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18 21:38
사람이 논쟁을 하다보면 감정이 격해져서 말이 다소 거칠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걸 기계적으로 잡아 내서 하나하나 재판정에 세우는 건 그다지 보고 싶지 않은 풍경입니다.
하지만 거친 언사가 일상적으로 횡행하는 것은 더욱 보고 싶지 않네요. 게다가 수고로움을 감수하고 게시판에 변화를 주려고 행동하는 분들께는 힘을 실어 주는 게
옳다고 생각하여 투표에 동의했습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회원 같은 경우 예전부터 독특한 캐릭터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생산하시는 글을 보면 자기애가 정말 엄청난 분이구나, 하는 인상이었는데요. 스스로의 지적인 능력과 인간적 매력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이 글 행간을 통해 저릿저릿 느껴지곤 해서, 야, 이건 참 대단하다 싶은 면이 있었죠.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스스로에 대한 애정과는 상반되게 타인에 대한 예의나 존중감이
결여된 태도를 수시로 보여 주기도 하여서, 아, 듀게에서 저런 식으로 발언하는 건 곤란하지 않나 싶은 순간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보니 생각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오랫동안 그분을 불편해 했던 모양입니다. 그분이 활동을 시작한 지도 어언 몇 년은 됐으니 어지간히 오랫동안 쌓였던 게 터진 모양새입니다.
현실 세계에서는 어떤 분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이쯤에서 한번쯤 되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겠나 싶습니다. 인터넷 상에서 활동하는 본인의 분신은 본인 머릿속의 이미지만큼
매력적이거나 멋진 존재가 아닐 지도 몰라요. 어떤 사람이 모임에 참석해 다른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드는 농담이며 행동을 해서 주변 분위기는 갈수록 싸해지는데, 자기만
모르고 신나서 떠들고 있는 그런 상황일 수 있다는 것이죠. 사람들의 문제 제기를 비열한 '저격질'이라는 식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자기 객관화와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이번에 그분에 대한 제재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명한 분들이 '친목질' 같은 것을 한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언어 폭력의 수위에 대한 임계점이 다소 다른 것이겠지요.
누군가에는 명백한 폭력이자 막말로 인식되는 발언이 누군가에게는 아슬아슬하게 세이프되는 수준의 발언일 수도 있는 것이고요. 다만 전자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이번에
대거 의사 표현을 하였으니, 자신의 세이프 기준 혹은 공동 공간인 게시판에서의 허용 수위에 대해 점검할 기회가 되었다 생각합니다.
저는 게시판에서의 대화가 '실제로 내 눈 앞에 서 있는 내가 모르는 사람'을 상정한 채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형식적 조심성의 확보를 통해 민감한 주제에 대한 토론, 치열한
논쟁도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라 봅니다. 그리고 생산적인 토론은 자신의 오류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만 성립될 수 있는 것입니다. 상대방에 대한 원색적 비난이나 비하가 튀어나오는 것은 자신의
오류 가능성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고, 그러한 독선은 진솔한 대화의 끝장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죠.
저도 요즈음에는 듀게에 예전만큼 오지 않습니다. 글도 안 쓰는 편이고요. 개인적인 일도 바쁠 뿐더러, 게시판에 장문의 글을 쓰거나 논쟁에 참여할만큼 에너지가 넘치지도 않습니다.
예전만큼 특별한 공간이라 생각하지도 않아요. 하지만 그래도 제 청춘의 많은 부분을 이곳에서 소일했습니다. 망가지거나 허무하게 소멸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인터넷 한 구석에
남아 있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015.06.18 21:41
2015.06.18 21:46
이 글을 읽고 내가 무지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이런 생각이 드는 거 보면 난 무지한 건 아닌가봐 이런 뻔뻔한 마음이 또 스멀스멀 고개를 들고, 그러니 아 역시 난 무지할 수도 있구나... (무한반복중ㅠㅠ)
2015.06.18 21:52
주제가 살짝 달라져 칸막이님께 죄송하지만 이 무한반복류 최강은 이거죠: http://measureofdoubt.com/2012/09/12/colbert-deconstructs-pop-music-finds-mathematical-nerdiness-within/ 동영상 바로 밑의 박스 보셔요 'ㅅ'
2015.06.18 22:53
2015.06.18 21:46
모른다는건 인식하는 사람에 해당되는거라 뻔뻔하고 용감한 사람을 무지하다고 할 수 없기도 해요.
2015.06.18 21:52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은 감성의 문제가 아니라 지성의 문제라는 발췌문을 읽은 적이 있는데 원전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러빙 래빗님 댓글 보다 보니 그 발췌문 생각이 또 나네요.
칸막이님 글도 잘 읽었습니다.
2015.06.18 21:41
2015.06.18 21:44
2015.06.18 21:48
오랜만에 칸막이님 글을 보게 되네요. 언제나처럼 맥을 잘 짚어주셧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상대방에 대한 원색적 비난이나 비하가 튀어나오는 것은 자신의 오류 가능성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고, 그러한 독선은 진솔한 대화의 끝장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죠." 이 부분은 저도 찔끔하게 만드는 좋은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논란이 된 모 유저도 이 글을 읽고 한 번 자신을 되돌아 봤으면 좋겠습니다. 뭐, 그 가능성이 그리 높지는 않겠지만...
2015.06.18 22:07
칸막이님의 그 주장은 인상비평을 통하여 글만이 아니라 타인의 오프라인의 인격까지 비하를 한 칸막이님 본인에게도 그대로 적용이 될 수 있어요. 그리고 님의 댓글 역시 그대로 칸막이님에게도 사표가 될만하죠.
"칸막이님은 저에 대한 비하와 비난을 표현하는 것은 자신의 오류 가능성을 전혀 염두해 두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고, 그러한 독선은 진솔한 대화의 끝장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죠" 칸막이님 본인이 쓴글의 논리이고 그 논리에 큰 공감을 하신듯하니 한번 자신을 뒤돌아들 보시면 좋겠어요. 뭐 싫으면 말구여.
2015.06.18 22:52
'원색적인'이라는 형용사는 왜 빼신 것인지 궁금합니다. 이 형용사가 지금까지 논란의 불씨 같은 부분이라고 생각되어서요.
순수하게 질문입니다.
2015.06.18 23:21
아뇨. 오독하신 거 같은데 칸막이님의 글에 나오는 당신에 대한 비평은 듀게라는 온라인에서 당신이 구축한 "분신"에 대한 비평이지 오프라인에서 당신의 실제 인격에 대한 비평이 아닙니다. 칸막이님이나 저나 다른 유저들 모두 오프라인에서 당신이 어떤 인물인지를 알고 비평할 능력도 없고 그럴 데 쏟을 관심도 없습니다. 오직 이 게시판에서 당신이 꾸준히 보여준 언행으로 구축된 당신의 아이덴티티에 대해 반응할 따름이죠. 여기 유저들이 오프라인에서의 당신이 실제로 어떤 인물인지까지 관심를 쏟아야 정도로 당신은 그렇게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좋은 쪽으로나 나쁜 쪽으로나 양자 모두 말이죠.
그리고, 제가 인용한 부분을 포함한 그 문단을 "칸막이님이 당신에 대해 비하와 비난을 퍼부었다"라고 해석하는 것도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일단, 문제의 인용 부분은 오직 당신만을 저격하기 위한 문장이 아닌, 그냥 일반론입니다. 당신이 과거에 꾸준히 이 게시판에서 야기했었고, 현재도 야기하고 있는 이런 류 문제에 대해 가장 잘 대응되는, 이런 식의 성찰이 필요하다는 일반론. 그래서 저도 거기에 동의한다고 얘기한 겁니다. 그리고 제가 인용한 부분을 포함해 칸막이 님이 당신이 이 게시판에서 보여준 "분신"에 대한 비평이 당신이나 당신의 "분신"을 비하하고 비난하고 있다는 해석에도 동의할 수 없습니다. 당신, 아니 당신이 여기서 구축한 당신의 "분신"이 스스로 수차례 여기서 인정하지 않았던가요? 자신은 확고한 기준과 높은 자존감이 있어서 자신이 인정하지 못하는 "타인들"에 대해서 예의와 존중감을 보여줄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칸막이님의 지적은 당신의 분신이 누차 자랑스레 자신에 대해 떠벌인 얘기를 간결하게 정리한 것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당신같은 "높은 자존감"이 없어서 언제나 제 자신과 뒤를 돌아봅니다. 예전에 제가 존경하는 분이 저에게 해주신 금언이 "세 사람 이상이 비슷한 지적을 하면, 그 지적이 정말 말도 안된다고 생각해도 멈추고 다시 한 번 자신을 되돌아보아라." 이거든요. 제가 왜 칸막이님의 글을 읽고 그런 댓글을 달았다고 생각하십니까? 여하튼 당신의 조언을 받아들여 다시 한 번 되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당신도 한 번 동참해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2015.06.18 21:51
타인에 대한 주장이나 글을 넘어 오프라인에까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인상비평을 함부로 하는 사람들의 오만이랄까 치기랄까는 늘 피식 웃게 만들어요.
결국 자기 수준을 벗어날 수 없는 추측인지라 결국 자기 이야기를 하나보다 하게 됩니다.
그런데 왜 자신의 누추하고 비루한 면을 엄하게 남에게 빗대어 주절대는건지는 좀 미스터리해요.
그런데 그닥 알고싶은 마음은 안드는 미스터리
그리고 논의를 이끌어 가려는 분들이 안간힘을 내어 공정성을 획득하기 위하여 특정인에 대한 언급은 최대한 자제하자고 하루종일 열심이셨는데 아주 깔끔하게 무시하고 뒷북을 치는건 아둔함일까요? 미련일까요?
2015.06.18 21:55
2015.06.18 21:59
징하네요. 정말로.
2015.06.18 22:03
소부님 멘탈 갑 칸막이님 젠틀 갑
Manners maketh man 입니다. 따라해야지...^^
2015.06.18 22:03
모 댓글을 보니 전에 학위를 취득하고 사회 생활을 시작할 때 제 멘토가 주신 조언이 생각나는군요. "What you really are is NOT important. What people think you are IS important".
2015.06.18 22:14
2015.06.19 09:22
2015.06.19 09:45
어떻게 해야 soboo류를 물리칠 수 있는지 보여주시네요. ㅎㅎ
어딘가에서 책 소개를 듣는데 무슨 책인지는 잊어버렸습니다만, 무지한 사람은 자기가 무지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도 무지하다, 그래서 뻔뻔하고 용감하다는 얘기가 나와서 무릎을 탁 친 적이 있습니다. 자기 객관화와 성찰이라는 게 생각보다 쉽지가 않아요. 저도 저런 쯧쯧 상식도 부족한 인간 같으니라고, 이렇게 혀를 차지만 다른 사람이 저에 대해 뒤돌아서서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고, 하여간 어려운 문제입니다.