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간중독 옹호하기

2014.11.26 21:44

보쏨 조회 수:2460

아래에 인간중독에 대한 이야기가 있길래

주저리 해봅니다 ^^

 

저에게 이 영화는 티켓값은 했던 영화였기에 옹호해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요.

저도 송승헌과 여자주인공의 캐미는 그저그랬다고 생각해요.

이 영화는 군관사에서 벌어지는 스캔들이란 그럴듯한 설정이 눈에 띠지만

결국 누군가에게 중독된다는 사랑이 가진 원초적 성격에 대한 물음같이 느껴졌습니다.

여자주인공의 대사나 행동이 겉도는 느낌이 드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모호하죠.

남자를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유혹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건 배우의 뻣뻣한 연기라기였다기 보다, 그녀의 주어진 역할이었다고 생각해요. 

사랑할때, 혹은 끝나고 나서 상대방의 이야기들 모호했던, 의미를 알 수 없었던, 그래서 나를 미치게 만들었던 순간들을

그녀의 행동을 통해서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속을 알수 없는 대상에 대한 갈증을 보여주기 위해 혹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신인의 맑은 얼굴을 택했다고 생각해요. (기타 이유도 있겠지만)

 

주변인들의 캐릭터가 종종 튀어나오는데,

이상하게 뭔가 할듯하지만, 결국엔 모두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끝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아들보다 며느리를 응원해주는 속을 알 수 없는 시어머니, 

뭔가 사정이 있을 듯한 유해진씨, 

환자역을 했던 연제욱씨,

뭔가 할 것 같다가 뭔가 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한 배성우씨

 

이 모든 사람들이 결국엔 허무하게 지워진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두 주인공의 관계, 이 영화가 결국 말하고자 하는 사랑에

필요가 없어 영화적으로 소거됐다는 기분입니다.

 

주인공의 사랑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 같은, 혹은 영향력을 미쳐야 하는, 조여정과 온주완도 마찬가지입니다.

둘 사람은 결국 두 사람의 사랑 안에서 서로에 의해서 파국을 맞지요,

조여정과 온주완은 사실 크게 영향을 끼치지 못합니다.

그저 둘 사이에 놓인 장애물 정도밖에 되지 않죠.

 

이 영화는

서로 배우자 있는 불가능한 관계의 처참함이나 파국이 아니라,

 

사랑이 가진 성질, 상대방을 중독시키고

결국 스스로 목숨까지 끊게 만드는 그 이상한 감정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결국 나는 당신의 모호한 행동과 말이 이해가 되지 않고,

정말 나를 사랑했는지 모르겠고

하지만 나는 당신 없으면, 숨을 쉬기가 힘든 그런 감정요.

내 몸에 당신의 이름이라도 문신으로 새겨놔야지 견딜 수 있는 감정에 대해서요.

 

저는 조여정씨의 깜찍한(?) 연기도 좋았고, (신나하는 게 보였으니까)

온주완씨의 천진스러운 나쁜아이 연기도 좋았습니다.

 

그리고 연제욱씨가 잠깐 카메오처럼 나오는데,

팔인가? 다린가? 잘린 병사로 나오죠.

자신의 신체가 절단됐음에도 불구하고 그 부위가 있다고 느껴지는 환상통에 대해 말하는데요.

 

저는 사랑이 끝나고 아니,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고

환상통을 오래 (혹은 아직도) 겪었습니다.

같이 붙잡았던 손이, 손을 조금만 내밀면 그 사람이 다시 잡아줄 것 같은 느낌.

내 곁에 어딘가 있다는 느낌.

 

저는 이 영화가,

저의 지난 사랑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만들어줬고,

또, 사랑에 빠져 몽매했던 순간 순간의 저를 이해해준 것 같아,

지지합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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