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최동훈

주연
조승우....고니
백윤식....평경장
김혜수....정 마담
유해진....고광렬
김윤석....아귀
이수경....화란
김정난....세란
김경익....빨치산
주진모....짝귀
김상호....박무석
김응수....곽철용
백도민....용해
서동수....용팔
귄태원....호구
조상건....너구리

고니와 평경장

남들이 뭐라건, 전 최동훈의 [범죄의 재구성]이 가능성만 보여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 자체의 힘으로 서기엔 영화가 너무 모범생의 졸업작품 같았죠. 장르 도구의 사용엔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 있었고 지하세계의 은어들로 짜여진 '사실적인' 대사들에는 열심히 공부한 티가 너무 났었습니다.

하지만 최동훈의 두 번째 영화 [타짜]에는 그런 뻣뻣한 느낌이 전혀 없습니다. [타짜]는 유려하고 능글맞으며 거의 징그러울 정도로 능숙합니다. 과거와 현재를 종횡무진 오가고 적절하게 시점을 바꾸어가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리듬과 템포가 너무 그럴싸해서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수완좋은 바람둥이에게 농락당했다는 느낌까지 들지요. 이 영화는 진짜 이야기꾼의 작품입니다.

원작의 힘일까요? 그럴 수도. 적어도 전작을 밑으로 잡아 끌었던 인공적인 느낌이 제거될 수 있었던 건 캐릭터와 대사의 설계도 역할을 해준 원작 때문일 가능성이 크죠. 하지만 전 원작을 읽지 않았으니 최동훈의 각색을 구체적으로 비판하지는 못합니다. 주연배우들도 시나리오를 읽기 전엔 원작의 존재도 몰랐던 모양이니 특별히 확인해 볼 생각도 들지 않아요. 뭐, 괜찮은 작품이겠죠. 이 정도로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원작이라면.

영화의 시대배경을 90년대로 잡은 것도 저에겐 적절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슬슬 시대를 바라보는 방식 자체가 관습화되어가는 60년대와는 달리 90년대는 아직 해석 가능성이 부글거리는 역동적인 과거이죠. 우리가 더 잘 기억하는 시대이기도 하고, 도박이라는 주제가 더 현실감 있게 살아나는 시대이기도 합니다. 물론 60년대를 무대로 했다면 김혜수가 그렇게 몸매를 확실하게 드러내는 옷을 입고 돌아다니지도 못했을 거예요.

그만큼 재미있는 건 영화에 은근 슬쩍 숨어 있는 옛 한국 영화의 느낌입니다. [범죄의 재구성]처럼 이 영화의 음악은 작정한 복고풍이고 후반부의 기차 장면의 묘사 방식이나 김혜수의 몇몇 복장은 은근히 60년대 영화의 분위기를 풍깁니다. 정말 60년대를 무대로 했다면 이 느낌이 오히려 죽었겠죠.

배우들은 신이 났습니다. 주인공 고니 역을 맡은 조승우도 날고 기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연기가 재미있었을 사람들은 평경장 역의 백윤식과 정 마담 역의 김혜수였던 것 같군요. 특히 김혜수가 캐릭터의 이미지를 가지고 노는 걸 구경하는 건 정말 즐겁습니다. 순전히 결말을 내기 위한 결말이 이 캐릭터의 흥겨움을 조금 날려버리긴 합니다만. (06/09/19)

DJUNA

기타등등

허영만이 친구인 산악인 박영석 대장과 함께 도박꾼으로 카메오 출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