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Volver (2006) * * * 1/2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Pedro Almodóvar

주연
페넬로페 크루스....라이문다
Penélope Cruz....Raimunda
카르멘 마우라....이레네
Carmen Maura....Irene
롤라 두에냐스....솔레
Lola Dueñas....Sole
블랑카 포르티요....아구스티나
Blanca Portillo....Agustina
요아나 코보....파울라
Yohana Cobo....Paula





엄마와 라이문다
라 만차에는 아직도 풍차들이 서 있더군요.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귀향]을 보면 수많은 풍차들이 라 만차의 평원 위에 서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요새 풍차들은 밀을 찧는 대신 전기를 만들지만요.

라 만차 사람들에게 광기는 유전인 걸까요? 아니면 그 엄청난 바람이 만들어내는 환경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게 있긴 합니다. 라 만차 출신의 여자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알모도바르의 이 최신작이 그렇게까지 온전한 정신으로 운영되는 영화가 아니라는 거죠.

알모도바르의 모든 영화들이 그렇듯, [귀향]은 조용한 영화가 아닙니다. 빨간 깃발을 요란하게 흔들어대는 거창한 멜로드라마지요. 그렇다고 이 영화가 멜로드라마라는 하나의 장르에만 안주하는 건 아닙니다. 여기엔 초자연적인 귀신 이야기와 완전범죄를 다룬 살인 이야기까지 포함되지요. 코미디라는 건 말할 필요도 없고요. 보도자료에서는 카르멘 마우라가 주연했던 그의 초기작 [내가 무엇을 잘못했길래?]를 언급하던데 나쁜 비교는 아닙니다. 이 영화쪽이 훨씬 컬러풀하고 멜로드라마가 강하긴 하지만요.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라 만차에서 태어나 지금은 도회지에서 뼈빠지게 일하고 있는 두 자매입니다. 치매에 걸려 정신이 없던 이들의 이모 파울라가 노환으로 세상을 뜰 무렵, 이들 모두에게 엄청난 일이 일어납니다. 일단 라이문다네 집에서는 딸 파울라가 자기를 강간하려던 아빠를 칼로 찔러 죽였어요. 라이문다가 시체를 처리하고 뒷수습을 하는 동안 혼자 장례식에 갔다가 돌아온 동생 솔레의 차 트렁크에는 3년 전에 아빠와 함께 불타 죽었던 엄마의 유령이 숨어 있었고요.

어처구니 없는 시작이지만, 그래도 이들은 모두 비교적 일을 잘 꾸려갑니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길래?]의 글로리아가 그랬던 것처럼, 그들은 이 말도 안 되는 사건들에 침착하게 대응하고 그러면서 자기가 힘겹게 이어왔던 삶의 끈을 놓치지도 않습니다. 그들은 참 열심히, 열정적으로 살아갑니다.

[귀향]은 관계와 연대에 대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남 도움 없이 혼자서 씩씩하게 잘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그만큼이나 그들 주변의 여성들에게 의지하고 또 도움이 되어주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이들을 둘러싼 남성 중심의 스페인 사회가 위에서 움직이는 동안, 라이문다와 솔레를 중심으로 한 여성들의 지하세계는 위에서 강요하는 규칙과 도덕을 무시하며 자기식으로 운영됩니다. 어떤 때는 그 결과나 목적 보다는 연대 자체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여요.

이들의 드라마가 설득력 있는 이유는 배우들이 참 좋기 때문입니다. 페넬로페 크루스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당당한 스타지만, 이 사람의 카리스마와 연기는 조금씩 위태로운 경향이 있었죠. [귀향]의 크루스에는 그 위태로움이 전혀 없습니다. 당당하고 위엄있으며 아름다워요. 오래간만에 알모도바르의 세계로 돌아온 카르멘 마우라 역시 콸콸 넘치는 감정과 어처구니 없는 코미디를 교활하게 섞은 멋진 연기를 보여주고요. 이들을 포함한 다른 배우들도 무척 좋습니다. 적당히 과장되고 적당히 아름답고 적당히 요란한 알모도바르식 연기를 완벽한 알모도바르식 스타일로 소화해내고 있지요. (06/09/13)

DJUNA


기타등등

나이 문제가 조금 걸리긴 하더군요. 아무리 어린 나이에 아기를 낳았다고 해도 페넬로페 크루스는 10대 딸의 엄마로 나오기엔 아직 젊죠. 동생 솔레로 나온 롤라 두에냐스는 크루스보다 나이가 많고 실제로도 언니처럼 보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