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심상국

주연
유준상....인호
로빈 셰이크....뚜힌
마붑 알업 펄럽....로니

인호

아직도 대한민국은 구석 동네라 외국인 연기자가 유창한 한국어로 연기를 하는 걸 보면 신기하죠. [로니를 찾아서]에서 나오는 로빈 셰이크도 그 경우입니다. 정말 징그럽게 잘해요. 단지 셰이크는 직업 배우가 아니라 17살 때부터 한국에서 살아온 실제 이주 노동자라고 하는군요. 참, 이 배우의 역할은 로니가 아니랍니다. 로니는 이 영화에서 목표이고 지향점이니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많이 나와야 할 필요는 없지요.

왜 인호는 로니를 찾으러 다니는 걸까요? 복수하고 싶어서라고 할 수도 있고, 남자의 명예를 되찾고 싶어서라고 할 수도 있지요. 인호는 안산에 있는 허름한 태권도장 사범인데, 단원들을 모으기 위해 시범경기를 하던 중 방글라데시에서 온 이주노동자인 로니에게 한 방에 맞아 나가 떨어지고 말았답니다. 그 이후로 남자로서의 자존심은 바닥을 치고 태권도장도 영 풀리지 않으니 인호는 미치겠죠. 당장 로니를 찾아야 합니다. 찾아서 무얼 한다고? 아마 그도 그건 모르겠죠. 그냥 찾아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왜 로니는 인호에게 갑자기 대련을 신청한 걸까요? 이유가 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이 늘어나면서 안산이라는 도시의 분위기가 조금씩 변해간 거죠. 경기도 좋지 않고 낯선 얼굴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니 동네 남자들이 꼬마 나치화되는 건 시간 문제입니다. 이주노동자에 대해 별 반감이 없던 인호도 순전히 분위기에 휩쓸려 동네 자경단이 되었다가 그만 동네에서 악세서리 가판대를 운영하던 로니를 만난 겁니다. 그리고 남자로서의 자존심은 한국 남자들만 있는 건 아니죠.

로니를 찾아 방황하던 인호는 시범경기 때 로니와 함께 있었던 친구 뚜힌을 만납니다. 순전히 로니가 어디에 있는지만 확인하려고 했던 인호지만, 어쩌다보니 뚜힌과 얽히게 되지요. 정말 어쩌다 그렇게 되었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뚜힌에겐 인호 근처에 있어야 할 이유가 별로 없거든요. 캐릭터의 동기보다는 스토리의 전개와 정치적 목적이 더 중요했다고 봅니다.

물론 [로니를 찾아서]는 분명한 정치적 목표가 있는 영화입니다. 한국 리버럴 남성의 입장에서 국내 이주노동자와 인종차별에 대한 하나의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죠. 그 때문에 종종 주캐릭터들의 대사나 행동이 그 목표에 맞게 평면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설득용으로 이게 과연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모르겠어요. 이 영화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극장에 오지도 않겠지요.

다행히도 영화는 자신이 해법을 안다고 내세우지도 않고 직설법으로 일관하지도 않으며 캐릭터에게 성급한 면죄부를 주지도 않습니다. [로니를 찾아서]는 기본적으로 코미디이고 캐릭터 연구입니다. 정치적 목표도 중요하지만 인호라는 찌질한 한국 소시민 마초가 점점 변해가는 세상에서 어떤 갈등을 겪고 어떤 소동을 일으키고 어떻게 적응해가는가를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죠. 이렇게 보면 뚜힌의 캐릭터가 이해가 되긴 합니다. 원래 인호 같은 사람들은 엄청난 자극을 주지 않는 한 쉽게 안 변하죠. 뚜힌처럼 징글맞게 영리하고 붙임성있고 한국어가 유창한 사람이 옆에서 거의 고문을 가하듯 끊임없이 자극해주지 않는다면요. 여전히 둘이 왜 저러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영화는 끊임없이 자잘한 코미디를 만들면서 앞으로 갑니다.

영화는 어디까지 갈까요. 인호가 갑자기 각성해서 자신의 찌질함을 극복하는 단계까지는 안 갑니다. 아마 그건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일지 모르죠. 하지만 영화는 여전히 사람들이 서로를 향해 마음을 열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낙관적이고 그것이 희망이라고 말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진부하게 들릴지 몰라도 그런 희망을 품고 행동하는 것은 좋은 일이겠죠. (09/05/22)

DJUNA

기타등등

기자 간담회에서 심상국 감독이 한 몇몇 발언은 태권도 세계 사람들에게 그리 좋게 들릴 것 같지 않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