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로버트 제메키스 Robert Zemeckis

주연
미셸 파이퍼....클레어 스펜서
Michelle Pfeiffer....Claire Spencer
해리슨 포드....노먼 스펜서 박사
Harrison Ford....Dr. Norman Spencer
다이애나 스카위드....조디
Diana Scarwid....Jody
조 모튼....드레이튼 박사
Joe Morton....Dr. Drayton
제임스 리마....워렌 퓨어
James Remar....Warren Feur
미란다 오토....메리 퓨어
Miranda Otto....Mary Feur
앰버 발레타....매디슨 엘리자베스 프랭크
Amber Valletta....Madison Elizabeth Frank
캐더린 타운....케이틀린 스펜서
Katharine Towne....Caitlin Spencer
빅토리아 비드웰....비어트리스
Victoria Bidewell....Beatrice
엘리엇 고레츠키....테디
Eliott Goretsky....Teddy
레이 베이커....스탠 파웰 박사
Ray Baker....Dr. Stan Powell
웬디 크루슨....일레나
Wendy Crewson....Elena
슬론 쉘튼....템플턴 부인
Sloane Shelton....Mrs. Templeton
톰 달그린....템플턴 학장
Tom Dahlgren....Dean Templeton
미콜 머큐리오....프랭크 부인
Micole Mercurio....Mrs. Frank

(스포일러가 잔뜩 있습니다.)

[왓 라이즈 비니스]의 도입부는 미스 마플이 주인공인 영국 추리 소설 같습니다. 딸애를 대학에 보내고 심심해진 가정 주부 클레어는 옆집에 사는 이웃을 관찰하다가 그만 그집 남편이 아내를 학대한다고 믿어버리죠. 열심히 옆집을 엿보던 클레어는 그만 남편이 아내를 살해하고 시체를 버렸다고 믿어버립니다. 당연히 세상에 그녀의 말을 믿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고 그녀는 혼자서 자기 추리가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지요.

추리물이 한창 물이 오르면, 슬슬 장르 비틀기가 시작됩니다. 클레어의 눈 앞에 금발 머리 여자의 유령이 보이기 시작하는 거예요. 당연히 클레어는 그게 옆집에서 살해된 여자의 유령이라고 믿고 유령과 접촉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유령의 정체는 클레어가 생각한 것과 전혀 달랐고, 묻혀있던 진상은 클레어에게 훨씬 더 심각한 것이었습니다.

[왓 라이즈 비니스]는 좋은 아이디어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웃 엿보기로 시작한 추리물이 탐정 자신과 직접적으로 관계있는 유령 이야기로 연결되는 스토리 라인은 충분히 입체적입니다. 결말이 좀 평범하긴 해도 진상으로 주인공을 끌어가는 과정은 매끄럽습니다. 서스펜스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사용되는 몇몇 아이디어들도 훌륭하고요. 이것만 해도 충분한 호러/서스펜스 영화가 되기 위한 바탕이 되지요.

하지만 영화는 이 재료들을 충분히 활용하지는 않았습니다. 아마 이유는 둘 중 하나였겠지요. 로버트 제메키스에게 이런 소재가 아주 잘 맞지 않았거나, 방만했거나요.

제메키스는 이 이야기를 끌어가기 위해 히치콕을 그냥 끌어다 쓰고 있습니다. 엿보기 장면에서는 [이창]이 연상되고 자주 나오는 욕실 장면들은 [사이코]가 연상됩니다. 앨런 실베스트리의 음악은 처음부터 끝까지 버나드 허먼을 표절하고 있고요. 하긴 평생을 히치콕만 흉내내는 브라이언 드 팔마 같은 양반도 있으니 이 정도 모방은 대단한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영화는 효과를 위해 특별히 머리를 쓴 흔적이 보이지 않습니다.

히치콕에서 벗어나 호러로 접어들어도 제메키스는 창의적이 되지 않습니다. 주인공을 프레임 안에 가두는 방식으로 공포를 끌어내려 하는 수법이 터무니 없을 정도로 자주 남발되고 있고 유령이 나오는 장면 몇몇도 필요 이상으로 효과가 많이 쓰여진 경향이 있어요.

클락 그렉의 각본 역시 아이디어만큼 좋지는 않습니다. 영화가 엄격해진 학칙이나 교통 사고, 다리의 통신 불능 지역, 실험용 약물과 같은 복선들을 끌어들이는 방식을 보세요. 페어플레이는 했을지 몰라도 던져지는 방식이 너무 뻔해서 정작 그 복선이 등장하는 순간이 되면 작위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죠. 진상이 '악당'의 입을 통해 드러나는 방법 역시 캐릭터의 성격과 맞지 않고 타당한 심리 묘사가 결여되어 있어서 어색해요. 전체적으로 지나치게 앞뒤를 맞추려고 했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호러 영화는 살짝 풀어주는 맛이 있어야죠.

그러나 전체적으로 영화는 재미있습니다. 물론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제가 귀신들린 집 장르의 팬이라는 것을 고려해야겠지요. 하지만 그걸 잊는다고 해도 이 영화가 제공하는 2시간 9분은 결코 지루하지 않습니다. 자주 덜컹거리기는 하지만 아이디어는 여전히 흥미롭고 진부해지는 순간에도 서스펜스는 남아있습니다. 가끔 꽤 무서운 장면도 나오고요. 유령의 정체가 밝혀지는 중반까지는 미스터리적 요소도 훌륭합니다.

배우들도 이상적입니다. 미셸 파이퍼는 오래 간만에 적역을 맡은 듯 하고 클레어라는 캐릭터에 완벽하게 어울립니다. 사실 파이퍼는 요새 활동 중인 미국 배우들 중에서 제가 가장 쉽게 감정 이입할 수 있는 배우니까 저한테는 더 잘 먹혔을 수도 있겠군요. 해리슨 포드의 비중은 더 적고 캐릭터도 약하지만 그의 기존 페르소나는 완벽하게 활용되었습니다.

아마 무신경한 마케팅 플레이가 없었다면 이 영화는 더 흥미로웠을 겁니다. [왓 라이즈 비니스]의 마케팅 팀은 핵심인 결말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영화를 팔려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를 않습니다. 우선 미국 포스터에 쓰여진 카피부터 보세요. 영화가 절정까지 감추려고 한 결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볼 것 못 볼 것 다 보여주는 예고편도 역시 괴상한 건 마찬가지지요.

다행히도 전 영화를 보기 전까지 둘 다를 거부했기 때문에 (영화관에서 예고편이 나오면 눈부터 가리는 식으로요) 꽤 재미있게 영화를 볼 수 있었답니다. 좀 귀찮기도 했고 결말 역시 엄청나게 놀라운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성과는 있었어요. (00/10/03)

DJUNA

기타등등

앰버 발레타가 유령으로 나옵니다. 하지만 정말 이미지만 제공해주는 역에 불과했으니 패션 모델 일보다 특별히 더 연기력이 필요했을 것 같지는 않군요. 오히려 연기력은 런웨이에서 더 필요했을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