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에이탄 폭스 Eytan Fox

주연
오하드 놀러....요시
Ohad Knoller....Yossi
예후다 레비....자거
Yehuda Levi....Jagger
아야 코렌....얠리
Aya Koren....Yaeli
하니 푸르스텐베르크....골디
Hani Furstenberg....Goldie
아시 코헨....오피르
Assi Cohen....Ofir
사모카....야니브 모얄
Samocha....Yaniv Moyal
야니브....에레즈 카하나
Yaniv....Erez Kahana
사이코....유발 세모
Psycho....Yuval Semo
아담스....하난 사비온
Adams....Hanan Savyon
하다드....옴리 기본
Hadad....Omri Givon
샤론 라지니아노....대령
Sharon Raginiano....The Colonel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요시와 자거

제가 본 몇 안되는 이스라엘 영화들 중 두 편이나 되는 작품들이 동성애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건 우연일까요? 꼭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적어도 이스라엘은 동성애자들이 비교적 공개된 삶을 누릴 수 있는 몇 안되는 중동 국가니까요. 아마 이런 환경이 이 소재를 적극적으로 팔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고 국제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옆길을 터 주는 게 아닐까요? 지나치게 시니컬할 필요는 없지만, 이런 소재들이 주변 국가들에 대한 문화적 우월성을 드러내는 방식일지도 몰라요.

[요시와 자거]의 무대는 레바논 국경 근방의 이스라엘 군부대입니다. 여기서 근무하는 요시와 자거는 공공연한 단짝이고 비밀스러운 연인 사이입니다. 자거는 솔직하고 공개된 삶을 살기를 꿈꾸지만 요시는 아직 그럴 준비가 되지 않았죠. 한 편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는 여군인 얠리는 자거를 짝사랑하고 그런 얠리를 오피르라는 동료 병사가 또 짝사랑하고 있어요. 이들의 배배꼬인 관계는 한참 멜로드라마틱하게 진행되다가 어느 날 밤 무리하게 강행된 잠복근무와 함께 갑작스럽게 종말을 고합니다.

[요시와 자거]라는 영화를 볼 때 우리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은 내용이 아니라 소재와 소재를 둘러싼 스캔들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이스라엘 군인들이고 솔직히 지금의 중동 사태를 바라보면서 이스라엘 군인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실제로 이 영화가 트리베카 영화제에서 상영되었을 때 극장 밖에서는 시위가 장난이 아니었다고 해요.

그러나 국가 정책과 개인의 삶은 전혀 다른 대상입니다. 이 영화가 구체적인 국가적 정책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고요. 물론 비평가들은 여전히 그런 정치적 입장의 결여를 지적할 수 있지만 이슈가 되는 특정 국가에서 나온 작품이라고 해도 모든 이야기를 다 할 필요는 없죠.

위의 소란들을 잠시 접고 영화를 다시 본다면 [요시와 자거]는 진지하고 믿음직한 러브 스토리입니다. 스토리 자체는 안전한 공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영화가 우리에게 주려는 메시지 역시 보편적이고요. 자거에 대한 요시의 사랑을 가로막는 것은 사회적 편견과 그 편견을 이겨내지 못하는 자신의 소극적인 태도입니다. 그 때문에 그는 자거가 죽고 그의 삶이 회상되는 동안에도 자신의 존재를 그에서 지워버릴 수밖에 없죠.

스토리는 평범하지만 영화는 두 가지 면에서 이 스토리를 효율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일단 영화는 관객들에게 상당히 상세하고 흥미진진한 방식으로 이스라엘 군부대라는 세계를 보여줍니다. 특히 여자들도 의무병역의 대상이 되는 이 나라에서 섹스와 규율이 어떤 식으로 군부대의 폐쇄적인 세계와 얽히는지 관찰하는 것은 흥미로운 경험입니다. 둘째, 스토리의 평범함에도 불구하고 요시와 자거의 러브 스토리는 진솔함과 강한 정서로 가득합니다. 이들을 연기하는 배우들도 모두 잘 캐스팅되었고요. 특히 무뚝뚝한 외피 속에 상실의 고통을 감추려 노력하는 요시역의 오하드 놀러는 좋습니다.

영화는 65분으로 극장용 영화치고는 짧은 편입니다. 원래는 텔레비전용으로 제작된 모양이더군요. 조금 더 길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할 말은 다 했으니 더 길어진다면 사족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죠. (03/09/15)

DJUNA

기타등등

감독 에이탄 폭스와 제작자 갈 우코프스키는 애인 사이라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