먼은 자신이 수억을 들여 지은 건물을 용암에 제물로 바치고 맙니다.

파프리카 [볼케이노]의 배우들은 [단테즈 피크]보다 낫습니다. 토미 리 존스, 앤 헤이시, 돈 치들은 모두 [단테즈 피크]의 브로스넌보다 나은 연기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토미 리 존스가 연기한 마이크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의 성격이 아주 전형적이거나 신빙성 없게 그려지기 때문에 배우의 질은 영화 전체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합니다.

듀나 아직까지 토미 리 존스는 블록 버스터의 영웅보다는 인상적인 조연 쪽이 더 재미있습니다. 앤 헤이시가 연기한 애니는 전반부엔 신선하고 재치있게 묘사되지만 뒤로 갈 수록 각본이 애니의 성격을 죽여갑니다. 돈 치들이나 가비 호프만은 좋은 배우들이지만 도대체 그들이 무엇을 연기하고 있다는 말인지요?

파프리카 전 애니가 마이크에게 눈을 깜빡거리면서 판 구조론을 설명하는 장면이 이상하게 마음에 들었어요. 지금 누구랑 연애를 하건, 헤이시는 좋은 배우예요. 요새 헤이시 대신 AW에서 비키 역을 하는 배우는 너무 얌전하더군요.

듀나 그걸 아직도 봐요? 어떻게요?

파프리카 에헴, [볼케이노]는 형편없는 각본을 거창한 특수효과로 포장한 재난 영화일 뿐입니다. 하지만 이 장르의 영화들 중에서 좋은 각본의 영화를 찾기가 원래부터 힘들기 때문에, 전 이제 나쁜 각본도 이 장르의 필수 요건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 텔레비젼에서 했던 [포세이돈 어드벤처]나 [타워링]같은 영화들를 즐겁게 본 기억을 부인하고 싶지도 않고, 사실 [볼케이노]도 좋은 의미에서건 나쁜 의미에서건 그럭저럭 재미있게 보았으니 전 별로 심한 소리를 하지 않기로 하겠습니다. 뭐 덧붙일 말 없나요?

듀나 없어요. (97/05/26)

D&P


기타등등

1. 마이크와 켈리가 살아나는 게 말도 안된다고 했는데, 다시 봤더니 그렇게까지 말도 안되는 이야기는 아니더군요. 무너지는 건물을 맨몸으로 뒤집어 쓴 것도 아니고 옆 건물에 꽤 안전하게 피했으니까요. 위에 했던 말은 취소입니다. 이 정도 위험이야 영화 속에선 늘상 일어나는 일이니까.

2. 물론 여러분도 이 영화의 용암이 '사실적'이라고 믿지는 않으시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