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이성강

주연
손예진....여우비
공형진....강 선생
류덕환....황금

여우비

여우비는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 요요들과 함께 사는 백살먹은 구미호입니다. 아니, 사실 오미호지요. 꼬리가 다섯 개밖에 없거든요. 하여간 백살이 되어 사춘기 증상을 보이는 이 아가씨는 가출한 말썽쟁이 요요를 찾으러 나섰다가 폐교에서 극기 훈련을 하고 있는 부적응자 아이들을 만나게 됩니다. 아이들 사이에서 애완동물처럼 잡혀 있는 요요를 구하기 위해 여우비는 아이들 사이에 들어갑니다.

[천년여우 여우비]는 착한 영화입니다. 들려주는 이야기도 착하고 그 이야기의 주인공들도 착하며 그 의도도 선량하기 짝이 없습니다. 영화는 희생과 나눔과 사랑의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 고민의 결과물을 관객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합니다.

문제는 이런 선량함이 곧바로 그 작품의 완성도와 연결되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해가 없길 바랍니다. [천년여우 여우비]는 장점이 많은 영화입니다. 기술적 완성도는 상당한 수준이고 아이디어도 풍부합니다. 종종 한국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발목을 잡았던 유명스타의 더빙도 비교적 자연스러운 편이고요. 분명한 개성이 부족하고 가끔 지나치게 미야자키 하야오 분위기가 나며 종종 나오는 뮤지컬 장면이 민망해서 그렇지 애니메이션의 연출은 좋고 종종 굉장히 아름답기도 합니다. 특히 영화 마지막 호수 밑 장면은요.

그러나 이 장점은 드라마의 장점과 연결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영화는 아주 심하게 걸려 넘어지고 말아요.

아까 전 이 영화의 아이디어가 풍부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디어는 멀티미디어 소스 제작자나 일러스트레이터의 아이디어이지 극작가의 아이디어는 아닙니다. 이들은 시퀀스나 신으로 존재할 때는 괜찮지만 드라마 속에 영 녹아들지 못합니다. 각 아이디어들은 어색하게 끊어진 채 헐겁게 연결되어 있을 뿐이에요. 그 때문에 영화는 설득력이 부족하고 생뚱맞으며 산만합니다. 그 때문에 졸지 않고 영화를 끝까지 따라가는 관객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이렇게 중얼거리게 되지요. "저 욕조 유령은 왜 나오는 거야? 저 그림자는 지금 뭐하는 거야? 여우비는 왜 저래? 아니, 저 곰은 도대체 뭐야? 얘들은 왜 나오는 거지? 아니, 정말 이러고 끝이야?"

더 나쁜 건 각본이 영화의 주인공들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싶은 관객들의 마음까지 배신해버린다는 것입니다. 영화는 사랑과 희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랑은 뜬금없고 희생과 구원은 모두 사고입니다. 아니, 드라마 전체가 사고지요. 그 때문인지, 마땅히 제대로 된 대접을 받아야 할 수많은 캐릭터들이 정작 드라마에서는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막판엔 마무리나 작별 인사 없이 그냥 버려집니다. 특히 요요들은 딱하기 그지 없을 정도예요. 도대체 어쩌란 말이에요. (07/01/11)

DJUNA

기타등등

여우비의 영어 이름은 Yoby입니다. '여우비'라는 이름이 조금 발음하기 어렵긴 하지만 꼭 그럴 필요가 있었는지. 차라리 이름을 번역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