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엑소시즘 The Last Exorcism (2010)

2010.11.17 10:48

DJUNA 조회 수:13508


코튼 마커스는 3대째 엑소시즘을 이어 온 목사입니다. 아마추어 마술사이고 쇼맨십이 대단한 그는 인기있는 성직자지만 신앙을 잃은지 오래되었고 그가 펼치는 엑소시즘이라는 것도 싸구려 마술쇼에 불과하지요. 이런 삶이 견디기 힘들어진 마커스는 미국 기독교 산업과 엑소시즘의 정체를 폭로하는 다큐멘터리를 찍는 데 동의합니다. 견본이 필요한 그는 악마에 씌인 소녀가 가축들을 죽였다는 가족을 방문해 엑소시즘 쇼를 벌이죠. 이 영화는 진짜 미국 개신교 비판 영화가 아니라 호러물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의 쇼는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진짜 악마가 나온단 말이죠.


시사회 때 제 뒤에 앉아있던 어떤 아저씨는 영화가 끝나자 "뭐야, 개독영화잖아!"라고 한 마디 하더군요. 많이 웃긴다고 생각했습니다. 목사가 주인공이고 제목이 [라스트 엑소시즘]인 호러 영화에서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갈 거라고 예상을 못했단 말입니까? 그리고 정말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고 이 영화가 기독교 근본주의를 전파하는 작품이라고 보는 것도 단순하지요. 척 봐도 영화가 성경보다 [엑소시스트]를 더 중요시하고 있는 게 보이는데. 


오히려 전 이 영화가 원래 '다큐멘터리'가 의도했던 것처럼 미국 개신교 문화의 비판으로서 여전히 먹힌다고 생각합니다. 그럴싸한 쇼로 잘 속아넘어가는 사람들을 등쳐 먹는 종교의 기만적인 면은 사실 그대로이고, 그에 대한 코튼 마커스 목사의 고뇌도 진짜이죠. 중반 이후 벌어지는 사타니즘 소동과 초자연현상도 이 상황에 특별히 다른 관점을 제공해주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고대 사막 신앙에 홀려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난장판이죠. 기독교와 사타니즘은 대립적인 존재가 아니잖습니까. 적어도 사타니즘은 스스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기독교와 같은 주류 종교가 기반을 제공해주어야죠,


아, 미치겠다. 너무 심각해졌어요. 제작자 일라이 로스가 낄낄거리며 웃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마 감독인 다니엘 스탐도 옆에 같이 웃고 있을지도 몰라요. 이에 대해 더 이상 깊이 생각할 건 없고, 슬슬 [라스트 엑소시즘]이 어떤 호러 영화인지 말씀드리죠.  


위에서도 말했지만 이 영화는 모큐멘터리입니다. 엑소시즘을 행하러 시골 농장으로 간 코튼 마커스 목사를 다큐멘터리 팀 두 명이 따라붙었다는 내용이죠. 영화 전체가 다큐멘터리 카메라 한 대의 시점으로 전개됩니다. 


영화의 거짓말은 완벽과 거리가 멉니다. 아무런 정보가 없는 관객들이라고 해도 뭔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거예요. 일단 이 영화에 나오는 장면들 상당수는 다큐멘터리 카메라 한 대만으로는 찍을 수 없습니다. 반복 연기와 편집이 필수적이죠.  카메라가 마치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알고 있는 것처럼 움직이는 장면들도 가끔 있고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마커스 목사의 이야기가 영화가 말해준 것처럼 끝났다면 도대체 이 다큐멘터리의 편집은 누가 했고 자막과 배경음악은 누가 넣어준 것입니까?


그러나 이 거짓말을 적당히 넘기면 썩 재미있는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할리우드 리포터의 필자가 빈정댄 것처럼, 이 영화를 [린다 블레어 윗치 프로젝트]라고 부르는 건 쉬운 일이지만, 적어도 [라스트 엑소시즘]에는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습니다. 영화의 호러 쇼에 자극받지 않은 관객도 집중할 수 있는 미스터리와 드라마도 있지요. 전 여전히 패트릭 페이비언이 연기한 마커스 목사가 좋았고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의 고뇌를 이해했습니다. 농장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꾸준히 관객들이 직접 풀어야 할 퍼즐을 던지고 있고 영화의 복선은 비교적 공정한 편입니다. 결말이야 사타니즘을 다룬 7,80년대 호러 영화의 반복이지만, 그래도 깔깔거리면서 볼 수 있는 악동스러움이 있어 즐겁고요. 


[라스트 엑소시즘]은 시작부터 이전에 나왔던 장르 고전들에게 존경심을 표하는 소품이고 다큐멘터리 형식을 이용한 게임입니다. 이 영화를 특별히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개봉되었던 [파라노말 액티비티 2]와는 달리, 영화는 자기네들이 가진 도구를 과대평가하지 않고 끝까지 드라마를 놓치지 않으며 심지어 배우들의 연기도 좋습니다. 이 정도면 관객들을 기만하지 않는 정직한 영화라고 할 수 있어요. (10/11/17)


★★

기타등등

아마 무대가 되는 농장은 외진 곳이라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는다는 설정이었겠죠? 


감독: Daniel Stamm, 출연: Patrick Fabian, Ashley Bell, Iris Bahr, Louis Herthum, Caleb Landry Jones, Tony Bentley

 

IMDb http://www.imdb.com/title/tt1320244/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5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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