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그런 일상 바낭

2015.04.10 17:56

meimei 조회 수:837

매일 눈팅만 하다가 

오늘은 왠지 글을 하나 남겨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의 저는 뭐하는건지도 모르겠고 어디로 가는 건지도 모르겠거든요. 

그냥 그저 그렇게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요.



1. 지난해 가을, 만나던 사람과 결혼을 결심하고 부모님께 말씀드렸는데, 어머니의 반대에 부딪혔어요.

예전에도 한번 고민글을 올렸던 것 같은데.. 저와 어머니는 사이가 그닥 좋지 않거든요.

어머니는 아버지와 시댁에 대한 원망으로 자기 인생의 대부분을 보낸 분이고, 

그래서 저희 남매에게 집착하는 편이세요.

그래도 결혼은, 언젠가 제가 결정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은 무조건 찬성하겠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기 때문에

막힘없이 진행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요.

제가 보기엔 말도 안되는 이유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셨고, 저는 그것이 말도 안된다고 반박했죠.

어머니는 저에게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던지셨고, 저도 소리를 질렀어요.

그렇게 갈등이 몇 개월 간 계속되었지요.

결국, 어머니의 반대는 '자신에게 물어보지 않고 아버지에게 먼저 결혼 얘기를 했다' '아버지가 찬성한 사람이라니 나는 싫다'라는 이유라는게

암묵적으로 밝혀졌지만... 그 때까지 너무 힘들었어요. 사실 지금도 결론은 나지 않은 상태에요.



2. 어머니와의 갈등이 극에 달한 어느 날, 역에서 내려 집에 돌아가는 길에 문득 눈물이 후두두둑 떨어졌어요.

집에 가고 싶지 않았어요. 처음으로 어머니라는 존재 자체가 증오스러워지면서 이대로 집에 가면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항상 너희들을 위한 거라고 하면서 헌신하지만, 정작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지, 어떻게 살고 싶어하는지는 전혀 모르는 엄마.

어머니에게 저는 그냥 트로피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그녀의 인생이 성공했음을 증명해주는 트로피. 



3. 그래서, 상담센터에 갔어요.

상담 자체는 괜찮았어요. 선생님도 상냥하셨고, 그간 쌓인 울분을 합법적으로 털어낼 수 있다는 안도감도 있었고요.

몇번인가 물어봤던 것 같아요. 어머니를 증오하는데, 그래도 괜찮냐고. 

괜찮다, 충분히 그럴만 하다는 대답을 듣고 펑펑 울었죠.

그리고 그런 얘기도 했어요. 어머니와 싸우는 중에 키우는 고양이가 한 마리 들어와서 내 무릎에 앉았는데, 

그 순간 마음 한구석이 무너지듯 안심이 밀려오는 것 같았다고.

선생님이 말했어요. "어머, 예쁜 고양이 수호천사가 있어서 다행이네요."

맞아요. 제게 고양이들은 수호천사와 같은 존재에요.



4. 상담은 10회로 끝냈어요. 

제 자신이 어머니를 자꾸만 분석하려고 드는게 느껴졌거든요. 사실 문제는 제 자신인데 말이죠.



5. 아무튼 이런 저런 일들로 지쳐서 그런지,

요즘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아요.

정확히는 머리를 쓰고 싶지 않아요.

앱스토어를 뒤져 몇 개의 게임을 받았어요. 

그 중 테일즈샵의 비주얼 노벨이 재밌더군요.

틱택토와 탐정뎐을 만족스럽게 플레이했고, 지금은 와쳐 시리즈를 하고 있어요.

워낙 시리즈가 많고 길어서 몇 주는 이걸로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근 몇년동안 만화나 게임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는데...

지친 상태가 되니 마치 안식처를 찾듯이 다시 게임으로 돌아오게 되네요.

덕력이 모자라서 스트레스에 의한 데미지가 더 컸나봐요.



금요일이네요. 오늘은 BHC의 뿌링클 치킨을 먹어보려고요. 

(맥주랑 먹으면 맛있을 것 같아요.)

왠지 기승전덕(;)의 느낌이지만, 

봄에는 뭔가 좀더 좋은 일이 있으면 좋겠네요.

모두들 건강하세요..



ps. 이 글은 어느 순간 갑자기 부끄러움이 밀려오면 펑 할지도 몰라요;;

미리 양해 구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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