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디악 Zodiac (2007) * * * 1/2

감독
데이빗 핀처 David Fincher

주연
제이크 질랜홀....로버트 그레이스미스
Jake Gyllenhaal....Robert Graysmith
마크 러팔로....데이빗 토스키 경위
Mark Ruffalo....Inspector David Toschi
안소니 에드워즈....윌리엄 암스트롱 경위
Anthony Edwards....Inspector William Armstrong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폴 에이버리
Robert Downey Jr.....Paul Avery
브라이언 콕스....멜빈 벨라이
Brian Cox....Melvin Belli
존 캐롤 린치....아서 리 앨런
John Carroll Lynch....Arthur Leigh Allen
클로에 세비니....멜라니
Chloë Sevigny....Melanie
일라이어스 코티스....잭 뮬라낙스 경사
Elias Koteas....Sgt. Jack Mulanax
더못 멀로니....마티 리 서장
Dermot Mulroney....Captain Marty Lee
필립 베이커 홀....셔우드 모릴
Philip Baker Hall....Sherwood Morrill
애덤 골드버그....더피 제닝스
Adam Goldberg....Duffy Jennings
클리아 듀발....린다 델 부오노
Clea DuVall....Linda del Buono





(스포일러가 있지만 실화잖아요.)

토스키와 그레이스미스
미해결 사건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조디악]은 종종 봉준호의 [살인의 추억]과 비교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공정한 비교라고는 할 수 없어요. 둘은 접근법이 전혀 다릅니다. 봉준호의 영화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을 80년대 한국 사회라는 보다 큰 대상을 바라보는 망원경처럼 사용하고 있지요. 하지만 데이빗 핀처는 연쇄살인마 조디악을 그렇게 크게 부풀리지는 않습니다. 조디악은 그냥 살인마일 뿐이죠. 주인공 그레이스미스가 매달리는 것도 조디악을 둘러싼 미스터리 자체이지 조디악이 상징하는 그 무언가가 아닙니다.

결정적으로 [살인의 추억]과는 달리 [조디악]에게는 닫힌 결말이 있습니다. 영화가 끝날 무렵 그레이스미스는 역시 십 여 년 동안 조디악을 추적했던 토스키 경위에게 특정 용의자를 범인으로 지목하며 지금까지 그가 모아왔던 정황증거들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첫번째 살인사건에서 살아남은 생존자가 그 용의자를 범인으로 지목하면서 종결되지요. 미스터리 해결입니다. 형식적으로는.

그러나 사건에 대한 그레이스미스의 의견이 어떻건, 조디악 연쇄살인은 여전히 미해결 사건입니다. 용의자를 체포할 만한 물적 증거는 없고 남아있는 증거들도 그 용의자를 가리키고 있지 않거든요. [조디악]에서 핀처가 그리는 세계는 여전히 미궁입니다. 증거들과 단서들이 사방에 흩어져 있어서 연결하면 흐릿한 그림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래도 확답을 얻을 수는 없죠. 영화 내내 그레이스미스와 다른 추적자들은 숲 속에서 길을 잃은 아이들처럼 방황합니다. 나무 저편에 뭔가가 보이면 길인 줄 알고 헐레벌떡 달려가지만 가보면 길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해요. 따라가는 동안에도 그게 길인지 확신이 서지 읺고요.

형식적인 해피엔딩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관심을 갖는 건 미스터리의 해결이 아니라 그 미스터리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의 심리상태 자체입니다. 그렇게 특별히 잘 나지도 못한 남자가 갑자기 가명으로 신문사에 편지를 보내고 총질을 해대기 시작하자 그는 순식간에 절대로 찾아야 하는 성배와 같은 존재가 된 것이죠.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그레이스미스의 탐색은 거의 원탁의 기사들의 모험과 맞먹습니다. 문제는 아무리 그가 십 여 년의 세월을 투자해 조디악의 뒤를 쫓아도 그의 정체를 확신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이죠.

[조디악]은 성숙한 핀처 영화입니다. 여전히 핀처 특유의 스타일과 질감은 남아있어요. 하지만 그는 그걸 과시하지 않습니다. 괜한 자랑으로 관객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대신 그는 7,80년대 샌프란시스코의 분위기 묘사와 조디악 추적에 대한 이야기 자체에 집중합니다. 그리고 그건 먹혀요. 적어도 무엇을 볼지 알고 극장에 간 관객들에게는요. 20년이 넘는 시간대를 교묘하게 커버하는 편집은 거의 완벽하고, 당시의 분위기를 잡아내는 핀처의 테크닉도 빠지는 구석이 없습니다. [파이트 클럽]처럼 노골적인 핀처 영화는 아니지만 가장 잘 만들어진 핀처 영화라는 건 부인할 수 없을 것 같군요. (07/08/16)

DJUNA

기타등등

그래도 그레이스미스는 그 정도면 조디악으로 밑천을 뽑았다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조디악을 주인공으로 두 편의 베스트셀러를 썼고 그 뒤에도 범죄실화물 작가로 안정된 경력을 이어가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