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도 말했지만, [백 투 더 퓨처]의 속편은 처음부터 의도되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일단 속편을 만들기로 결정했으니 전편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중요했죠. 전편은 어떻게 끝났나요? 1985년으로 돌아온 마티에게 2015년의 미래로 갔다가 돌아온 브라운 박사가 마티의 아이들에게 큰 일이 생겼다고 닥달하며 그들을 미래로 데려갑니다. 어떻게든 여기서 이야기를 이어야했지요.

[백 투 더 퓨처 2]의 전반부는 어떻게든 이 약속을 수습하려는 발버둥입니다. 이야기도 수습해야 하지만 제작상 다른 문제들도 해결해야 했지요. 예를 들어 마티와 함께 타임머신에 오른 여자친구 제니퍼 역의 클로디아 웰즈는 개인상 문제 때문에 2편에 출연할 수가 없었습니다. 엘리자베스 슈를 캐스팅해 빈 자리를 채워야 했지요. 마티의 아버지를 연기한 크리스핀 글로버도 계약 문제 때문에 데려올 수 없어서 역할을 줄이고 제프리 와이즈먼에게 넘겨야 했습니다.

영화의 절반은 2015년의 미래로 간 마티의 모험과 그 때문에 어떻게 1985년의 과거가 엉망이 되었는지를 그립니다. 미래로 갔는데 어떻게 과거가 바뀌었느냐. 그건 2015년의 미래에서 마티가 자식들을 구하느라 뛰어다니는 동안, 브라운 박사의 타임머신을 발견한 1편의 악당 비프가 그걸 타고 1955년의 과거로 돌아가 2000년까지의 스포츠 게임 결과가 모두 담겨있는 연감을 과거의 자신에게 넘겨주었기 때문이죠. 부자가 된 비프는 마티의 아버지 조지를 살해하고 어머니 로레인과 결혼합니다.

영화의 후반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1955년으로 돌아간 마티의 모험입니다. 여기서부터는 1편의 괴상한 재방송처럼 보입니다. 1편의 사건이 벌어지는 동안 마티는 과거의 자신의 눈에 뜨이지 않으려 노력하며 비프에게서 스포츠 연감을 빼앗아 현재를 복구해야 합니다.

1편과 마찬가지로 무지 영리한 영화입니다. 여전히 시계처럼 째깍째깍 정확하게 움직여요. 심지어 전편의 이야기를 동시에 다루면서요. 하지만 1편의 즐거움과 순수성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속편의 핸디캡이죠. 1편에서 아무런 계획도 없이 던진 예고를 만족시켜야 하는데 막상 하려고 하니 이야기가 별로 없습니다. 1편의 이야기 뒤에서 또 다른 이야기를 전개하는 건 야심찬 계획이지만 그래도 재방송처럼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좀 지칩니다.

무엇보다 이야기가 너무 어둡습니다. 삼부작의 2편이 어두운 건 거의 유행이고 이 때문에 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 어두움이 작품의 개성과 그렇게 잘 맞지 않아요. 마이클 J. 폭스의 경우 그 동안 나이가 든 티가 나서 서글플 정도고요. 여전히 잘하긴 하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캐릭터의 매력이 다소 죽을 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미래의 자기 자신과 아들, 딸을 모두 연기하는 그의 활약은 대단합니다. (14/11/12)

★★★

기타등등
영화는 1885년이 무대인 3편의 예고로 끝납니다. 1편과는 달리 2편의 예고는 진짜입니다. 2,3편을 동시에 찍었는데, 당시엔 이런 영화가 드물었지요.


감독: Robert Zemeckis, 배우: Michael J. Fox, Christopher Lloyd, Lea Thompson, Elisabeth Shue, Thomas F. Wilson, Mr. Strickland, 다른 제목: 백 투 더 퓨쳐 2

IMDb http://www.imdb.com/title/tt0096874/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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