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1.22 12:33
도서 정가제의 압박+백수 생활 뒤 이직 이후 오는 생활의 압박.... 때문에,
도서관을 이용하게 되었어요.
직장 근처엔 어린이도서관, 직장에서 집으로 가는 길 딱 중간 지점에 구립중앙도서관이 있어요.
어린이 도서관은 점심 때 슬쩍 다녀와도 될만큼 가깝지만, '어린이' 도서관이다보니 전체적으로 소장된 책도 적지만..
어른 책이 서가의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그래도 신간은 잘 준비되는 거 같고
넓지 않은 공간에서 딱 두어 개의 서가만 보면 되니까... 뭔가 제 집같아서(?) 편하고 좋습니다.
중앙도서관은 소장되어 있는 책이 꽤 많아서 일주일 8권 대출.... 때문에 늘 들었다 놨다 이거 뺐다가 저거 다시 꽂았다가 하면서,
"너는 다음주에 내 잊지 않고 찾아주마, 흑흑.." 뭐 이런 심정으로 두고 오는 책들이 많아요.
우선 빌려서 책을 읽으니
책 선택의 기준이 하염없이 관대해집니다.
예스24에서 고를 때 카트를 쉼없이 넣었다말았다 하는 그 것과는 아예 다르죠. 그냥 한번 읽어볼까? 싶으면 곧장 책 있는지 확인하고 메모해놨다가
빌려 읽어요.
별로라했더라도 조금 아쉽긴 하지만 크게 막... 그러진 않고.
빌려 읽다보니... 책에 다른 사람의 흔적들이 있잖아요?
머리카락이나.... 손톱 뜯긴 거.......-_-;;; 도 있고(그걸 왜 굳이 책장 갈피에 끼워놓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알 수 없는 얼룩?이나 물에 젖었다 말라서 우글우글해진 것도 있고,
얼마전엔 이(치아) 자국이 있더라고요....-_-....
필시 화장실에서 읽었나... 그래서 두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읽던 페이지 그대로 앙 물었.... 나... 봐요....;;;
공공기물이니 조금 깨끗하게 보면 좋으련만..
그래도 책은 구입해 읽는게 좋은 거 같애요.
책장에 꽂고 틈날 때 종종 다시 펼쳐봐야 진짜 내가 읽은 책 같은데... 휙휙 빌려 읽으니 그때 그때 좋았던 부분을 따로 폰으로 찍어두고
읽은 날짜 기록하고 감상도 써놓고 해도..
다시 보낼 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고 허전하더라고요.
12월 셋째주부터 지금까지 대여해 읽었던 책 중에 꼭, 구입해서 내 책장에 꽂아야겠다..는, 너는 잊지 말아야겠다, 고 생각하게 한 책들이 좀 있어요.
1.김연수의 파도가 바람의 일이라면/ 사월의 미, 칠월의 솔 ; 앞의 장편도 뒤의 소설집도 다 좋았습니다. 별 다섯 개 중 세 개 반?쯤?^^
2.미치오 슈스케의 광매화- 단편소설 6편,인데 연작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약간 음산하기도 한데... 그래도 따뜻했어요. 앞편의 조연이 뒷편의 주연이 되어 다시 등장하는 형태로 연쇄고리로 이어지는 이야기도 좋았고요. 이 작가를 알게 된 소설이기도 했습니다.
3.김려령의 너를 봤어 ; 완득이로 유명한, 청소년 소설을 쓰는 작가의 성인 소설(?)이예요. 음산하고 어둡고 우울한데... 작가의 이야기가 새롭고 좋았습니다. 흔한 것 같지만 절실한 사랑도 좋았고요.
4.한강의 바람이 분다, 가라 ;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지난해 소설 중 최고였어요. 소설의 가치, 그리고 잊지 말아야할 일들에 대해서 묵직하게 써내려간 힘이 좋았습니다. 바람이 분다, 가라는 2010년 경 나온 장편이더라고요. 두 여자와 한 남자, 그리고 그 앞선 부모 세대의 사랑까지 얽히고 설킨 이야기인데.... 아, 굉장히 좋았어요. 성실하게 글을 쓰는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5.성석제의 투명 인간 ; 최근 단편집을 보고 다시 성석제라는 작가를 찾아보고 싶더라고요. 선의가 악의를 이겨나가는 이야기, 한없이 착한 주인공, 그리고... 깊게 담겨 있는 뭔가 우직한 이야기가 있었어요. 재밌는 이야기면서 작가의 저력(?)을 느끼게 하는, 좋은 책이었습니다.
쓰잘데없는 도서관 이용 바낭...이면서,
잊지 않고 다시 만나야할 책들에 대한.... 한탄...인가 싶고 그렇습니다..;
2015.01.22 12:40
2015.01.22 14:50
동의하지 않아요!;
물론 서가를 만들 만큼 책을 보존하는 유형의 사람들은 그럴 수도. 근데 저처럼 책 처분을 즐겨 하고, 때로는 산 책을 찢으면서 읽어서 점점 얇게 만들며 읽다가 최종 버리는; 사람에겐 도서관책 읽기의 기쁨,유용성 큼. 심지어 전 여은성님이 울고갈 결벽증 있음에도. (전 책 빌릴 때마다 소독하고 휴지로 구석구석 닦느라 아주 난리. 그래봤자 손때는 여전하다는 걸 알면서도.)
2015.01.22 12:50
2015.01.22 13:11
2015.01.22 13:46
2015.01.22 14:02
2015.01.22 17:45
아... 맞아요.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인데 왜 자꾸 제목을 제가 바꿔 기억하는지;;;
음, 실제로도 그런 스타일이시구나. 글에서 (뭐 어느 작가도 다 그러겠지만) 성실함, 단정함, 문장 하나하나에 치열한게 느껴진...다고 해야하나..
결론은 그래서 좋다는거죠..^^;
2015.01.22 14:12
손톱은 모르겠지만 머리카락의 경우, 머리를 매만지며 집중하는 사람들이 무의식중에 그러지 않나 싶습니다. 저도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떄 한손으로 머리를 헤집으며 집중하는 습관이 있는데 그래서 책과 거리를 두고 봅니다;
2015.01.22 14:16
2015.01.22 14:43
전 도서관에서 빌리면 아무래도 기한이 있으니 어떻게든 읽게 되는데 책을 사게되면 언젠간 읽겠지~하다가 몇달은 그냥 보내는 경우가 많아서 빌려 읽는걸 좋아해요 ㅎㅎ 그러다가 중고서점에서 재밌게 봤던 책을 발견하면 사고는 합니다. ㅎㅎ
2015.01.22 15:28
전 도서관이 정말 좋아진 이유가, 책을 구입해 읽던 시절과는 다르게 평소엔 안 읽던 책도 점점 읽게되더라고요. 소설에서 시작했다가 최신 여행 서적 빌려보면서 여행가는 망상도 하고, 건축관련 화보같은 책들도 눈요기에 좋고, DIY나 커피, 요리같은 생활에 도움되는 것들도 많고 한동안 놓아두었던 수학공부도 해보고...시에 있는 도서관들을 돌아가며 책을 찾아다닙니다^^;
2015.01.22 16:20
제가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는 이유중의 하나는...각 도서관 마다 제 전용 코너가 있기 때문입니다^^
주로 동북아역사재단에서 내는 연구서와 논문들 수록집이 있는 서가인데, 벌써 책들 나온지 몇 년이 되도 저밖에 읽는 사람이 없어서--;;
짐짓 기쁘면서도ㅋ
2015.01.22 19:59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나이든 요즘에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고 반납하면 머릿속 기억까지도 반납하는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모르게 된다는.. 책은 내용도 중요하지만 종이도 중요하다고 깨닫습니다. 그래서 사서 갖고 있어야 합니다.
2015.01.22 20:15
너무 더러워진 책을 빌리거나, 책 무게로 도서관까지 왕복 길이 좀 힘든 것만 빼면 도서관 이용 재미있습니다. 전 희망도서를 신청하며 이렇게 세금이라도 뽕 뽑아야지(...) 생각을. 호기심에 보고 싶은 책은 도서관에서 보고 꼭 갖고 싶은 책만 구매해서 소유하는 방식을 좋아하게 됐고요. 도서관에서 빌려 읽을 기한이 있어도 어떻게 해서도 안 읽힐 책은 또 안 읽히더군요.
The reading done in a book drawn from a library can not be so pleasant at the moment nor so permanently useful as the reading done in our own cop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