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그것보다" 라는 표현

2015.02.26 23:23

commelina 조회 수:2367

아마 영어 내지는 서구 언어에서 온 표현인 것 같은데, '~의 그것보다'라는 표현이 있지요.

한국어에는 원래 없는 표현인 것 같고, 일상적으로는 잘 안쓰이지만 멋을 부리기 위해 쓰기도 하고, 논문에서 많이 쓰는 것 같고요.

어색하기는 한데, 더 정확한 표현인 것 같아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예를 들어서, "북경의 인구는 서울의 그것보다 많다" 라는 표현은 확실히 이상합니다.

한국어에서 '인구'의 대명사로 '그것'을 쓰지도 않을 뿐더러, 비교 대상이 북경의 인구와 서울의 인구라는 것이 명확하기 때문이죠.

영어로는 The population of Beijing is greater than that of Seoul이 정확한 표현이겠지만요.


그런데, "내 머리는 아기보다 크다"라는 표현을 생각해 보죠. 내 머리가 아기 머리보다 크다는 건지, 아기보다 크다는 건지 불명확합니다.

이럴 때 "내 머리는 아기의 그것보다 크다"라고 쓴다면 보다 명확해지겠죠. 물론, "내 머리는 아기 머리보다 크다"가 훨씬 자연스러운 표현이지만.


요컨대 한국어에서 자연스러운 비교 문장은 영어 문법으로 따지자면 비교 대상이 불명확하다는 거에요. 위에서 자연스러운 표현이고 혼동의 여지가 없다고 했던 "북경의 인구는 서울보다 많다"는 표현조차 엄밀히 따지면 "북경의 인구"와 "서울"을 비교하는 것이므로 비교 대상이 잘못됐죠. 누가 그렇게 생각하냐고 하겠지만, 사실 영어에서도 "The population of Beijing is greater than Seoul"이라고 해도 혼동의 여지는 없죠. 그래도 이렇게 쓰지는 말라고 합니다.


아예 "북경의 인구는 서울의 인구보다 많다"고 써도 표현이 중복되기도 할 뿐더러 뭔가 부자연스럽습니다.


엄밀한 표현이 중요한 논문이나 어법이 중시되지 않는 일상 회화라면 별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자연스러우면서도 정확한 표현이 필요한 소위 '교양적 글쓰기'에서는 어떻게 쓰는게 좋을지 고민이 됩니다.


제가 어설픈 영어 문법을 한국어에 적용시켜 괜히 복잡하게 생각하는 걸까요? '교양적 글쓰기'에서는 어떻게 쓰는게 맞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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