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케네스 로너건 Kenneth Lonergan

주연
로라 린니....사만다 '새미' 프레스콧
Laura Linney....Samantha 'Sammy' Prescott
마크 루팔로....테리 프레스콧
Mark Ruffalo....Terry Prescott
로리 컬킨....루디
Rory Culkin....Rudy
매튜 브로더릭....브라이언 에버렛
Matthew Broderick....Brian Everett
존 테니....밥 스테거슨
Jon Tenney....Bob Stegerson
J. 스미스-카메론....메이블
J. Smith-Cameron....Mabel
개비 호프먼....쉴라
Gaby Hoffmann....Sheila
케네스 로너건....론
Kenneth Lonergan....Ron

프레스콧 남매

뉴욕 주 스코츠빌은 버스를 타고 몇 시간은 산으로 들어가야 하는 작은 시골 동네입니다. 드라이브 장면에 흐르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 당연하게 생각될 정도로 차가 없고, 일요일만 되면 마을 사람들 모두가 교회에 나가는 곳이죠. 깨끗하고 경치 좋고 안전하지만 저 같은 도시 토박이들은 일주일만 그 안에 있다간 미쳐버릴지도 모르는 곳입니다.

우리의 주인공 새미 프레스콧은 동네 은행의 대출 담당으로 일하며 혼자 8살짜리 아들을 키우는 평범한 직장 여성입니다. 남자친구 비슷한 밥과는 몇 년 째 미적지근한 관계를 맺고 있고 새로 부임한 지점장과는 사사건건 싸우는 사이죠. 새미의 인생에서 특별한 사건은 단 하나 있습니다. 어렸을 때 교통사고로 엄마와 아빠를 모두 잃고 동생 테리와 함께 세상에 남겨졌던 거예요.

테리는 새미와 전혀 다른 성격의 사람입니다. 그는 계획없는 삶을 사는 떠돌이입니다. 그는 무책임하고 생각이 얇으며 아직 여러모로 어린아이 같습니다. 프레스콧 남매를 보면, 부모의 교통사고가 남긴 상흔이 어떻게 두 아이에게 영향을 끼쳤는지 궁금해집니다.

어느 날, 몇 개월 동안 소식을 끊고 지내던 테리가 스코츠빌로 돌아옵니다. 문제가 있는 여자 친구를 위해 누나에게 돈을 꾸러 찾아왔던 것이죠. 그러나 당일치기로 떠나려던 그의 계획이 갑작스럽게 틀어져서, 그는 누나네 집에 죽치고 앉아 있게 됩니다.

[유 캔 카운트 온 미]에서 가장 눈에 뜨이는 것은 그 야심입니다. 한마디로 이 영화는 야심이 거의 없습니다. 일단 스타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 저예산 영화이고, 스타일이나 과격함, 주제의 무게로 그를 커버하려는 의도도 보이지 않거든요. 영화는 그저 오래 동안 떨어져 지내던 남매가 만나면서 생기는 일을 과장없이 조용히 보여줍니다.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잔잔한 연못에 조약돌을 던져 생긴 파문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는 느낌이 들죠. 영화는 침착하고 차분하며 일부러 밀어붙이는 구석도 없습니다. 일종의 의도된 순수성까지 느껴질 정도이죠.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중요한 것은 캐릭터들과 그들의 역학 관계입니다.

두 사람의 성격을 보면 영화가 어떻게 진행될 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새미는 동생을 깊이 사랑하지만 둘은 도대체 같이 지낼 수 있는 사이가 아닙니다. 테리는 아무리 노력을 해도 새미가 공들여 지켜온 세계의 톱니바퀴 안에 맞아 떨어지는 사람이 아니니까요. 한마디로 그는 멀리 있으면 그리워 미칠 지경이지만 가까이 있으면 참고 지내기가 힘든 사람입니다. 간단하지만 무척 역동적인 관계이죠.

이쯤에서 벌써 하품이 나오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는데, [유 캔 카운트 온 미]는 뜻밖에도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특별히 대단한 일이 일어나지는 않지만 장면마다 관객들의 시선을 잡는 그런 영화가 있지 않습니까? [유 캔 카운트 온 미]도 그런 영화 중 하나입니다. 구체적으로 왜 그런지는 쉽게 말할 수 없어요. 이 영화는 음흉할 정도로 무개성을 유지하고 있으니까요. 아마 정교하게 짜여진 대사나 캐릭터 사이의 갈등이 무척 진실되어 보이기 때문에 작은 사건들도 훨씬 깊이 있게 와닿기 때문일 수도 있고, 적절하게 삽입된 유머 감각이 스토리를 나른함에서 구출해주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로라 린니와 마크 루팔로가 기가 막히게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한마디로 평 쓰기가 무척 심심한 작품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냥 좋은 영화니까요. 더 이상 여러분을 설득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군요. 직접 보시고 확인해보라는 말밖에는요. 좋은 영화에 꼭 다른 사람들의 수다스러운 언급이 필요하지 않다는 건 여러분도 경험을 통해 알고 있을 겁니다. (01/11/21)

DJUNA

기타등등

도대체 컬킨 집안엔 아역 배우를 시킬 아이들이 몇 명이나 더 남은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