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브라이언 포브스 Bryan Forbes

주연
헤일리 밀즈....캐시 보스톡
Hayley Mills....Kathy Bostock
다이앤 홀게이트....낸 보스톡
Diane Holgate....Nan Bostock
알랜 반즈....찰스 보스톡
Alan Barnes....Charles Bostock
알랜 베이츠....아서 블레이키
Alan Bates....Arthur Blakey
버나드 리....보스톡 씨
Bernard Lee....Mr. Bostock
엘시 웨그스탭....도로시 고모
Elsie Wagstaff....Auntie Dorothy
노만 버드....에디
Norman Bird....Eddie
해밀튼 다이스....목사
Hamilton Dyce....The Vicar
하워드 더글러스....수의사
Howard Douglas....The Vet

어린 보스톡 삼남매 한테는 아빠가 모르는 비밀이 있습니다. 물에 빠져 죽기 직전에 아기 고양이 세 마리를 구출해 집의 외양간에 숨겨두었던 거죠. 어느 날 밤 숨겨놓은 아기 고양이를 보러간 맏이 캐시는 외양간에 숨어 있던 젊은 남자를 발견합니다. 누구냐고 묻자 남자는 'Jesus Christ!'라고 욕을 퍼부으며 기절해버리는데, 그만 캐시는 그 남자가 자신의 이름을 말한 것이라고 착각해 버립니다. 네, 이 어처구니 없는 아이는 그가 예수 그리스도라고 믿어버렸던 겁니다. 보스톡 삼남매는 어떻게든 그들의 '예수'를 숨겨주려고 하지만 아이들 사이에서 소문은 점점 퍼져 갑니다. 그러나 그 남자가 진짜 예수일리는 없었겠죠?

이 영화는 정말 단순하고 노골적인 아이디어에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범죄자가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 모든 이야기들은 교묘하게 복음서의 스토리와 연결됩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 캐시는 12 제자의 한 명쯤으로 보이기도 하고 어떤 때는 막달라 마리아처럼 행세하기도 합니다. 어린 '신도'들 중 한 명은 좀 나이 든 소년이 거짓말을 한다고 아이를 두들겨 패자 베드로처럼 세 번씩 자신의 믿음을 부정합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이야기를 꺼냈던 걸까요? 글쎄요. 이건 어떻게 보면 믿음과 종교에 대한 악랄한 농담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의 '예수'는 도망다니는 범죄자에 불과하니까요. 영화의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기독교 믿음의 기반 자체를 놀려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영화는 아이들의 믿음을 아주 강렬하고 아름다운 어떤 것으로 묘사하니까요. 아이들이 돌보는 것은 범법자일 뿐이지만 그들의 행동은 2천년 가까이 이어져 온 믿음과 전설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랭커셔의 순진한 아이들이 속았다'로 끝내기엔 이야기가 지나치게 심각한 구석이 있죠.

그렇다면 이 영화는 반대로 현대인들의 믿음의 상실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꼭 그렇다고 따질 수는 없죠. 영화는 '믿음'이라는 위험하고 강렬한 경험에 대해 거의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어떤 때는 사람을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바보스럽게 만들고 어떤 때는 사람을 기괴할 정도로 강하게 만드는 이 괴상한 것에 대해서 말이에요. 이 영화의 진짜 장점도 그 입체성에 있습니다.

[우리들만의 비밀]은 아주 위태로운 영화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사실 영화는 정말 그 위태로운 경계선 근처를 불안하게 오갑니다. 아이디어가 너무 거창해서 작위적이 될 가능성이 높거든요. 아무래도 캐시는 이런 순진한 믿음을 따르기엔 지나치게 나이를 먹은 것 같지 않나요? 아무리 엄격한 종교 교육을 받은 랭커셔 출신의 시골 소녀라고 해도 말이에요.

그러나 영화는 이런 위태로움을 훌륭하게 극복해냅니다. 일부는 아서 이버트슨이 찍은 아름다운 흑백 화면 때문 덕택이고 일부는 키스 워터하우스와 윌리스 홀이 각색한 진지한 각본 때문입니다. 물론 브라이언 포브스의 시적인 연출을 잊어선 안되겠지요. 그러나 가장 큰 덩어리는 헤일리 밀즈라는 훌륭한 아역 배우와 아직 초짜였던 알랜 베이츠의 호연입니다. 특히 밀즈는 이야기의 작위성을 관객들이 완전히 잊어버릴 정도로 근사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역시 범죄자와 소녀의 우정을 다루었던 [타이거 베이]에서 이 친구가 보여준 호연을 생각해보면, 밀즈는 이런 이야기가 맞나봐요. (00/05/07)

DJUNA

기타등등

1.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을 쓴 메리 헤일리 벨은 헤일리 밀즈의 엄마랍니다.

2. 10년 쯤 뒤에 빅토르 에리세가 이와 비슷한 소재를 훨씬 시적으로 꾸며내 [벌집의 정령]을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