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잭 스나이더 Zack Snyder

주연
말린 애커먼....로리 주피터 / 실크 스펙터 II
Malin Akerman....Laurie Jupiter / Silk Spectre II
빌리 크루덥....닥터 맨해튼 / 존 오스터맨
Billy Crudup....Dr. Manhattan / Jon Osterman
매튜 굿....에이드리언 바이트 / 오지만디어스
Matthew Goode....Adrian Veidt / Ozymandias
재키 얼 헤일리....월터 코박스 / 로어셰크
Jackie Earle Haley....Walter Kovacs / Rorschach
제프리 딘 모건....에드워드 블레이크 / 코미디언
Jeffrey Dean Morgan....Edward Blake / The Comedian
패트릭 윌슨....댄 브라이버그 / 나이트 오울
Patrick Wilson....Dan Dreiberg / Nite Owl
칼라 구기노....샐리 주피터 / 실크 스펙터
Carla Gugino....Sally Jupiter / Silk Spectre
맷 프류어....에드가 제이코비 / 몰록 더 미스틱
Matt Frewer....Edgar Jacobi / Moloch the Mystic
스티븐 맥해티....홀리스 메이슨 / 나이트 오울
Stephen McHattie....Hollis Mason / Nite Owl
로라 메넬....제이니 슬레이터
Laura Mennell....Janey Slater
롭 라벨....윌리 위버
Rob LaBelle....Wally Weaver

로어셰크

[왓치맨]은 충성스러운 팬보이의 작품입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딱 이런 논리로 움직이지요. "아, 정말 끝내주는 만화책을 봤는데, 일반인들에게 이게 얼마나 죽여주는지 어떻게 보여주지?" 최근 DC 만화 원작 영화의 자유로운 재해석 따위는 기대도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출신성분부터 다르니까요. 처음부터 12부작 연재물이었던 [왓치맨]에겐 재해석의 공간도 별로 없지요. [왓치맨]은 그냥 만화책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거의 그대로 보여줍니다. 중요한 대사들은 그대로 나오고 캐릭터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군데군데 내용과 농담이 개조된 부분이 있고 [왓치맨] 세계를 이루는 디테일들이 많이 사라졌으며 결정적으로 'Watchmen'이라는 표현이 전면에 등장하고 있지만 그래도 원형은 거의 그대로 유지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열성적인 팬들은 바뀐 부분에 대해 맹렬한 토론을 벌이겠지만, 그들 중 이 영화의 충실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예요. 잭 스나이더는 할 만큼 했습니다.

이렇게까지 충실할 필요가 있었는지 궁금하긴 합니다. 아무리 유사성이 강하다고 해도 만화책과 영화는 엄연히 다른 매체입니다. 그리고 앨런 무어가 이 이야기를 현재 진행형으로 썼던 1980년대 중반과 당시를 과거로 회상하는 2000년대 중반은 엄연히 다른 시대죠. 마땅히 2000년대의 관점이 반영될 법도 한데, 영화는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물론 개조된 후반부의 스토리에서 9/11의 은유를 읽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것도 그 뿐. 결국 스토리는 원작 안에 안전하게 머뭅니다. 사실 딴 생각을 할 시간도 없습니다. 방대한 이야기를 어떻게든 극장용 상영분으로 편집하는 것도 일이니까요. 그리고 그래놨는데도 영화는 2시간 40분이나 됩니다.

그 때문인지, 저는 종종 영화가 원작이 가진 생기를 놓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영화로 꼭 보고 싶어했던 [용의 형제] 시퀀스는 예상 외로 심심했습니다. 할리우드 액션 영화의 컨벤션에 맞추어 주어진 짧은 시간 내에 원작을 따라가다보니 정작 원작이 가진 모호한 감정과 유머가 날아가 버린 것이죠. 마찬가지로 전 이 영화의 구성이 많이 덜컹거린다고 느꼈습니다. 원작은 12부로 나뉜 연재물이니 어느 정도 이야기가 끊어져도 용납이 됩니다. 하지만 원작을 읽지 않은 관객들은 이런 식의 이야기 전개가 산만하다고 느끼겠지요. 조금만 자기 생각을 적극적으로 넣었다면 얼마나 좋았겠어요.

전 [왓치맨]이 정말로 좋은 영화가 되기엔 원작을 지나치게 존경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지나친 존경은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존중하는 무언가를 있는 모습 그대로 구체화시키는 것만 해도 굉장한 예술적 성취이죠. 뛰어난 초상화나 전기문학이 바로 이런 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왓치맨]에서도 그런 구석이 보여요. 예를 들어 닥터 맨해튼 말입니다. 이 캐릭터는 너무나도 말이 안 되어서 쉽게 우스꽝스러워질 수 있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이 캐릭터가 너무 멀쩡해요. 여전히 푸른 색 인광을 발산하는 벌거벗은 괴물이지만 관객들은 그를 한 명의 캐릭터로 받아들이고 존중합니다. 그리고 [왓치맨]이라는 이야기 자체가 마스크 쓴 광대들을 존중하지 않고서는 진행될 수 없지요.

이 영화는 모양새 자체가 성취입니다. 배우들도 정말 그럴싸하게 어울리는 사람들을 뽑았지요. 영화가 그려낸 가짜 80년대의 질감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정말 그 세계가 있다고 해도 믿겠어요. 동시대인 80년대가 아닌 지금 만들어진 것도 다행입니다. 당시엔 별 의미가 없었던 소소한 디테일이 지금에 와서는 엄청난 무게를 갖고 다가오니까요. 각본 자체가 너무 안전했다고 앞에서 말했지만, 이렇게 공들여 쌓은 세계를 관객들 앞에 던지면 관객들 스스로가 새로운 의미를 찾기 마련이지요. (09/02/24)

DJUNA

기타등등

타일러 베이츠의 음악은 옥석이 섞여 있습니다. 그는 시대 분위기를 내기 위해 주로 기성곡을 재사용하는데, 오프닝 시퀀스처럼 아주 그럴싸하게 어울리는 부분도 있지만 코미디언의 장례식이나 베트남전 장면처럼 너무 노골적이어서 맥이 풀리는 장면들도 많습니다. 기성곡의 사용은 손쉬워 보이지만 성공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죠. 스탠리 큐브릭, 마틴 스콜세지, 쿠엔틴 타란티노 같은 사람들이 떠오릅니다만, 그들은 정말 특별한 사람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