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얼 Dvojina (2013)

2014.07.31 21:19

DJUNA 조회 수:5016


그리스로 가려던 비행기가 연착되고 승객들은 어쩔 수 없이 항공사가 제공한 호텔로 갑니다. 그들이 머물게 된 도시가 어디인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알아낼 수 없었어요. [듀얼]이 슬로베니아 영화라는 건 알고 봤지만, 전 이 나라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으니까요. 영화가 끝난 다음에야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이 영화의 무대가 슬로베니아의 수도인 류블랴나라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기온이 1월의 3.4℃에서 7월의 21.9℃의 사이를 오간다니 참 부러운 동네네요. 저도 여름 기온이 21.9℃인 도시에서 살고 싶습니다.

승객들을 호텔로 데려간 버스를 운전하는 건 이 영화의 주인공 1번인 티나입니다. 티나의 직업에서 버스 운전이 얼마만큼을 차지하는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그걸 따지는 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르죠. 티나는 곧 직장을 그만두고 아버지가 소개해준 은행에 취직할 생각이니까. 공항 여행자들을 상대로 일하는 사람이지만 정작 티나는 류블랴나를 거의 떠난 적이 없는 모양입니다.

버스에서 티나는 덴마크에서 온 배낭족 이븐을 만납니다. 티나에게 호감을 느낀 이븐은 호텔에 머무는 대신 티나와 함께 류블랴나의 밤거리를 돌아다녀요. 아침에 면접이 있는 사람과 이러면 민폐겠지만 정작 티나도 그 면접에 대해선 별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이 부분은 지나칠 정도로 슬로베니아 버전 [비포 선라이즈]가 되려 하고 있고 솔직히 많이 오글거립니다.

하지만 이 단계를 통과하고 관객들이 티나와 이븐에 대해 알게 되면 그 멜로드라마적인 설정에도 불구하고 이들과 영화 모두에 진지해지게 됩니다. 두 사람 모두 비밀과 고민이 있죠. 무게는 이븐 쪽이 더 크지만 영화는 티나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티나는 여행객들 위해 일하지만 정작 자신은 류블랴나를 거의 떠난 적이 없고 가족의 요구에 밀려 '안정된 직장과 정상적인 삶'을 항해 밀려나가고 있는 동성애자입니다. 이븐을 만나면서 그 동안 누적되었던 불만이 폭발한 것이죠. 영화는 이 로맨스를 통해 티나가 새로운 삶을 찾아나서는 과정을 차분히 묘사합니다. 그리고 티나의 걱정과 불만은 슬로베니아의 20대 전체의 고민과 자연스럽게 연결될 거라 생각합니다.

슬로베니아인과 덴마크인 주인공이 대부분 영어로 말하는 영화입니다. 대화는 무리 없이 통하지만 서로의 언어를 모르는 상황에서 언어를 소재로 한 수많은 장면들이 만들어지죠. 서로에게 자신의 언어로 말을 하거나, 서로에게 자신의 언어를 설명하는 장면도 있고, 가끔은 언어 장벽으로 한 명을 고립시키기도 합니다. 이건 보기보다 훨씬 영화적인 상황이죠. 소설이나 라디오는 어쩔 수 없이 번역을 통할 수밖에 없지만 영화는 다양한 언어를 그대로 남겨두면서 자막으로 내용을 전할 수 있으니까요.

결말은 다소 모호한 편입니다. 희망적인 모호함이긴 하지만, 그 때문에 영화가 끝나고 엔드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관객들은 티나를 걱정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게 영화의 의도이고 목표겠죠. 하지만 전 그래도 영화가 조금 더 친절했다면 더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극장을 떴을 거 같습니다. (14/07/31)

★★★

기타등등
제목인 듀얼 Dvojina은 슬로베니아 문법 용어인 모양이고 영화가 끝난 다음에 그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나오는데, 전 까먹었지요.


감독: Nejc Gazvoda, 출연: Nina Rakovec, Mia Jexen, Branko Cakarmis, Natasa Barbara Gracner, Jure Henigman, Tilen Lapajne, Tina Vrbnjak, Matija Zaletelj, Matjaz Tribuson, 다른 제목: Dual

IMDb http://www.imdb.com/title/tt2917916/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10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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