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왜 왔니 (2009) * * *
감독
황수아
주연
강혜정....수강
박희순....병희
승리....지민
이다윗....어린 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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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왜 왔니]의 발랄깜찍한 제목과 포스터를 보고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은 첫 장면부터 당황할 것입니다. 이 영화는 강혜정의
캐릭터 이수강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해요. 혹시나 반전이라도 있지
않을까 화면을 노려봐도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수강은 죽었어요.
다른 결말이 나올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그렇다고 박희순이 연기한
남자주인공 병희의 사정은 좀 나은가? 아뇨. 그는 여전히 대인기피증에
걸린 외톨이입니다. 그리고 병희가 경찰 앞에서 들려주는 영화의 이야기는
대부분 몇 년 전에 일어난답니다. 앞날 깜깜하죠?
수강의 캐릭터를 보면 더욱 암담해집니다. 이 사람은 [미저리]의 애니 윌크스와 아델 위고를 합쳐놓은 인물이에요. 자살하려는 병희의 집에 쳐들어와 그를 결박한 뒤, 그 집 창문을 통해 자길 차버린 남자의 아파트를 몇 주 째 엿보고 있지요. 여기까지는 귀여울 수도 있다고요? 아뇨, 이 영화에서 수강이 하는 짓은 거의 모두가 범죄행위예요. 스무 살 아가씨가 열세 살짜리 중학생과 성관계를 맺는 것부터가 잘못된 거죠. 그 뒤부터 몇 년 동안 수강이 저지르는 일들은 무시무시하고 집요한 스토킹, 감금, 폭력, 살인미수입니다. 어느 누구라도 무서울 거예요. 무섭기도 하지만 처절한 인생 낭비지요. 그리고 위에서도 말했지만 그 인생 낭비는 어떤 대가도 없이 끝나버립니다. 우리의 주인공은 결국 집 없이 떠돌다가 남의 집 비닐하우스에서 얼어 죽는다고요. (스포일러가 아니라니까 그러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집에 왜 왔니]는 예상외로 밝은 영화입니다. 적어도 영화는 이 우울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를 밝게 끌고 가요. 결국 영화의 분위기는 이야기보다는 태도에 의해 결정되는 것입니다. 아무리 결말을 알고 있다고 해도 강혜정과 박희순의 시치미 뚝 뗀 연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걸 깜빡 잊고 말거든요. 그리고 아무리 결말이 누군가의 죽음으로 끝난다고 해서 그 이야기가 코미디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누군가의 인생이 집착과 아집으로 철저하게 붕괴되는 이야기 역시 코미디가 될 수 있어요. 전형성에서 벗어난 모든 것들은 멋진 코미디 소재죠. 이럴 때는 처절할수록 더 좋아요.
그리고 모든 관객들이 이수강을 사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해도, 이 인물이 꽤 재미있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할 겁니다.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수강과 같은 사람들의 극단적인 집착은 매혹적일 수 있죠. 물론 극도로 혐오스러울 수도 있고. 대부분의 경우는 둘 다일 겁니다. 어느 쪽이건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평상시에 그냥 지나갔을 법한 삶의 요소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해줍니다. 억지로 교훈을 찾으면 그렇다는 거고, 이 영화를 짜증내지 않고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이탈리아 오페라 보듯 수강의 몰락을 감상하겠지만요.
영화의 분위기에 일조하는 것은 서술구조입니다. 이 영화는 수강의 죽음 이후 병희의 고백으로 시작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이야기 내에서 수강이 병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와 그 이야기에서 또 병희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같은 것들이 섞여 있습니다. 그 때문에 9년이라는 비교적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군데군데 벌어졌던 이야기들이 뒤섞여 조각보처럼 엮여 있지요. 복잡해보이지만 일단 보면 따라가기 어렵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이런 구조 덕택에 밑바닥까지 떨어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비교적 초연하게 따라갈 수 있어요. 암담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결말이 거의 해피엔딩처럼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고요. 이런 시간 구조 속에서 연대기적인 인과관계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지 않습니까?
[우리 집에 왜 왔니]는 보편적인 감수성에 호소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심지어 [미쓰 홍당무]와 비교해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캐릭터와 연기는 흥미로우며 가끔가다 아주 독특한 질감의 코미디 장면들을 접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오래간만에 진짜 강혜정 연기를 볼 수 있으니 팬들에겐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거고요. 하지만 승리팬들은 너무 큰 기대를 마시길. 그렇게 역할이 큰 편도 아니니까요. (09/03/31)
DJUNA
기타등등
나이 든 지민의 여자친구로 나오는 배우가 강혜정의 동생이라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