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셀프 - 사쿠 유키조

2010.11.05 14:18

보쿠리코 조회 수:14275

 

 

여성의 심리를 상당히 리얼하게 묘사했었던 [백마 탄 왕자님]의 사쿠 유키조가 이번에는 생각만 해도 얼굴을 붉어지게 만드는 매우 도발적인 소재를 다룬 작품으로 돌아왔다. 신작 [셀프]에서 사쿠 유키조는 바로 남성에게 있어서 영원한 테마라고 할 수가 있는 자위행위에 관한 이야기를 꽤 진지한 자세로 접근해 솔직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 시작부터 인간은 쾌락을 얻기 위해서 개구리 같은 미련한 자세가 된다는 발칙한 문장을 들려준다.

 

미나미구의 중앙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주인공 쿠니키다 요이치는 매우 준수한 외모를 소유한 24살의 평범한 남성이다. 훈남인 요이치는 주변의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으며 현재 유카라는 예쁜 애인도 있다. 하지만 중학교 시절 옆집 여성과의 첫 경험을 통해서 너무나 일찍 성에 눈을 뜨게 되고, 이후로 수많은 여성들과 관계를 가져왔지만 섹스는 여자의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여성과의 성행위에서 별다른 감정이나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

 

이성과의 관계가 무미건조하게 느껴지던 요이치는 어느 날, 우연한 계기를 통해 자위행위에 대해서 조금씩 관심을 가지게 된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자위행위를 해본 적이 없었던 요이치에게 자위행위는 그야말로 무한하게 펼쳐진 미지의 세계였다. 상대방을 생각하지 않고서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즐길 수 있는, 혼자만을 위한 성의 입구를 알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으로 인해서 요이치는 점점 자위행위의 세계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사쿠 유키조의 [셀프]는 자위행위라는 혼자만의 성에 눈을 뜨게 되고, 그 자위행위를 통해서 난생 처음으로 느껴보는 쾌락을 경험하게 되는 주인공의 심리와 그 상황을 무척 리얼하면서 훌륭하게 묘사하고 있다.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자위행위는 일상에서도 쉽게 거론하기 어려운 꽤 민감한 소재라서 아마도 거부감을 느끼는 독자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때문에 이 작품이 국내에서 출간됐다는 소식을 들었을때는 솔직히 조금 놀랐었다.

 

작가는 자위행위라는 다소 민감한 소재를 매우 영리하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풀어가고 있다. 요이치가 자위행위에 빠져드는 과정을 억지스럽거나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전개하고 있으며, 그러한 과정 속에서 이성과의 관계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질문들을 던져준다. 또한 요이치가 자위행위를 위해서 늘임봉과 곤약, 로션을 이용한 다양한 시도를 하는 모습들이 굉장히 진지하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상황들이 웃음을 선사해준다.

 

요이치가 자위행위를 하면서 창문에 비친 자신의 흉한 모습에 잠시 주춤하다가, 곧 결코 멈출 수가 없는 본능적인 욕구를 따라 몸과 마음이 가는대로 쾌락의 세계에 다시 빠져드는 장면은 이 작품의 진정한 깊이와 묘미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쿠 유키조의 [셀프]는 남성의 자위행위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비단 남성 뿐만 아니라 여성 독자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지금도 어디선가 자신의 가랑이에 붙어있는 그 것을 탐닉하고 있을 모든 성기의 노예들에게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회원 리뷰엔 사진이 필요합니다. [32] DJUNA 2010.06.28 82685
781 [영화] 칼 드레이어의 <오데트>(1955)-영화와 신학이 만난 최고의 경지 crumley 2024.03.26 436
780 [영화] 2023년 최고의 블루레이-4K UHD 스무편 Q 2024.02.29 599
779 [드라마] 연모 감동 2024.02.11 732
778 [영화] 알프레드 히치콕의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1959)-무의미로 향하는 첩보 스릴러 [2] crumley 2024.02.01 756
777 [영화] 알프레드 히치콕의 <싸이코>(1960)-후대에 큰 영향을 끼친 모던 호러의 걸작 crumley 2024.02.01 685
776 [영화] 알프레드 히치콕의 <오명>(1946)-당신의 마음이 마침내 나에게 닿기까지 crumley 2024.02.01 663
775 [영화] 알프레드 히치콕의 <이창>(1954)-관음증을 통해 ‘영화’를 탐구한 걸작 crumley 2024.01.27 672
774 [영화] 알프레드 히치콕의 <현기증>(1958)-‘영화’라는 유령에 홀린 한 남자의 이야기 crumley 2024.01.27 684
773 [영화] 고지라 마이너스 원 ゴジラ-1.0 (2023) [2] Q 2023.12.10 1109
772 [드라마] 악귀 감동 2023.10.29 823
771 [드라마] 싸인 감동 2023.09.05 784
770 [영화] 독친 Toxic Parents (2023)- 이공삼오 2035 (2023) <부천영화제> [2] Q 2023.08.31 977
769 [드라마] 달의연인-보보경심 려 [2] 감동 2023.08.28 791
768 [영화] 인피니티 풀 Infinity Pool (2023) <부천영화제> (약도의 스포일러 있음) Q 2023.07.22 1165
767 [영화] 네버 파인드 You'll Never Find Me, 아파트 N동 Bldg.N <부천영화제> Q 2023.07.09 921
766 [영화] 이블 데드 라이즈 Evil Dead Rise (2023) <부천영화제> [2] Q 2023.07.05 994
765 [영화] 드림 스캐너 Come True (2020) Q 2023.05.26 946
764 [영화] 2022년 최고의 블루 레이/4K UHD 블루레이 스무편 [2] Q 2023.03.05 1802
763 [드라마] 펜트하우스 감동 2023.01.13 1029
762 [영화] 미래의 범죄 Crimes of the Future (2022) [3] Q 2022.12.27 145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