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결혼원정기 (2005) * * *

감독
황병국

주연
정재영....만택
수애....라라
유준상....희철
김성겸....만택 할아버지
김지영....만택 어머니
권태원....사장
박길수....두식
전상진....상진
신은경...알로나



라라와 만택
만약 한국 남자들의 원정결혼을 진지하게 다룬 직설적인 영화를 만든다면 그건 굉장히 칙칙하고 무거운 작품이 될 겁니다. 자기 탓 반, 남의 탓 반으로 결혼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은 남자들이 보다 만만하고 말 잘 들을 것 같은 '못 사는 나라' 여자들을 물건 사듯 데려오는 게 뭐 그리 즐거운 이야기라고요.

하지만 [나의 결혼원정기]는 칙칙한 영화가 아닙니다. 한가지 이유 때문이죠. 이 영화는 원정결혼이라는 소재를 그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다룰 생각이 없습니다. 그랬다면 정말 빠져나갈 구석이 없었을 거예요.

영화엔 몇 가지 탈출구가 있습니다. 우선 이들이 원정을 통해 '쟁취'하려는 신부들은 우즈베키스탄의 고려인 여자들입니다. 스탈린의 정책에 따라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사람들의 후손들이죠. 영화 초반부에 사기꾼 사장이 고객들을 무장해제 시키기 위해 멋대로 떠들어 대는 입발린 연설이 사실 관객들에게도 조금은 먹힙니다. 비행기로 일곱 시간이나 가야 도착할 수 있는 이국 땅에서 남한 총각들과 고려인 여자들과 탈북자들이 만나는 이야기이니 어찌 속아 넘어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두 번째 탈출구는 이 영화가 기본적으로 정통 로맨스라는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인 시골총각 만택과 현지 통역 라라의 로맨스는 사실 원정결혼의 차가운 현실과는 별 관계 없습니다. 이국 땅에서 운명적으로 만난 연인들의 조건과 무관한 연애지요.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이야기가 포장지에 붙여놓은 주제를 배반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도 영화는 변명할 거리가 충분합니다. [나의 결혼원정기]는 원정결혼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우연히 원정결혼에 말려든 한 남자의 특별한 이야기이고 그 이야기는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어요. 그렇다면 우리가 거기에 대해 뭐라고 할 필요는 없는 거죠. 그리고 영화는 원정결혼이라는 행사와 거기에 참가한 남자들의 모습을 꽤 정확하고 솔직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결말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그려지긴 했지만 필요 이상의 자기 변명은 없어요.

결정적으로 영화는 꽤 호감 가고 재미있습니다. 로맨스의 감정은 살아있고 유머도 풍부해요. 정재영, 수애, 유준상의 콤비 플레이도 훌륭하고 그들이 연기하는 캐릭터도 믿음직스럽습니다. 페이스도 적당해서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우즈베키스탄의 로케이션도 효과적으로 활용되었어요. [나의 결혼원정기]는 성실하게 만들어진 주류 영화입니다.

하지만 전 여전히 보다 직설적이고 솔직한 '원정결혼'의 이야기를 꿈꿉니다. 그런 영화도 나와야 하지 않겠어요? 제가 머리 속에서 그리고 있는 건 철저하게 고립된 외국인 신부 시점에서 전개되는 폭력적이고 컴컴한 이야기입니다. 누군가가 한 번 시도해 봐도 될텐데요. (05/11/03)

DJUNA


기타등등

모델이 된 [인간극장-노총각 우즈벡에 가다]는 여기에 있습니다. 무료지만 고화질 지원이 되지 않는군요. KBS 것이 대부분 그렇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